12명의 부녀자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살해 현장을 재현하고 돌아오는 길에 태연하게 오늘 점심 메뉴를 물었다던 살인마처럼, 피해자의 가족 앞에서도 끔찍한 저주를 내뱉고 스스로가 저지른 일에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못한다. 영화 는 이렇게 잔악한 존재인데도 인간이기는 하니 죽이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은 죽여야 하는가를 묻는 대신, 사형 집행자들이 겪는 고통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해 질문한다. 국...
우리 시대의 가장 압도적인 영화 수다쟁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이 지난 10월 15일 오후 2시 용산 CGV에서 공개됐다. 사실 과 를 위시한 최근의 타란티노 영화들은 전 세계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도 은 북미에서만도 1억2천만 달러를 넘어서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타란티노의 최고 흥행작이었던 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가 끝내주게 재미있는데다가 타란티노 영화...
덧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우에노 주리의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찬다. “난 이제 행복해질 거예요!” 다짐하듯 소리치는 순간, 이 갈 길은 정해진다. 과연, 그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평생 꼴찌로 남들에게 뒤쳐져 살아왔던 히로코(우에노 주리)가 난생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보다 앞서 얻게 된 행복의 기회는 바로 멋진 남자와의 결혼이다. 하지만 결혼식 전 날의 아주 사소한 실수 때문에 행복은커녕 불행에 빠질 위기에 처한 히로코는, 그 불행의 근...
누구나 삶에서 이별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한 이별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었다면, 그리고 어린 나이에 그 이별을 겪어야 했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얼굴로 성장하게 될까. 아홉 살 진희(김새론)가 예쁜 옷을 입고 케이크를 사들고 사랑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도착한 곳은 보육원이다. 그렇게 보육원에 홀로 남겨진 진희는 살면서 처음 겪은 이 이별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홉 살 때 프랑스에 입양된 ...
장동건이 대통령이다. 영화 는 이 사실만으로도 부산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인 영화다. 10년여의 시간동안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등이 대통령을 연기하고, 그들은 모두 국민들을 끔찍이도 생각한다. 물론 가 정치 풍자를 깊게 다루지는 않는다. “어떤 정치성도 담지 않았다” 는 장진 감독의 주문처럼, 는 장진 감독 특유의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과 재치로 소소한 웃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관객들이 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근본...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하 PIFF)가 10월 16일 저녁 7시 폐막식과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9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한다. 할리우드와 한류 스타들로 눈이 부셨던 레드카펫을 생중계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던 PIFF는 연일 초특급 게스트들과 거장 감독들의 방문으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16일 결산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위원장은 “금년 영화제는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은 경제적 상황과 신종 플루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관객들의 성원으로 무사...
누구에게나, 설사 불행과 좌절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지라도, '좋았던 시절'은 있는 법이다. 누군가를 사랑했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한 시절. 은 그 시절의 찬란함, 그 순간 느낀 감정의 떨림을 담고 있는 영화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폐막을 하루 앞둔 10월 15일, 부산의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14분이었다. 감독과 주연배우의 오픈토크는 PIFF 마지막 오픈 토크이자, 마지막 야외 이벤트였다. 폐막 직...
장동건과 이병헌이 같은 날 레드카펫을 밟던 밤 , 그 때부터 예상하긴 했습니다. 올해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박찬욱 과 봉준호 , 장진 과 김지운 , 허진호 가 해운대를 밟고 브라이언 싱어와 지아 장 커 , 차이밍량 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풍경. 틸다 스윈턴 이 강림하고 기무라 타쿠야 가 현실이 되어 저벅저벅 눈앞으로 걸어오던 순간, 우리는 PIFF...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말 달라요. 모든 게 다 커요. 무대에서 축구를 해도 되겠어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천국제영화제에서는 김창완 밴드와의 공연을 했으면서도 “전혀 떨리지 않는다“는 대담한 대화를 나눈 바 있는 메이트 .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모두 섭렵하려는 듯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도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14일, 오픈 콘서트를 앞두고 만난 메이트는 제천에서와 마찬가지로 떨린다기 보다는 큰 무...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하 PIFF) 김동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전설처럼 떠도는 사실들이 있다. 어느 해인가 영화제 기간 동안 자원봉사단 백여 명과 일일이 폭탄주를 한 잔씩 먹고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일화. 그리고 그는 인터뷰든 사적인 만남이든 만나는 모든 이에게 지위 고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존대를 한다. 사례에 대한 답례라도 선물은 양주 한 병도 일절 받지 않는다. 5천여 영화인들 경조사를 일일이 다 챙겨서 참석하지만 정작 본...
개막작 와 함께 시작했던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폐막작 가 폐막을 하루 앞둔 10월 15일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공개됐다. 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를 연출한 첸쿠오푸 감독, 배우 리빙빙, 황효명, 소유붕이 참석했다. 첩보물이자 통렬한 역사물인 항일투쟁을 위해 괴뢰정부 정보부에서 내부 첩자 노릇을 하는 '유령'과 그를 잡기 위한 일본군의 심리전을 그린 는 기본적으로 첩...
“벌써 6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매해 성장해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나도 늘 힘을 얻고 간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통해 와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의 두 주연배우 토요카와 에츠시, 야쿠시마루 히로코와 함께 푸른 해운대 바다를 등지고 PIFF 빌리지 야외무대인사 현장에 섰다. 전 날인 10월 14일에도 영화 와 관련해 진행된 아주담담 에서 PIFF 관객들을 만났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한 예술가에겐 평생을 두고 단 한번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앙 웬리 감독의 는 그런 영화다. 감독의 실재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존재했던 사람에 대한 명징한 기억들이 때론 그 어떤 영화적 기교도 다다를 수 없는 땅으로 관객들을 이끄는 진심의 풍경을 목도하게 만든다. 추운 겨울 어린 손녀의 등교를 준비하는 늙은 할아버지의 분주한 움직임, 칫솔 위에 치약을 짜주고, 차가운 빵을 화로 위에 굽고, 손녀의 머리...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아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왔다. 그런데 왔더니 이 자리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에 이러고 온 사람이 나 하나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초대된 영화 관객과의 대화는, 피가 튀기고 사지가 끊어지는 호러물 답지 않게 참여한 사람들의 재치 있는 발언들이 터져 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김진수는 머리부...
지난 10월 11일부터 시작된 부산 프로모션 플랜(이하 PPP)의 공식 일정이 10월 14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200여 편의 신청작 중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제작자 및 투자자와 만날 기회를 얻은 30편의 PPP 선정작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들이었다. 부산광역시로부터 2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는 부산상을 받은 아오야마 신지의 , 해외 프로젝트에 1만 달러를 지원하는 C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