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도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의 시선을 모두 자신에게 끌어 모아 그 에너지로 자신을 빛내는 사람들. 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 국제경쟁부문 진출작 <콘돌리자 구애소동>의 세바스찬 도거트 감독과 같은 영화의 음악을 만든 캐롤 코너스는 JIMFF를 찾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배우처럼 훤칠한 도거트 감독과 단 하루도 같은 옷을 입는 법 없이 화려한 컬러 감각을 과시한 코너스가 그렇게 시선을 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팀 건의 말투를 똑같이 흉내 내는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1의 프로듀서이기도한 도거트 감독이 코너스에 관한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영화 속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할리우드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음악가와 젊은 감독은 오래된 친구처럼 허물없다. 도거트 감독이 코너스를 “미국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치켜세우면, 그녀는 “나 그렇게 나이 많지 않다”고 장난스럽게 응수한다. 그러나 록키가 계단을 오르며 섀도우 복싱을 할 때 흘러나오던 영화 <록키>의 주제가를 만든 데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남자친구”였던 코너스는 전설이기에 충분하지만 이 대단한 음악가는 여전히 소녀 같기만 하다. 선물 받은 꽃을 귀 옆에 꽂아도 어색하지 않고, 제천에서 “JIMFF 기간 동안 인생에서 세 번째로 반한 남자를 만났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50년 경력의 음악가에게 감히 사랑스럽다는 말을 해도 될까?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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