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국내외 영화인들과 제천 곳곳을 누비는 관객들, 그리고 청풍호반을 새벽까지 뜨겁게 달구는 뮤지션들 모두가 주인공일 것이다. 그러나 15일 JIMFF 스테이지에서 열린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는 사회를 맡은 제8극장의 표현대로 “전립선염이 갑자기 온 것처럼 떨고 있을” 5팀의 낯선 얼굴들이 주인공이었다. 2007년과 2008년 우승팀 우주히피와 제8극장에 이어, 세 번째로 주어지는 음반 발매의 기회를 잡기 위해 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이들은 각기 다른 필살기를 꺼내놓았다.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돋보였던 아서라이그, 남성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빈센트 앤 로즈, 사랑스러운 보사노바를 들려준 AM. Secret, 자유자재로 어쿠스틱한 편곡을 선보인 유발이의 소풍, 심오한 이름과 다르게 보컬의 사랑스러움이 돋보인 혼돈에서 미라클까지 각기 3곡밖에 들려줄 수 없는 짧은 시간에도 이들은 심사기준인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청풍호반에 위치한 메인 무대보다는 작지만 공연 도중 마이크에 달라붙는 벌레들에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하는 모습은 노련한 뮤지션들의 무대가 줄 수 없는 청신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경쟁은 피할 수 없고, 결과는 나오는 법. 올해 신설된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은 아서라이그에게, 준우승은 같은 날 동두천 락 페스티벌에서 받은 대상에 이어 또 상을 탄 빈센트 앤 로즈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JIMFF의 잔잔한 호수를 닮은 차분한 무대를 선보인 유발이의 소풍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성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 싱그러운 신인들은 내년엔 JIMFF의 메인 무대에 서게 된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의 소풍은 얼마나 더 멀리까지 갈까?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제천=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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