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청풍호반무대에서 열린 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의 세 번째 ‘원 썸머 나잇’의 뮤지션들은 김창완 밴드와 언니네 이발관 그리고 메이트였다. 굵직굵직한 밴드들과 함께 나란히 올라온 낯선 이름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쟁쟁한 대선배들과 공연을 하면서도 떨리기는 커녕 설렌다는 이 대담한 신인밴드는 사실 신인이 아니다. 정원영 밴드, 브레멘 등을 거친 임헌일(기타, 보컬),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정준일(키보드, 보컬), 재즈 드러머로 활동해온 이현재(드럼)까지 만만치 않은 경력자들이다. 인터뷰 사진 촬영 중에도 ‘If you want me’를 흥얼거리고, 공연 전에 농구도 하고 한 숨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는 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청년들을 눈여겨 보아두자.

부산, 대구 공연이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제천까지 왔다. JIMFF에 온 소감이 어떤가.
임헌일
: 나는 JIMFF에 몇 번 와봤다. 2년 전인가 정원영 밴드에서 활동할 때도 같은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JIMFF에 공연하러 왔었고. 영화도 늘 보고 싶은데 전에 왔을 때는 비도 많이 왔고, 늘 공연 때문에 못 봤다.
정준일 : 처음 왔는데 너무 좋다. 호수 바로 옆에 공연장도 있고, 이런 곳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게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한국에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으니까.
이현재 : 공연하러 온 게 아니라 여행 온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공연 전에 멤버들과 농구도 하고. 그런데 힘이 다 빠져서 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웃음)

“대선배님들과 하는 공연이 떨리기보단 설렌다”

언니네 이발관, 김창완 밴드 같은 대선배들과 하는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전혀 긴장되지 않나보다. (웃음)
정준일
: 특별하게 떨리는 건 없고, 공간이 워낙 좋으니까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좀 설렌다.
임헌일 : 되게 재밌을 것 같다. 낮에 리허설 때는 너무 더웠는데 지금은 바람도 솔솔 불고, 분위기도 좋을 것 같다. 지난번에 공연할 때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기대도 된다. 이렇게 속세랑 떨어진 곳에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러 오고 영화를 보는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서 관객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만한 곡들을 준비했다.

혹시 이번 무대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나.
임헌일
: JIMFF도 그렇고 우리 밴드도 영화 <원스>랑 인연이 있어서 <원스> O.S.T. 중 한 곡을 준비했다.

안 그래도 그 얘길 물어보려고 했다. <원스>의 O.S.T.로 유명한 밴드 스웰시즌과 사연이 있던데.
임헌일
: 스웰시즌이 내한공연을 왔을 때, 우리가 무작정 사전공연을 하겠다고 해서 우여곡절 끝에 공연장 로비에서 공연을 했다. 할 때는 너무 긴장해서 주변 상황 신경 못쓰고 있다가 끝나고 눈을 떴는데,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더라. 그래서 ‘아 우리가 잘했나 보다’ 했지. 그런데 저쪽에서 글렌 한사드가 오고 있어서 그런 거였다. (웃음) 우리보고 나가라는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자기들 앵콜 무대에서 우리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더라. 그 이후로 이메일도 주고 받고, 한국에 또 공연하러 올 때 우리를 게스트로 초대하기도 했다. 최근엔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 녹음하러 갔다가 방송을 하러 온 글렌과 만나기도 했다. 그때는 우리 앨범이 나온 때라서 싸인 CD를 선물로 줬다. 마침 ‘Special thanks to’에 글랜이랑 마르게타를 썼는데, 그걸 보면서 고맙다고 하더라.

메이트는 이제 막 데뷔앨범을 낸 신인이지만 멤버들 각자는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다. 어떻게 셋이서 팀을 만들게 되었나.
정준일
: 나랑 현재는 학교 선후배 사이고, 연주하다 만나게 됐다. 후배니까 같이 팀을 하자고 제가 먼저 얘기를 했다. 헌일이와는 같은 유재하음악가요제 출신이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팀끼리 모여서 하는 공연이 있는데, 그때 서로의 공연을 보고 좋아서 같이 팀을 하게 됐다.

“서로 음악 취향은 다 다른데 그래서 더 잘 섞인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
임헌일
: 준일이는 그 공연 전에도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스쳐가는 정도였고,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공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근데 둘다 너무 마르고 기럭지들이 긴 거다. 또 준일이는 옷을 얼마나 요란하게 입고 왔던지. (웃음) 오늘 같은 한여름에 가죽잠바를 입고 버섯머리를 하고 왔다. 준일이와 현재는 공연장에서 제일 눈에 띄는 두 명이었다. 웬 모델들이 와서 앉아있나 했다.
이현재 : 준일이 형은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되게 패셔니스타였다. 항상 스키니 바지에 축 쳐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각자 해오던 음악 스타일도 다른데, 팀을 하자고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좀 됐을 것 같다.
임헌일
: 당시 준일이는 재즈를 하고 있었는데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걸 도드라지게 잘하는 친구였다면, 나는 좀 더 강하고 록킹한 음악을 했다. 서로 다른 게 좋아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르니까 서로를 인정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에 있어서 내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셋 다 취향이 다 다른데 좋아하는 음악의 베이스는 비슷해서 잘 섞이더라.

현재 같은 경우엔 재즈 드러머로 연주를 하다가 지금은 록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달라져야하는 연주 스타일에 거부감은 없었나.
이현재
: 사실 처음 녹음할 때부터 많이 부딪히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그런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지 계속 해나가면 된다.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그건 잠깐인 것 같고,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건 장르를 떠나서 다 같다. 일단 셋이 함께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지금은 무대 위에 서는 것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임헌일 : 재즈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록을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현재는 굉장히 열려있다. 또 실력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좋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실수도 많이 하면서 무섭게 늘고 있는 것 같다.

준일과 헌일은 둘 다 팀의 보컬인 동시에 곡도 쓰고 있는데 경쟁의식은 없나.
임헌일
: 개인적으로 그게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말은 안하지만 속으로 준일이보다 더 괜찮은 곡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그래서 내 곡에 대한 기준도 엄격해지는 것 같고, 준일이한테 들려줬을 때 ‘와!’하는 곡을 만들고 싶어서 몇 번씩 고치기도 했다. (웃음) 그렇게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전에 안에서 스스로 점검이 더 되는 것 같다.
정준일 : 서로에게 나보다 더 나은 면들을 보게 되면 상대적으로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팀을 위해서 내가 더 발전해야 되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 같아 좋다. 누구 하나만 확 튀어버리거나 묻혀버리면 팀 균형이 깨지는데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유희열 선배님이 방송할 때 조언을 많이 주셨다”

현재 같은 경우는 방송출연을 시작한 뒤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쏟아졌다. 제목만 살펴봐도 “모델 출신 드러머 인기몰이”, “광고계 꽃미남 다크호스 등장” 등 외모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나.
이현재
: 모델한 적도 없는데 모델 출신이라고 쓴 기사들이 그런 걸 우려하게 만들더라. 근데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 같다. “전 음악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인터뷰하는 것도 아니고. (웃음) 계속 메이트에서 음악 하는 모습 보여주면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MBC <음악여행, 라라라>, <쇼! 음악중심> 등 방송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KBS <유희열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는 유희열이 유재하음악경연대회의 심사를 했던 만큼 많이 응원하고 예뻐하는 게 보이더라. (웃음)
정준일
: 선배님께서 음악만 하던 친구들이 방송을 하게 될 때의 겪게 되는 대부분의 애로사항을 많이 아시니까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 유희열 선배님이 그렇게 친절한 캐릭터는 아닌데도 말 한마디에 배려가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고맙다. 앞에서 좋아했다가 뒤에서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과 다른 게 진심으로 와 닿았다. 데뷔하고 나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들 중에서 1등이라고 생각한다.

자칭, 타칭 ‘아이돌의 임금님’이기도 하면서 화려한 무대매너의 소유자인 유희열은 어떤 조언을 하던가.
정준일
: 방송 들어갔을 때 분위기 띄우거나 무대에서의 눈빛 같은 것을 알려주셨다. (웃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인터뷰할 때도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시려고 하더라. 그 후에도 박지선 씨가 하는 코너에도 불려나갔다. 그날은 사실 그냥 방청 하러 간 거였는데 유희열 선배님이 올라오라고 해주셔서 또 한 번 나갈 수 있게 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특별무대, 지산록페스티벌 등 초청 공연을 많이 한 이후에도 최근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는 ‘인디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우승까지 했다. 이미 데뷔하고 앨범까지 낸 밴드가 참가한 게 의외였는데.
정준일
: 초청되어 가는 무대는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신인밴드인 우리보다 좀 더 유명하고 실력 있는 분들이 서야하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인답게 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잘되면 다행이고 안 되도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자청해서 나갔다. 감사하게도 우승까지 하고, 다음 날 공연을 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다.

“음악을 꼭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건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가슴을 후벼 파는 ‘안녕’을 제일 좋아하는데, (웃음) 각자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현재
: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지셨나보다. (웃음) 나도 ‘안녕’이랑 ‘왜’를 좋아한다. ‘왜’는 노래도 좋지만 전에 재즈 했을 때 몸에 익숙한 재즈의 성향이 거기에 녹아있어서 좋다. 근데 다 너무 힘들게 작업했기 때문에 애착이 안 갈 수가 없다.
임헌일 : 그 노래는 데모작업을 우리 집에서 했다. 준일이가 가져온 컴퓨터를 뒤져서 만든 곡을 다 살펴봤다. 근데 ‘안녕’이 귀에 딱 들어왔다. 이건 꼭 앨범에 넣자고 했는데, 본인은 극구 싫다고 하더라.
정준일 : 왜냐면 이별한 직후 그 노래를 썼을 때의 상태는 그게 맞는데, 앨범 작업할 때는 이미 시간도 많이 지났고, 약간 대상도 희미해졌고. 그래서 그 노래를 불러도 예전만큼 잘 부를 자신이 없더라. 들을 때마다 남의 얘기하는 것 같았다. (웃음) 그리고 헌일이 그렇게 강력하게 원한 건 그때가 실연당한 직후라 그런 거다. (웃음) 어쨌든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다행인데, 앞으로 앨범 작업할 때 그런 부분이 계속 고민될 것 같다.
이현재 : 우리 앨범엔 앞으로 쿨한 곡들만 나오는 거 아니야? (웃음)

각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다가 이렇게 하나의 팀이 된 것 자체도 기적 같은 일이지만 그런 밴드를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밴드 생활을 하는데 롤모델으로 생각하는 팀이나 계획이 있다면.
임헌일
: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밴드 사운드로만 보면 지금보다 쿨한 사운드를 내는 밴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근데 우리 태생 자체가 쿨하진 않아서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웃음) 요즘에는 플라시보, 나인 일치 네일스가 좋더라. 그런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고, 김동률, 이적, 유희열 선배도 좋다. 딱히 롤모델이라기 보다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솔직하게 담는데 주력하고 싶다.
정준일 : 우리한테 넬, 김사랑, 마이엔트메리, 김동률의 느낌이 다 있다고 하더라. 근데 그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도 정리가 안 된다. (웃음) 앞으로 어떤 음악 들려드리겠다고 말을 못하겠는 게 그래서 그렇다.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려 한다.
이현재 : 우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밴드다. (웃음) 합주 때도 별의별 시도를 많이 해본다. 일렉트로니카도 갔다가 강하게도 가보고 완전 어쿠스틱하게도 가고. 음악을 꼭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건 없지 않나? 음악이 재밌으니까 이것저것 해봐야지.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