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이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20kg을 감량한 모습들이 공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된 영화 의 제작보고회가 24일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는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김명민)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가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와 더불어 “육체적으로 한계 상황까지 가 있는 환자들과 그 곁을 끝까지 지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멜로영화”다.

특히 이날 제작 보고회에서는 메이킹 필름과 트레일러 상영에 앞서 실제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들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16년 동안 투병 중인 그들의 증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병”인 루게릭병의 실체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에만 1500여명의 환자들이 투병 중인 루게릭병은 뚜렷한 원인도, 치료제도 없이 자신이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욱 가혹한 병이다. 척추와 골반 뼈가 다 드러나는 앙상한 몸을 위해 “다이어트가 아닌 기아체험”을 한 김명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걸 내가 어떻게 해? 난 죽어, 난 못해”라고 할 만큼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저혈당과 탈진을 오가면서도 52kg이란 몸무게를 만들어내며, 종국엔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 그 자체였다. 하지원 또한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든” 환자의 연인으로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너는 내 운명>에서 이미 통곡에 가까운 눈물바다를 만든 바 있는 박진표 감독은 “웃기고 재밌는 부분도 많다”며 의외의 웃음을 예고했다. 9월 24일 개봉하는 <내 사랑 내 곁에>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멜로와 더불어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의 사연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다음은 김명민, 하지원, 박진표 감독이 함께한 공동 인터뷰 내용이다.

어떻게 해서 루게릭병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박진표
: 루게릭병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데 몸의 근육만 점점 빠져나가서 자신의 죽음을 생생하게 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게다가 변변한 치료약도 하나 없다. 우리나라에도 환우들이 많은데,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한 상태다. 또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굉장히 절실한 사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들게 되었다.

두 사람 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메이킹 필름에서 촬영을 만족스러워하더라.
김명민:
작업 환경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지만 감독님과 하지원 씨가 힘든 걸 잊게 해줬다. 매일 악몽을 꿀 정도였지만 촬영장에선 너무 즐거웠다. 호텔에 혼자 있으면 죽은 것 같고, 촬영장에 나가면 살아있음을 느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4-5개월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아쉬웠고, 계속 더 찍으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
하지원: 장례지도사라는 일이 처음 접하는 거였는데 실습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아 이건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만이 하는 일이구나’라는 걸. 또 김명민 씨가 점점 살이 빠지고 아픈 걸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모니터 하면서 혼자 운 적도 많았고. 이렇게 옆에서 지키는 가족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도 했고,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거 같다.

“한민관 씨보다 살을 더 뺐으니 성공한 셈”

4개월에 20kg을 뺐는데 인터넷 상에서 살 빠진 모습이 개그맨 한민관을 닮았다고 할 정도로 화제였다.
김명민:
실제로 처음에는 “이러다가 한민관 씨처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 들었다. 그런데 내가 그 분처럼 마르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한민관 씨 몸무게를 56kg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거보다 더 뺐으니까 성공한 거다. (웃음)
하지원: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김명민 씨께 미안해서 처음에는 감독님과 야식 먹는 걸 참았다. 나중에는 김명민 씨 몰래 감독님이랑 떡볶이를 먹기도 했지만. (웃음)
김명민: 사실 알고 있었다. (웃음) 모니터하다가 갑자기 없어져서 찾아보면 저기서 둘이서 떡볶이 먹고 있고… 굶다보면 감각이 예민해지니까 다 알게 되더라. 감독님도 초반에 많이 굶긴 하셨는데 나중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명민이는 떡볶이 안 먹지?” 그러시는데, 너무 섭섭했다. 한 개 정도는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웃음)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건 뭐였나?
김명민:
굶는 건 그다지 내세울 만한 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적인 거다.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 역을 맡았으니까. 다만 루게릭병이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육체만 마비되는 건데, 살을 빼다보니까 의식과 감각까지 같이 마비가 되더라.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극대화돼야 되는데 계속 탈진하니까 몰입하기가 힘들더라.
하지원: 전에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파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다는 상상조차 해본적도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볼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명민 씨가 너무 몰입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간호할 수 있었다. 김명민 씨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촬영이 없을 때도 옆에서 계속 앉아 있곤 했다.

메이킹 필름에서 염습하던 과정이 나온 던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하지원
: 밤에 혼자서 연습하는 건 무서워서 주로 낮에 연습했다. 마네킹을 놓고 연습을 하다가 나중에는 실제 보조출연자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남자, 여자가 염습하는 과정이 다른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했다. 집에서는 염습하는 과정을 CD로 구운 걸 보면서 공부하고, 허벅지에 직접 매듭을 묶으면서 연습했다. 특히 고인의 손 하나를 닦거나 만질 때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 거라 연습하면서 나도 의식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다. 정말 장례지도사 분들의 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손이 아닐까?

“김명민, 하지원 외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까지 실화 중심의 영화를 하고 있는데 가슴 아픈 사연을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반응도 있다.
박진표
: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건 나도 아프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아픔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들에게 도움도 되고,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 경계선에서 조심스러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는 매번 관객의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힘들게 만드는데, 밝은 영화를 할 생각은 없는지?
박진표
: 몸이 아프거나 환자들이라고 해서 절대로 우울하게만 살지 않는다. <내 사랑 내 곁에>가 너무 슬프고 무거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을 드리자면 의외로 웃기고 재밌는 부분도 많다. 김명민, 하지원 씨 외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흐뭇하게 해준다. 꼭 슬픈 영화만 찍고 싶은 생각은 없고, 나도 명랑한 영화를 하고 싶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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