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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화│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들

    햇수로 6년. 김미화가 MBC라디오 을 진행한 시간이다. 이 6년은 방송계에서 작은 센세이션이 일어난 시간이기도 하다. 20세기의 ‘순악질 여사’가 21세기에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니. 누군가는 방송사가 관심을 끌기 위한 1회성 전략이라고 폄하했고, 금새 퇴출당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방송사들은 “김미화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진행자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MBC 라디오 ...

  • 예지원│갈증을 풀어주기도, 목마르게 하기도 하는 영화들

    예지원에게 ‘여배우’라는 타이틀은 몸에 착 붙는 옷과도 같다. 10년 넘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전대미문의 캐릭터들을 연기해왔지만, 그녀는 고성 위의 공주님이라기보다는 어느 날 버스 옆자리에서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친근함의 거리로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동생들에게 술 사 먹이며, 어디서도 듣지 못한 절묘한 인생 코치를 해 줄 것 같은 기운 센 ‘언니’다. 만약 열화상 ...

  • 이순재│Oldies but goodies

    그는 KBS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TV에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다. 또한 그의 출연작 중에는 한국 드라마사(史)의 걸작과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이 다수 포함 돼 있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시트콤 연기와 오보에 연주자의 연기에 도전했으며, 한 작품에서는 노인의 로맨스를 그리며 '역대 최고령 키스신'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살아있는 전설'이나 'No.1'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지금...

  • 이준익 감독│'타임리스 스토리'의 주문이 내려진 영화들

    이준익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영화 역시 장르적인 장식보다는 이야기의 뚝심 속에 빛나는 경우가 많다. 러닝타임 내내 쉬지 않는 수다로 혼을 빼놓은 도 그러했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의 힘으로 용감하게 걸어 나간 도 그러했으며, 이후 까지 그는 먼저 관객의 귀를 열게 하고 결국엔 마음을 열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감독이다. “지금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해요. 이야기가 사라졌다. 서사를 잃었다고 떠들지. 하지만 ...

  • 장미란│외로움을 잊게 하는 음악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역도 선수 장미란의 미니홈피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어쩌면 장미란은 이 글귀 속의 '오늘도, 내일도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의 이름은 아닐까.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야구나 축구도 매번 국제대회 우승을 기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역도 선수 장미란에게는 언제나 우승을 기대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

  • 김태용 감독│보는 영화인 동시에 듣는 영화들

    “제가 좀 느리잖아요” 1999년 에서 2006년 에 이르기 까지 7년, 그리고 이후 3년. 김태용은 묘하게 자주 봐온 것 같지만 세상에 내어놓은 장편 극영화는 이제 겨우 2편인, 느리디 느린 감독이다. 전작 에서 “헤픈 거.. 나쁜 거야?”라는 전대미문의 유행어를 남겼지만, 정작 본인은 자주 찾아와 헤퍼 보이기보다는 느닷없이 찾아와 평생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하는 알뜰한 카사노바 같은 전략을 관...

  • 류승범│나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주는 오래된 음악들

    류승범은 매력적인 배우다. 그건 단지 스크린 위에서 동물적인 직관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자의 모습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류승범이 빛나는 건 그가 스크린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동경하는 배우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적인 패션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고, 공효진과의 교제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류승범의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이 배우에게 꿈꾸...

  • 고현정│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영화

    '영화 같은'이라는 흔하디흔한 표현이 어떤 이의 인생을 만나면 대체할 수 없는 정확한 수식이 되기도 한다. 배우 고현정의 지난 삶은 참 영화, 같았다. 엄마 말 잘 듣던 키 큰 소녀는 어느 날 “수영복 입고 띠 두르고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고, 이내 전 국민이 알만한 유명배우가 되었으며, 20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였던 SBS 의 주인공으로 잊을 수 없는 명징한 기억을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겼다. 그러다 돌연 결혼을 발표했고 재벌가의 며느...

  • 최민호│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자 가수들

    “이겨내야죠.” 2008 베이징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는 조용히, 그리고 여전히 종결어미에 ';;;' 표시가 되어있을 것만 같은 수줍은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이겨내며 유도선수로서의 삶을 이어왔다. 감량에 대한 스트레스와 폭식에 대한 유혹을,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쏟아진 질책의 시선을 이겨내며 그는 지난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태...

  • 이나영│불면의 밤, 도저히 정지버튼을 누를 수 없었던 영화들

    이나영을 보면 잠이 온다. 아니 잠이 들어도 좋을 것만 같다. 드라마 의 복수도 의 재복이도 의 문수도 의 치성도 의 윤수도 의 진도, 그녀 앞에서는 치료를 구하고, 무식을 드러내고, 자존심을 낮추고, 치부를 드러내고, 눈물을 보이고, 급기야 잠을 잔다. 어쩐지 그녀 앞이라면 안전할 것 같다. 보살피고 품어야 할 여자들이 가득한 스크린에서 이나영은 기묘한 편안함과 따뜻한 이해의 품을 허락하는 여배우다. 이 여자는 한 순간도 쉬웠던 적...

  • 신민아│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음악들

    소년은 소녀를 볼 수 없다. 소년이 아닌 누군가와의 혼례를 앞둔 그 소녀는 큰 집의 담장 너머, 사방이 닫힌 방 안에서 혼례를 준비한다. 목욕을 하고, 예단을 준비하고, 곱게 화장을 하고.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볼 수 없다. 혼례날, 소년은 소녀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고자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찰나의 순간 스쳐가는 소녀의 무표정한 옆모습뿐이다. 평생에 남을 그 몇 초의 표정. 바로 내 앞에 있는 것 같지만 닿을 수 없었던 그 아름다운 소녀. ...

  • 송강호│그를 매혹시킨 뱀파이어 영화들

    만약 배우 송강호의 뇌 구조를 그린다면 대부분은 '영화'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 남자는 그러니까 영화를 찍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빼면 도통 별다른 취미도 특기도 없는 사람이다. 그는 영화라는 장르에 매혹된 타자로서의 영화광이라기보다는, 스크린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멈추지 못하는 주체로서의 영화광이다. 하여 영화감상에 있어서는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 대로 찾아보는 잡식성 대식가도 아니고, 어떤 특별한 ...

  • 한지혜│내게 힘을 주는 음악들

    “친구들과 일본의 후지산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 곳 주변에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우와. 여관의 창문으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후지산이 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 때 내게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일과 인생의 균형이나 조화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 일을 벗어난 세계에서 뭘 느낄 수 있는지 알게 됐죠.” 배우 한지혜는 지난해를 자신의 최고의 해라고 말했다. 단지...

  • 김지운 감독│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영화

    김지운 감독도 어느덧 40대 중반이다. 90년대 후반 호기롭게 당도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던 '충무로의 젊은 피'는 그로부터 10여 년 후, 위기의 한국영화계를 살릴 구원투수의 백넘버를 달고 세계 그라운드 위에 서 있다. 작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이하 )에게 '잘 만든 장르영화', '장사 잘한 흥행영화' 이상의 무거운 책임이 부여된 것 역시 이런 연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지운은 '국민 감독'의 무게에 짓눌려 조로하거나 박제된 거장이...

  • 노희경 작가│드라마를 쓸 때 듣는 음악들

    “불치병은 아니지만 완치는 되지 않고, 3개월에 한 번씩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 KBS 에서 지오(현빈)는 자신이 앓는 병, 녹내장을 그렇게 정의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껴안고 가야 하는 병. 그것은 KBS 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방송사의 드라마국 안에서, 그들은 때론 사랑하고, 때론 헤어지면서 끊임없이 부대끼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고단한 삶에 대한 회의가 아니다. 지오(현빈)와 준영(송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