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혜는 지난해를 자신의 최고의 해라고 말했다. 단지 KBS <미우나 고우나>와 MBC <에덴의 동쪽> 등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가 연이어 성공해서이기도 하지만, 연예인 한지혜가 아닌 한지혜라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와 <에덴의 동쪽>은 배우 몇 명이 아닌 모든 출연진들의 공동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작품이었고, 이런 제작 환경은 한지혜에게 연예계 생활 동안 잊고 살았던 일과 그 외의 생활을 조화시키는 것에 대해 알게 했다. 그동안 출연했던 미니시리즈와 달리 비교적 여유 있었던 드라마 촬영 스케줄은 한지혜가 스스로 “공무원 생활하고 비슷했다”고 할 만큼 ‘주 5일 근무’를 허락했고, 그 시간들 동안 한지혜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꾸준히, 차근차근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영어 회화를 꾸준히 배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밤에 차를 몰거나, 스노보드를 타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여러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했던 <미우나 고우나>와 <에덴의 동쪽>은 한지혜에게 연기의 다양한 테크닉을 익히도록 해줬고, 그 작품들이 한지혜에게 준 시간은 인간 한지혜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만들어줬다. 연예계 데뷔 후 앞만 보고 가던 생활에서, 이제는 일과 자신의 생활, 그리고 새로운 배움의 가치를 알게 된 것. 그래서, 한지혜가 ‘그의 플레이 리스트’ 테마로 선택한 것은 ‘나에게 힘을 주는 음악’들이다.
“정말 음악이란 게 듣고 싶을 때 들어요.” 한지혜가 처음으로 추천한 앨범은 영국의 신세대 소울 뮤지션으로 지난 2006년 돌풍을 일으켰던 코린 베일리 래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코린 베일리 래의 음악을 들을 때면 기분이 참 묘해져요. 목소리에 참 깊은 슬픔이 들어있는데, 그러면서도 아주 우울하지는 않거든요. 자신의 감정을 깊게 절제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그만큼 자기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혼자 감정에 빠져 있을 때 이 앨범을 들으면 처음엔 제 감정에 푹 빠졌다가 점점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바라볼 여유를 찾게 돼요. 특히 ‘Like a star’의 뮤직비디오가 참 좋았어요. 그 뮤직비디오에서 노래 부르는 코린 베일리 래 사이로 그녀의 일상들이 스쳐 가거든요. 저한테 ‘Like a star’가 그런 느낌의 노래에요. 나의 일상들을 여유롭게 되돌아 볼 수 있는 느낌? 그렇게 음악을 듣다보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덧 5년이 지났고, 세상은 소란스러워졌다. 깨끗한 종이 한 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에픽하이의 소품집
카니예 웨스트는 뛰어난 래퍼이자 프로듀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힙합 패션을 주도하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한지혜가 카니예 웨스트를 처음 알게 된 것 역시 패션 잡지에 나온 그의 모습을 통해서였다고. “카니예 웨스트의 스타일은 남성적이면서도 귀여워요. 스타일리쉬하고 카리스마적인 느낌도 있지만, 그 사이에 잔뜩 폼 잡지 않고 유머 감각을 발휘할 줄 알죠.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힙합 음악 중에 너무 폼 잡거나 섹시한 이미지만 내세우는 곡들은 듣기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는 언제나 쿨해요. ‘Stronger’는 정말 재밌잖아요?” 하지만 한지혜는 클럽에서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춰 본 적이 없다. 연예인이 된 이후로는 클럽에 가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대신 한지혜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만 있으면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늘 저를 즐겁게 만들거든요. 기분 따라 몸을 흔들면 그게 춤 아니겠어요?”
한지혜는 영국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로비 윌리암스의 팬이다. “로비 윌리암스는 정말 굉장한 에너지를 가졌어요. 공연을 보면 무대 위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손짓 하나, 눈빛 한 번 보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거든요.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한지혜가 로비 윌리암스의 특정 앨범 대신
한지혜가 말한 마지막 앨범은 다소 예상 밖이었다. 바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작곡가 故이영훈의 곡들을 리메이크한 앨범 <옛사랑>을 고른 것이다.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문세 선배님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 뒤로 이문세 선배님의 노래가 故이영훈 선생님의 작곡이라는 걸 알고 그 분의 노래를 찾게 됐어요. 그래서 이 리메이크 앨범도 듣게 됐죠.” 두 장으로 나온 [옛사랑]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도 한지혜가 특히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은 ‘빗속에서’. “리쌍이 힙합으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이 곡을 이런 식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신선했어요. 특히 이 노래에서 피처링을 한 알리라는 보컬리스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빗속을 뚫고 나오는 시원한 목소리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진한 소울의 느낌이 있었구요. 얼마 전에 ‘울컥’이라는 노래도 불렀던데, 그 노래도 좋더라구요. 제가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 감상에 빠지게 되나 봐요. 물론 ‘빗속에서’는 언제 들을지 아시겠죠? 하하.”
“진정성과 스타일을 함께 가진 배우를 꿈꾸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