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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지환│복잡한 머릿속의 열기를 식혀주는 음악

    강지환│복잡한 머릿속의 열기를 식혀주는 음악

    “작품 들어가면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해요. 대본 받고 날짜 받으면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무릎팍 도사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은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배우 강지환이다.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강지환과 스트레스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최근작인 코미디 영화 에서의 작정하고 웃기는 연기를 차치하더라도 강지환은 대본 그대로의...

  • 하정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의 영화

    하정우는 연민의 눈을 가졌다. 그를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으로 이끌었던 의 말년 병장 태정이 후임으로 온 친구를 구타할 때에도, 인간의 간을 먹는 의 구미호일 때도 그 연민의 눈은 또렷했다. 심지어 밤길에서 만날까 두려운 의 사이코패스를 연기할 때조차도 그 문장은 유효하다. 피범벅이 되어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던 살인마의 텅 빈 눈 안에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가련한 혼란이 담겨 있었다. 하정우는 분명 선과 악의 기준으로 ...

  • 박지윤│남자 보컬이 매력적인 사랑 노래

    “회사 그만두고 고생이 많네. '후리' 아무나 하는 것 아니에요.” MBC '퀴즈 프린스'에서 오답을 말해 거품에 빠졌던 박지윤 전 KBS 아나운서에게 김구라는 놓치지 않고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 채널 Mnet의 단독 MC로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박지윤의 프리랜서 도전은 성공적이다. 그녀의 프리 선언은 단순히 월급보다 높은 개런티를 받기 위한 포석이 아닌 말 그대로 아나운서라는 제복을 벗고 ...

  • 엄지원│더위를 잊게 할 강렬한 영화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추천하고픈 5편의 영화를 묻자 엄지원은 곤란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질문처럼 좋아하는 영화 5편을 고르면 다른 좋아하는 영화들에게 미안”할 것 같다는 말도 그냥 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1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거쳤지만 아직도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를 분석하기 보단 느끼고”, “우디 알렌의 열혈 팬”인 열정적인 관객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 다니엘 헤니│터프한 남자의 음악들

    일반 명사를 독점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다니엘 헤니는 줄곧 독보적인 ‘젠틀맨’이었다. 이국의 신비로움을 가진 이 남자는 광고에서 걸어 나와 드라마 속의 헨리가 되어 자신이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알렸고, 영화 를 통해 겉모습이 아니라 가슴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배우임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어떤 억지스러움도 흉포함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젠틀한 방식으로 ...

  • 진구│남자들을 위한 영화

    눈이 부신 탓인지 잔뜩 찌푸린 얼굴, 거뭇한 수염 자국, 대충 꿰어 입은 듯한 옷차림에 다소 불량스러운 몸짓. 거기에 굵고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보태면 그가 바로 진구다. 진구는 여자보다도 아름다운 남자들이 창궐하는 21세기에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수컷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에서 폭력조직의 1인자도 아닌 2인자의 오른팔 역할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진구는 우아한 선우(이병헌)를 닮은 충성스러운 부하로, 이병헌에게만 영광이 ...

  • 민효린│사랑을 꿈꾸는 소녀에게 어울리는 노래들

    국가대표 선발전. 철부지 여고생인줄만 알았던 하루는 쏟아지는 조명과 집중되는 시선들 속에서 우아하게 스핀과 스파이럴을 해낸다. 그리고 차분하게 점프까지도 성공하는 순간, 그녀는 빙판 위의 신데렐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브라운관에서는 또 한명의 신데렐라가 막 탄생의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바로 MBC 수목드라마 에서 하루를 연기하는 민효린이 그 주인공이다. 겨우 첫 작품일 뿐인데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악착같은 준비는 ...

  • 안성기│전쟁의 기억을 온전히 담은 영화들

    고래는 바다에서 꿈을 꾸고, 북극곰은 얼음대륙 위에서 눈을 빛내는 것처럼 그냥 원래부터 지금 있는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존재들이 있다. 한국영화에서 안성기라는 배우가 특별한 건 그 역시 스크린 바깥에 있는 걸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작품만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인자한 아버지, 혹은 지도자로서만 기억되기도 하지만 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애인의 순애보를 짓밟는 파렴치한...

  • 박한별│햇살처럼 포근함을 주는 노래들

    불공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예쁜 얼굴은 타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선천적인 재능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몸짓을 보여주지 않고도 박한별은 금방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기억 속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순전히 얼굴의 생김으로만 화제가 될 수 있는 '얼짱' 문화의 선두에서 교복을 입은 증명사진 하나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곧 행운이자 불운이었다. 영화 를 통해 첫 작품부터 큰 배역을 따 낼 ...

  • 김민선│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화들

    김민선│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화들

    10년이다. 하이틴 패션지의 표지를 도맡던 여고생이 스크린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도. 그러나 김민선에게는 데뷔 10년차의 나이테나 정체(停滯)가 느껴지지 않는다. 기다란 필모그래피를 가늠할 수 없는, 이제 막 두어 작품을 끝낸 듯한 청량함. 그것은 10대 시절과 비교해 변화가 거의 없는 외모 덕분이기도 하지만 정상에 오른 뒤에도 감지되는 묘한 불안함에도 기인한다. 물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치기 어린 방황에서 나오는 불안감은 아니다....

  • 한상진│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음악

    한 남자가 긴장된 목소리로 더듬더듬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며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이 기세등등한 선배들 앞에서 인사하는 듯한 이 장면은, 하지만 KBS 드라마 의 셋째 송선풍이 35년 만에 찾아온 첫사랑에게 고백하는 모습이다. 만남도, 연애도, 이별도 빠르게 진행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속도의 시대에 이 남자는 상대방과의 우연한 만남마다 티격태격 다투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충고해주고, 마음을 나눈 뒤 한참 자신...

  • 김강우│희대의 악역들이 등장하는 영화들

    진지하다는 말이 재미없다는 것을 뜻한다면 김강우는 재미없는 배우가 맞다. 그는 자신의 연기 세계에 대해 현란한 달변을 구사하지도, 실없는 농담이나 웃음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항상 말 머리에 “내 말이 틀릴 수도 있는 거지만”이라고 단서를 달고, 그나마도 최대한 가치 평가는 배제해서 말한다. 가령 자신의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무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배우가 나에겐 이 일이 맞고 이게 나에게 최고였다 평가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 유준상│여행의 친구가 되어주는 음악들

    유준상│여행의 친구가 되어주는 음악들

    올해로 마흔하나. 그러나 유준상은 여전히 ‘발견되는’ 배우다. 올해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와 에 출연한 그는 선명한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하거나 혹은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의 다양한 얼굴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횡으로 넓게 펼쳤다.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 외에도, 두 편의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를 찍을 때는 홍상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만을 담보로 개런티 없이 출...

  • 김윤석│웃음보단 등장인물의 삶을 담아낸 영화들

    김윤석│웃음보단 등장인물의 삶을 담아낸 영화들

    김윤석은 딱 하나로 소급되는 첫 인상이 없는 배우다. 그건 그 기억이 희미하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은 포악한 가운데 사내다운 집념이 느껴지는 의 출장 안마 사장 중호를 그의 첫 이미지로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저음의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인 의 카리스마 강한 타짜 아귀로 그의 첫 모습을 기억한다. 그보단 적을지라도 좋은 연기를 쉬이 흘려보내지 않는 관객이라면 에서 폭력적이면서도 약하고 무기력한 동구 아버...

  • 윤상현│당신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들

    윤상현│당신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세상에는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윤상현은 그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지는 것이 싫어서 MBC 의 주경우를 냉철한 남자에서 소심한 울보 캐릭터로 바꾸자고 스스로 제안했다는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멋진 배우가 되는 길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중후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거나, 유능한 실장이 되어 과묵하게 등장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