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은 매력적인 배우다. 그건 단지 스크린 위에서 동물적인 직관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자의 모습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류승범이 빛나는 건 그가 스크린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동경하는 배우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적인 패션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고, 공효진과의 교제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류승범의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이 배우에게 꿈꾸는 그것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는 그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들리는 건 멋있고, 재미있고,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닌 일을 하는 류승범을 상상하기란 실로 어려운 탓이다. 이런 류승범에게 음악은 그의 인생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류승범이 음악 마니아이자, 데뷔 전 DJ를 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 류승범은 다시 디제잉의 세계에 푹 빠졌다. 2007년부터 큰 파티와 공연에 간간히 DJ로 활동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아예 런던과 뉴욕에서도 디제잉 무대를 가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예민하게 클럽의 최신 트렌드에 반응하는 그가 추천한 음악들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팝의 명곡들이다. “어려운 음악이나 새로운 음악도 좋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옛날 음악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저는 귀를 좀 쉬게 하고 싶을 때면 그런 음악들을 항상 들어요.” 마치 오랜 친구를 소개 하듯 그가 다섯 곡을 골랐다. 그리고 ‘나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주는 오래된 음악들’이라고 테마를 붙였다. 디제이, 배우를 떠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류승범이 필요할 때 항상 그에게 영감을 주고, 힘이 된 음악들. 오늘만큼은 그가 선택한 음악들이 사람들을 춤추게 하기 보다는 잠시 앉아서 생각에 빠지게 만들지 않을까.
1. U2의
남자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류승범이 첫 번째로 추천한 앨범은 U2의다. 1987년 발표되어 1000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그래미를 수상하기도 했던 앨범으로서 초반기 U2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명반으로도 손꼽힌다. “개인적으로 강인하고 마초적인 정서를 선호해요. U2는 겉으로 시끄럽고 과격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내면적인 남성성이 느껴지는 밴드라서 무척 좋아합니다. 진정한 남자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with or without you’는 술 한 잔 하고 집에 돌아온 날 혼자서 불 꺼놓고 작은 골방에서 자주 듣는 음악입니다. 80년대 후반에 나온 앨범인데도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아요. 사실 발표된 시점이 옛날일 뿐이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들이 많잖아요. 예컨대, 요즘 테크토닉이 유행인데 70년대 디스코 음악을 알면 그 문화를 훨씬 풍부하게 즐길 수 있어요. 유행과 별개로 음악에 대한 배움을 쌓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 하는 것 같아요.”
2. Portishead의
“포티쉐드가 영국에서 공연한 동영상을 본 후로 그들의 팬이 되었어요. 특히 보컬 베스 기븐스의 목소리는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누님이라고 칭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뭐랄까 여러 개의 산을 넘은 사람의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어요.” 류승범이 두 번째로 추천한 음반은 1994년 발표된 포티쉐드의 데뷔 앨범인다. 90년대 트립 합의 유행을 주도했던 밴드로서 이 앨범의 ‘Wandering Star’가 CF에 삽입되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바 있다. 음울한 분위기로 유명한 앨범이지만, 류승범은 오히려 그들의 음악에서 위로를 얻는다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목소리예요. ‘아직은 괜찮아’하고 위로 해 주는 느낌이랄까요. 그 중에서도 ‘glory box’는 기분이 센티멘털 할 때 항상 듣는 음악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감각이나 포스에서 배우는 점도 많아요. 여러 가지로 새롭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던 팀이잖아요.”
3. Stevie Wonder의
1972년 스티비 원더가 발표한은 류승범이 “우리 세대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할 진정한 클래식”으로 손꼽는 명작이다. 전곡을 스티비 원더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소화했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이후 그의 음악적 행보에 신호탄과도 같은 작업으로 평가되는 앨범이다. “제임스 브라운과 스티비 원더를 놓고 많이 고민했어요. 흑인 음악을 좋아하는데, 두 사람 다 워낙 중요한 뮤지션들이잖아요. 이 앨범을 고를 수밖에 없었던 건 모든 곡이 싱글로서도 완벽하다고 할 만큼 예술적이거든요. ‘Superstition’은 물론 ‘I believe’나 ‘Maybe your baby’같은 곡들까지 다 완벽해요. 흑인음악의 펑키함과 소울을 이렇게 잘 표현한 앨범이 몇이나 될까요. 지금 유행하는 음악의 뮤지션 중에도 스티비 원더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요. 어디서 무엇이 시작되었다고 꼭 규명할 필요는 없지만, 스티비 원더를 빼놓고 음악을 논하는 건 사실 상식 밖의 일이죠.”
4. 한대수의 <멀고 먼 길>
류승범은 그의 미니홈페이지에 ‘행복의 나라로 모두들 갑시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그만큼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는 그가 각별히 아끼는 곡이다. “박해일 형이 한대수 선생님의 굉장한 팬이에요. 그래서 가끔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 듣고는 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좋은 곡인가 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주먹이 운다>를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행복의 나라로’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 준비를 하면서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먹이 운다> 마지막 부분에 이 곡이 흘러나오는데 정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느낌이 비슷하더라구요. 영화에 삽입된 곡은 백현진씨가 새로 부른 버전인데, 물론 그 분위기도 좋지만 아무래도 원곡의 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노래가 발표될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생각하면 반어법적으로 흥겨운 곡이랄지, 그 당시에 ‘행복의 나라’를 찾고자 하는 정신이랄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아요.”
5. Michael Jackson의
류승범이 마지막으로 고른 앨범은 마이클잭슨의. 어린 시절부터 마이클 잭슨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서 자랐다는 그는 이 앨범을 ‘종합선물세트’이자 ‘히트곡 퍼레이드’라고 부른다. “앨범의 제목이 말해 주듯 여기 담긴 곡들은 정말 오늘날 마이클 잭슨을 만들어 온 역사나 다름없어요. 그 중 역시 최고는 ‘Billie Jean’이죠. 클럽에서 종종 스핀을 할 때 ‘Billie Jean’을 트는데, 언제 틀어도 호응이 좋아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곡이란 증거죠. 물론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는 블루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밴드나 생소한 일렉트로니카도 많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노래를 소개해서 뭐 하겠어요. 음악은 즐길 수 있어야 그 의미가 있어요. 새로운 것을 찾아 가는 것 못지않게 기본이 되는 음악들을 되새기는 것 역시 중요한 단계라고 봐요. 그래서 전 7, 80년대 음악들에 애착이 커요. 그리고 마이클 잭슨은 80년대의 주인공 아닙니까.”
“음악을 아무리 즐기더라도, 배우 류승범으로 돌아갈 때를 잊지는 말아야죠.”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자 좀처럼 그의 문장들이 끝맺음을 하지 못한다. 자꾸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지 마침표를 채 찍기도 전에 조심스럽게 새 문장을 시작하는 그는 현재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흥미로 충만한 사람 특유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들려주고, 만들기까지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욕심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작품을 시작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음악을 아무리 즐기더라도 배우 류승범으로 돌아갈 때를 잊지는 말아야죠.” <만남의 광장>과 <다찌마와 리>에서의 작은 배역, <라듸오 데이즈>의 흥행 부진과 <29년>의 제작 무산에 이르기 까지, 지난 2년여간 배우 류승범은 잠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은 아직 그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천상 ‘배우’고, 이 배우는 언제고 마음먹는 순간 다시 스크린 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보다 벼려진 그만의 감성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 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류승범이 음악 마니아이자, 데뷔 전 DJ를 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 류승범은 다시 디제잉의 세계에 푹 빠졌다. 2007년부터 큰 파티와 공연에 간간히 DJ로 활동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아예 런던과 뉴욕에서도 디제잉 무대를 가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예민하게 클럽의 최신 트렌드에 반응하는 그가 추천한 음악들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팝의 명곡들이다. “어려운 음악이나 새로운 음악도 좋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옛날 음악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저는 귀를 좀 쉬게 하고 싶을 때면 그런 음악들을 항상 들어요.” 마치 오랜 친구를 소개 하듯 그가 다섯 곡을 골랐다. 그리고 ‘나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주는 오래된 음악들’이라고 테마를 붙였다. 디제이, 배우를 떠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류승범이 필요할 때 항상 그에게 영감을 주고, 힘이 된 음악들. 오늘만큼은 그가 선택한 음악들이 사람들을 춤추게 하기 보다는 잠시 앉아서 생각에 빠지게 만들지 않을까.
1. U2의
남자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류승범이 첫 번째로 추천한 앨범은 U2의
2. Portishead의
“포티쉐드가 영국에서 공연한 동영상을 본 후로 그들의 팬이 되었어요. 특히 보컬 베스 기븐스의 목소리는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누님이라고 칭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뭐랄까 여러 개의 산을 넘은 사람의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어요.” 류승범이 두 번째로 추천한 음반은 1994년 발표된 포티쉐드의 데뷔 앨범인
3. Stevie Wonder의
1972년 스티비 원더가 발표한
4. 한대수의 <멀고 먼 길>
류승범은 그의 미니홈페이지에 ‘행복의 나라로 모두들 갑시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그만큼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는 그가 각별히 아끼는 곡이다. “박해일 형이 한대수 선생님의 굉장한 팬이에요. 그래서 가끔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 듣고는 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좋은 곡인가 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주먹이 운다>를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행복의 나라로’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 준비를 하면서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먹이 운다> 마지막 부분에 이 곡이 흘러나오는데 정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느낌이 비슷하더라구요. 영화에 삽입된 곡은 백현진씨가 새로 부른 버전인데, 물론 그 분위기도 좋지만 아무래도 원곡의 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노래가 발표될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생각하면 반어법적으로 흥겨운 곡이랄지, 그 당시에 ‘행복의 나라’를 찾고자 하는 정신이랄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아요.”
5. Michael Jackson의
류승범이 마지막으로 고른 앨범은 마이클잭슨의
“음악을 아무리 즐기더라도, 배우 류승범으로 돌아갈 때를 잊지는 말아야죠.”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자 좀처럼 그의 문장들이 끝맺음을 하지 못한다. 자꾸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지 마침표를 채 찍기도 전에 조심스럽게 새 문장을 시작하는 그는 현재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흥미로 충만한 사람 특유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들려주고, 만들기까지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욕심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작품을 시작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음악을 아무리 즐기더라도 배우 류승범으로 돌아갈 때를 잊지는 말아야죠.” <만남의 광장>과 <다찌마와 리>에서의 작은 배역, <라듸오 데이즈>의 흥행 부진과 <29년>의 제작 무산에 이르기 까지, 지난 2년여간 배우 류승범은 잠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은 아직 그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천상 ‘배우’고, 이 배우는 언제고 마음먹는 순간 다시 스크린 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보다 벼려진 그만의 감성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 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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