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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승범│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영화들

    “저 영화 많이 안 보는 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텐데요? (웃음)” 관객들을 위한 영화 추천을 부탁하자마자 난색을 표하는 류승범. 하긴 그가 영화를 신마다 꼼꼼히 분석하고, 명배우들의 연기 패턴을 수집하며 작품에 임해왔다고 한다면 그것만큼 어색한 대답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도 “머리로 하는 생각보다는 몸에서 나오는 익숙함을 믿는다”고 할 만큼 차가운 뇌를 이용해 터득한 화법과는 거리가 먼 배우. 그래서 맹수의 새끼는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

  • 봉태규│성장을 함께 한 노래들

    어떤 배우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동그란 얼굴에 언제나 장난스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 봉태규는 데뷔 이후로 지난 10여 년간 늘 비슷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그가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 , 등의 영화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할 때도 관객들은 그의 모습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부족하고, 조금은 주눅이 들어 있는 그의 캐릭터는 청춘스타가 되는 대신 가장 현실감 있는 청춘의 기록으로써 수많은 감독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

  • 신하균│잔혹하면서도 독특한 유머가 스며있는 영화들

    신하균은 흔치 않은 배우다. 단순히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뜻만은 아니다. 그는 분명 와 에서 선배 송강호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에선 주연배우였던 차승원 이상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그저 연기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신하균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종종 그의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나 에서의 어색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하균은 대중적 네임밸류와는 별개로 독특한 B급 정서에 어울린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배우다. ...

  • 김구라│오빠밴드의 공연 넘버로 손색없는 음악들

    김구라│오빠밴드의 공연 넘버로 손색없는 음악들

    김구라식 예능을 즐긴다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느낌이다. 공중파에서의 지분을 착실히 늘려나가던 시기에 MBC ‘무릎 팍 도사’에서 “공중파에서 욕만 가능하면 나도 유재석 급”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그는, 욕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과되지 않은 직설화법을 공중파 예능에서 구사하고 있다. 때로 그것은 MBC 에서 이경실의 이혼 경력을 마일리지라는 재치 있는 표현으로 재빨리 공론화시켜 토크의 흐름을 원...

  • 최강희│주인공의 성장을 담은 영화들

    때로는 외모의 어떤 특성이 배우 자체를 규정하는 기호가 될 때가 있다. 장동건의 얼굴이 그렇고, 권상우의 몸이 그런 것처럼. 최강희의 동안 역시 마찬가지다. 1995년 로 데뷔한 이후, 법적 성인인 스무 살이 되어 청소년 드라마 의 방송부원을 연기할 때도, 2년 후 에 출연했을 때도 그녀는 학생의 신분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그것이 어색한 적은 없다. 오히려 늙어서 추해진 장동건이나 배 나온 권상우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이 먹은 최...

  • 송지효│영화가 끝나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영화음악들

    송지효│영화가 끝나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영화음악들

    둥그런 눈, 볼록한 이마, 턱이며, 코며, 볼. 송지효의 얼굴에는 어디 하나 모난 구석이라고는 없다. 얼핏 앳되어 보이는 이 얼굴에 왕후의 위엄이 깃들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더욱이 그녀가 데뷔 초 영화 의 질투심 많은 진성이나 영화 의 보이시한 교통방송 리포터 서유진을 연기하며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려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변화는 새삼 주목 할 만 한 것이 된다. MBC 의 도도한 효린을 시작으로 MB...

  • 유준상│10번 이상 보게 만드는 영화들

    “어쩌다 보니까 마흔이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그렇다, 이 웃음소리다. 유준상은 MBC 드라마 의 능글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노총각으로 얼굴을 알렸을 때부터 커다란 함박웃음이 가득 그려지는 얼굴을 가졌다. 그리고 그 얼굴은 마흔이라는 나이가 생경할 만큼 변함이 없다. 6조각으로 또렷이 쪼개진 복근보다 더 낯설었던 의 미스터리한 남자, 웃을 때가 거의 없었던 매사에 심각한 길상(드라마 ) 등 특유의 유쾌함을 배반하는 인물들을 부지런히 오간 ...

  • 김지운 감독│나를 사로잡은 남자들의 목소리

    조용하게 살기 위해 요란하게 사람을 죽이고, 우습게 파묻는 것이 일상인 가족들과 함께( ) 등장한 김지운 감독. 이후로도 10여 년을 만들어온 그의 영화들은 한 가지에 꿰어지는 표면적인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영혼의 노숙자’로 살아가던 직장인이 레슬링을 만나 비로소 주인으로 살게 되는 을 지나, 두 소녀의 비극으로 처연하게 물들었던 에 이르면 그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그러나 종횡무진 다양한 이야기를 해온 그에게도...

  • 유진│매혹적인 공포영화들

    서태지를 좋아하던 소녀는 가수가 되기 위해 괌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그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대가 좋았던 소녀는 올리비아 핫세라는 별명을 얻고, 뒤이어 나올 수많은 걸그룹들에 앞선 이름이 되었다. 그렇게 원더걸스, 소녀시대, 2NE1 이전에 SES로 누구보다 화려한 10대를 보낸 유진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아이돌이라는 신기루를 성공적으로 지워냈다. 불장난 같은 첫사랑 때문에 미혼모가 된 세진 (MBC ), 요리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

  • 손미나│듣는 이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들

    “책을 읽으며 스페인으로 입양된 인도인 저자가 친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애틋한 마음, 그리고 양어머니가 저자에게 쏟는 깊은 사랑, 그리고 이 모든 걸 읽으며 따뜻해진 제 마음 모두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요즘처럼 힘든 사람이 많을 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올해 초 이란 제목으로 스페인 작가 아샤 미로의 자전적 에세이를 번역한 손미나는 번역이라는 까다로운 작업을, 그것도 굳이 국내 출판사들이...

  • 홍상수 감독│내 영화의 원전이 된 영화들

    홍상수 감독│내 영화의 원전이 된 영화들

    이상한 등장이었다. 90년대 말 홍상수가 이라는 문제작을 들고 나타났을 때 그는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말투를 가진 전학생 같았다. 이후 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을 만나면서 누군가는 그에게 열광했고 누군가는 그를 불편해 했다. 마치 숨기고 싶은 알몸을 들킨 것처럼 당황스러운 순간들, 분명 우리 속에서 나왔지만 감히 스크린 위에서 재현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적나라한 치부들. 그의 영화 속에서 인간의 행동이란 일관성의 지...

  • 이지아│깊은 밤을 함께 한 노래들

    세상 모든 사람이 첫 번째 계단부터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턱에서, 혹은 정상 가까운 곳에서 출발선을 긋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불공평한 것은 또한, 아니다. 차근차근 쌓아 올라간 시간, 꼭 그만큼의 노력을 단기간에 쏟아 붓지 않으면 그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이 바로 세상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뷔부터 24부작 드라마 MBC 의 주연을 맡았던 이지아는 지금껏 브라운관 안에서 언제나 전력투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 이정재│이야기의 밀도가 높은 영화들

    최근 종영한 MBC 에서 하루(민효린)가 자신이 좋아하는 활(이정재)을 부르는 호칭은 오빠다. 물론 둘의 사이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남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 여고생이 흠모의 눈으로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순간 이정재는 과거 KBS 시절의 '오빠'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사실 시청자의 입장에선 MBC 에 등장하는 세 가지 색 연애를 마냥 예쁘게 느낄 수도, 혹은 도무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복남매인 활과 하루의 감정 역시 ...

  • 안영미│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노래들

    어릴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들의 연기를 따라하는 게 취미였고, 고등학교 때 들어간 연극반에서는 1인 7역까지 안 해 본 역할이 없을 만큼 꾸준한 연기의 경험을 쌓았던 시간은 이러한 안영미 특유의 '디테일 개그'의 탄탄한 기반이 되었다. KBS 공채 19기 동기이자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도 파트너인 단짝 친구 강유미와 함께 2005년 히트시켰던 'GO GO 예술 속으로' 역시 이들의 연기력과 관찰력이 낳은 승리였다. '분장실의 강...

  • 박중훈│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영화

    박중훈│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영화

    대한민국 대표 영화배우. MBC 는 얼마 전 출연했던 의뢰인 박중훈을 이렇게 표현했다. 너무나 빤하고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그를 설명하기 위해 어떤 뚜렷한 이미지의 레토릭을 구사하는 건 상당히 난감한 게 사실이다. 그는 시리즈의 유쾌하면서도 속물적인 강 형사인 동시에 범인 검거에 온 몸을 던지는 의 우 형사였고, 또한 삶에 대한 중압감에 짓눌린 의 하 형사였다. 마찬가지로 90년대, 최고의 짝패인 강우석 감독과의 코믹한 작업으로 최전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