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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죽이러 갑니다> 관객과의 대화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아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왔다. 그런데 왔더니 이 자리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에 이러고 온 사람이 나 하나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초대된 영화 관객과의 대화는, 피가 튀기고 사지가 끊어지는 호러물 답지 않게 참여한 사람들의 재치 있는 발언들이 터져 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김진수는 머리부...

  • 더 높은 최종성적표를 기다리며

    지난 10월 11일부터 시작된 부산 프로모션 플랜(이하 PPP)의 공식 일정이 10월 14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200여 편의 신청작 중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제작자 및 투자자와 만날 기회를 얻은 30편의 PPP 선정작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들이었다. 부산광역시로부터 2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는 부산상을 받은 아오야마 신지의 , 해외 프로젝트에 1만 달러를 지원하는 CJ...

  • 틸다 스윈튼 “현재 지지받고 있는 한국영화들은 대단하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폐막을 이틀 앞두고 어느 지역보다 높은 온도를 기록하던 부산의 수은주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잠잠하던 영화의 바다에 높게 물결치는 파고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의 두 주인공 틸다 스윈튼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등장 덕이다. 이미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격인 오리종티상을 수상한 영화는, 14일 상영에 이어 관객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러시아에서 이태리의 재벌가문으로 시집...

  • “8년 전 <퍼레이드>를 읽고 바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를 비롯해 문학작품은 수많은 영화 플롯의 원천이 되어왔다. 하지만 문학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비워놨던 활자의 빈틈을 영상과 소리로 채워 넣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완성도의 기준이 다른 영화가 아닌 원작소설이기 때문에 처럼 탁월한 영화조차 가끔은 원작 소설의 매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박한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아주담담 토크 '영화와 소설의 친밀한 퍼레이드'는 동명...

  • 18년을 함께한 대만감독 차이밍량과 리캉셍, 두 남자 이야기

    “벌써 18년” 아니 평생을 함께 갈 이 아름다운 동료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함께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하 PIFF)를 찾았다. 두 남자는 11살 차이가 난다. 57년생인 차이밍량과 68년생인 이강생 혹은 리캉셍. 거리에서 만난 어린 리캉셍을 처음 배우로 기용해 차이밍량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 를 찍었고 이후 , , 최근작 까지 차이밍량의 거의 전작에서 리캉셍은 그의 '페르소나'이자 '얼굴'이었다. 차이밍량의 작품을 지켜보는 것은 ...

  • 장 자크 베넥스 “영화를 만들 때는 이유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좋은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현재형'의 감동을 준다.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 한 중년의 남자가 스크린 앞 무대로 올라와 쑥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어색한 표정으로 장 자크 베넥스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제 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되면서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장 자크 베넥스의 영화 가 상영된 극장에는, 그의 영화를 보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 중년들뿐만 아니라 영화...

  • 지아 장 커 “영화는 현실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

    10월 13일, 이제 페막까지 3일밖에 남지 않은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마스터클래스 섹션의 마지막 주인공은 1998년, 첫 장편 로 PIFF와 첫 인연을 맺었던 중국의 지아 장 커 감독이다. 1970년생의 그는 , , 등 만드는 작품마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호평을 받으며 아직 마흔을 넘지 않은 나이에도 세계적 거장의 대열에 올랐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이처럼 젊은 나이에 세계적 감독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

  • 제작자 지아 장 커 날다

    , 같은 작품으로 국내 영화팬에게도 잘 알려진 지아 장 커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와 그가 프로듀서로 나선 영화 의 제작발표회가 10월 12일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에서 진행됐다. 프리프로모션의 성격이 강한 이번 행사에는 지아 장 커 감독과 의 감독 백승훈, 배우 최준석, 니홍지엔, 그리고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 박광수 감독이 참석했다. 중국어 버전으로는 라는 제목의 는 2010년 엑스포가 열리는 상해의 변화를 담은 영화로, 현재...

  • “맨날 숙소 가서 혼자 우는 게 감독이란 사람들”

    한국영화아카데미 25주년을 기념해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들' 아주담담이 13일 PIFF 라운지에서 열렸다. 어제 황규덕, 허진호, 류장하, 최동훈 감독의 '최선의 동료들' 에 이어 로 부산에서 영평상과 부일 영화상을 휩쓴 봉준호 , 영화평론가 김소영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김정, 을 들고 부산을 찾은 민규동 감독과 천만관객을 돌파한 의 이지승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세 명의 감독과 아카데미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아카데미에서...

  • 우니 르콩트 “사람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함께 살아간다”

    아홉 살의 소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 몸으로 프랑스로 입양되면서, 그 동안 써오던 한국어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몸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았던 모국어를 잃은 소녀는, 서로의 언어가 이해되지 않아도 소통하는 법을 찾고자 애써왔다. 그렇게 찾은 '무언의 언어'가 바로 영화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는 아홉 살에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감독 우니 르콩트가 그리는 1975년 한국 고아원의 ...

  • 내일 뭐 볼까│<카페 느와르>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아편전쟁>

    10월 15일 15:30 메가박스 해운대 5관 평론가 정성일의 아카데믹한 글을 이해하는 건 독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그의 감독 데뷔작인 를 보는 관객 역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난감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중학교 교사인 영수(신하균)와 그의 제자 정윤의 어머니 미연(문정희)의 불륜을 축으로 미연의 남편, 영수를 좋아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이 얽힌 사각 구도를 그린 이 영화는 소설의 문어체 대사를 대폭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식적...

  • 내일 뭐 볼까│<특별시 사람들> <체리를 먹은 남자> <안나의 길>

    10월 14일 13:30 메가박스 해운대 4관 거동이 불편한 노모와 4남매를 힘겹게 부양하던 아버지(김갑수)를 뒤로 한 채 21세기 양아치의 세계로 들어간 일남(조한선)이 재개발 소문과 함께 판자촌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굵은 주름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타워팰리스와 이제 열 살 남짓밖에 안 되는 삼남이(강산)의 재능에 “제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일남이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재개발이라는 가혹한 현실은 그동안 자연광으로...

  • “도쿄가 아닌 다른 세상의 사람들도 모두 고독하구나 싶다”

    현대 일본 사회, 특히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그저 이름 없이 살아갈 뿐인 먼지 같은 사람들. 도쿄의 어느 초라한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먹고 공원의 수돗물로 씻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속의 어린 4남매처럼, 의 노조미(배두나)도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 도쿄를 먼지처럼 부유한다.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도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 가장 절실한 주제다.” , , 의 감독 고로에다 히로카즈는...

  • 영화 <디스트릭트 9>│액션으로 정신줄 앗아가는 바퀴벌레 외계인

    피터 잭슨이 제작한 SF 영화 (District 9)이 지난 10월 6일 오후 2시 대한극장에서 최초 공개됐다. 할리우드 1급 배우의 출연료에도 못 미치는 3천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은 올여름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미국에서 기록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슬리퍼 히트작이 된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갑자기 거대한 우주선이 찾아온 지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이다. 지능은 있으나 바퀴벌레처럼 생긴 외계...

  • 문성근 “하루 이틀 작업을 하면서 '음악이 있는 시구나'라고 생각했다”

    1950년 7월. 피난을 떠나던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어떤 피난민도 전선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미군들에 의해 노근리 쌍굴 다리 아래에서 떼죽음을 당한다. 이 문장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은 현대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처럼 사실을 그대로 찍어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김민기의 노래 '작은 연못'에서 제목을 따온 이 영화는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과 같은 산골짜기 대문바위골에 닥친 비극을, 50명이 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