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현재형’의 감동을 준다.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 한 중년의 남자가 스크린 앞 무대로 올라와 쑥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어색한 표정으로 장 자크 베넥스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제 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되면서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장 자크 베넥스의 영화 <디바>가 상영된 극장에는, 그의 영화를 보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 중년들뿐만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진 1981년 이후에 태어났을 젊은 관객들도 많이 자리했다.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은 “젊은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영화가 시대를 뛰어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며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영화를 만들 때는 이유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은, “<디바>를 통해서는 시대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원했고, 원작이 이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한다.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과 ‘디바’와의 관계를 통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주로 물어보며, 현대사회에서 예술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데에 대한 거장의 고민에 귀를 기울였다.

“내 예술의 원천은 인삼”

“<디바>는 예술가와 관객과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다. 최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지만, 결국 발전 자체 보다는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은 눈앞에 보이는 녹음기의 차이점을 통해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기도 하고, 예술에 대한 어려운 고민들 앞에서 시대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을 조언하는 등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깊이 있는 답변을 해 관객으로부터 자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진지한 질문들 속에서도 위트를 잊지 않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인삼”이라고 답하거나, 콩코드 광장 신을 찍을 때 옆에 미국 대사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장면들을 많이 찍어 “지금 그렇게 찍는다면 관타나모로 잡혀갈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두 번째 영화까지 찍은 아시아 젊은 영화에게 수상하는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초대된 거장의 첫 장편 데뷔작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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