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느와르> 10월 15일 15:30 메가박스 해운대 5관
평론가 정성일의 아카데믹한 글을 이해하는 건 독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그의 감독 데뷔작인 <카페 느와르>를 보는 관객 역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난감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중학교 교사인 영수(신하균)와 그의 제자 정윤의 어머니 미연(문정희)의 불륜을 축으로 미연의 남편, 영수를 좋아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이 얽힌 사각 구도를 그린 이 영화는 소설의 문어체 대사를 대폭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과연 무엇에 대한 영화인지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독한 사랑에 대한 영화인가? 아니면 문학 작품에 대한 영화인가?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종종, 가령 한강에서 2007년의 괴물 사건을 말하며 자신이 현서의 삼촌이라 칭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현실의 무언가를 재현하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문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듯하다. 극 중 정윤은 예수의 죽음에 대한 연극을 만들며 부활에 대한 얘기는 미완으로 남겨놓아 관객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도록 유도했다. 아마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일도 그러할 것이다.
글 위근우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10월 15일 17:00 CGV센텀시티 2관
“난 이제 행복해 질 거예요!” 언제나 꼴찌라는 놀림 속에 살아온 히로코(우에노 주리)는 결혼에서만은 꼭 일등을 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우연한 사고는 히로코를 다시 불행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 불행에서 벗어나보려는 히로코의 안간힘에 언제나 자살을 꿈꾸는 후쿠코,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며 ‘수상한 여행가방’을 끌고가는 이상한 하룻밤의 여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동극으로 치닫는다. 히로코의 끝 모를 명랑함과 낙천성은 노다메의 그것에 맞먹는 ‘행복 에너지’를 전달한다. 배우 출신의 감독 기시타니 고로의 뮤지컬과 게임, 만화적 기법이 뒤섞인 이 수상한 영화는, 시종일관 산만하지만 우스꽝스런 에너지로 영화를 꽉 채운다. 우에노 주리가 덧니를 드러내며 천진하게 웃는 표정이 행복과 닮아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을 추천한다.
글 윤이나
<아편전쟁> 10월 15일 17:00 CGV센텀시티 1,3관
중국과 영국 사이의 그 전쟁이 아니다. 21세기 ‘아편전쟁’의 아편은 팔레스타인에서 재배된다. 러시아가 침공하건,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건, 팔레스타인의 어느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편을 재배하고, 망가진 탱크에서 산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인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아편을 피운 사람처럼 때로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다소 얼빠진 듯한 두 미군의 시선을 통해 ‘이 놈이나 저 놈이나’ 팔레스타인을 수탈하는 건 똑같은 현실을 우화처럼 풍자한다. 특히 미국이 UN과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현실을 독특한 방식의 풍자로 표현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생경한 팔레스타인 영화의 분위기에만 적응할 수 있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강명석
평론가 정성일의 아카데믹한 글을 이해하는 건 독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그의 감독 데뷔작인 <카페 느와르>를 보는 관객 역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난감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중학교 교사인 영수(신하균)와 그의 제자 정윤의 어머니 미연(문정희)의 불륜을 축으로 미연의 남편, 영수를 좋아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이 얽힌 사각 구도를 그린 이 영화는 소설의 문어체 대사를 대폭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과연 무엇에 대한 영화인지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독한 사랑에 대한 영화인가? 아니면 문학 작품에 대한 영화인가?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종종, 가령 한강에서 2007년의 괴물 사건을 말하며 자신이 현서의 삼촌이라 칭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현실의 무언가를 재현하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문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듯하다. 극 중 정윤은 예수의 죽음에 대한 연극을 만들며 부활에 대한 얘기는 미완으로 남겨놓아 관객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도록 유도했다. 아마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일도 그러할 것이다.
글 위근우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10월 15일 17:00 CGV센텀시티 2관
“난 이제 행복해 질 거예요!” 언제나 꼴찌라는 놀림 속에 살아온 히로코(우에노 주리)는 결혼에서만은 꼭 일등을 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우연한 사고는 히로코를 다시 불행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 불행에서 벗어나보려는 히로코의 안간힘에 언제나 자살을 꿈꾸는 후쿠코,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며 ‘수상한 여행가방’을 끌고가는 이상한 하룻밤의 여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동극으로 치닫는다. 히로코의 끝 모를 명랑함과 낙천성은 노다메의 그것에 맞먹는 ‘행복 에너지’를 전달한다. 배우 출신의 감독 기시타니 고로의 뮤지컬과 게임, 만화적 기법이 뒤섞인 이 수상한 영화는, 시종일관 산만하지만 우스꽝스런 에너지로 영화를 꽉 채운다. 우에노 주리가 덧니를 드러내며 천진하게 웃는 표정이 행복과 닮아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을 추천한다.
글 윤이나
<아편전쟁> 10월 15일 17:00 CGV센텀시티 1,3관
중국과 영국 사이의 그 전쟁이 아니다. 21세기 ‘아편전쟁’의 아편은 팔레스타인에서 재배된다. 러시아가 침공하건,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건, 팔레스타인의 어느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편을 재배하고, 망가진 탱크에서 산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인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아편을 피운 사람처럼 때로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다소 얼빠진 듯한 두 미군의 시선을 통해 ‘이 놈이나 저 놈이나’ 팔레스타인을 수탈하는 건 똑같은 현실을 우화처럼 풍자한다. 특히 미국이 UN과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현실을 독특한 방식의 풍자로 표현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생경한 팔레스타인 영화의 분위기에만 적응할 수 있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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