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 사회, 특히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그저 이름 없이 살아갈 뿐인 먼지 같은 사람들. 도쿄의 어느 초라한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먹고 공원의 수돗물로 씻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아무도 모른다> 속의 어린 4남매처럼, <공기인형>의 노조미(배두나)도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 도쿄를 먼지처럼 부유한다.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도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 가장 절실한 주제다.”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의 감독 고로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지금도 ‘도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낯선 세상에 버려졌는데도 울지 않는 아이처럼, 세상과 완전히 유리된 것 같은 배두나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영화에 캐스팅 하게 됐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공기인형>으로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객석에 주연배우 배두나의 어머니가 와 계셨기 때문에 거기에 온통 신경이 쏠려 그 시간이 대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으로는 한국의 관객들을 처음 만나던 날을 그렇게 기억한다.

일상적인 언어로 가득한 <걸어도 걸어도>가 산문이라면, <공기인형>은 시다. 시가 정형화 되지 않아 하나의 해석만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는 관객들 모두가 각기 다른 것을 보는 다양한 독후감을 남긴다. “알아채기를 바라는 것은 있지만, 알아차려 주지 못하더라도 사실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다.” 고로에다 히로카즈는 좋은 문학 선생님처럼, 하나의 답을 정하지 않고 <공기인형>을 바라보는 각자의 눈으로 해석해 주기를 원했다. 단 하나, 알아차리기를 원하는 것에 대한 작은 힌트를 주자면 공기인형의 속은 텅 비어있었다는 것이다. 텅 비어있는 노조미의 안이 무엇으로 채워져 가는 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신의 영화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해외 팬들의 지지를 받는 것을 느낄 때면 “도쿄가 아닌 다른 세상의 사람들도 모두 고독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계속해서 ‘고독에 대해 말하기’를 이어갈 것이다. 결국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고독에 대해 말하기’가 언젠가는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그 소통은 우리가 조금 덜 고독해지게 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니까 말이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거기 있었던 공기인형의 이름 ‘노조미’의 한자가 바로 ‘희망’의 그 ‘망(望)’인 것처럼.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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