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 25주년을 기념해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들’ 아주담담이 13일 PIFF 라운지에서 열렸다. 어제 황규덕, 허진호, 류장하, 최동훈 감독의 ‘최선의 동료들’에 이어 <마더>로 부산에서 영평상과 부일 영화상을 휩쓴 봉준호, 영화평론가 김소영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김정, <끝과 시작>을 들고 부산을 찾은 민규동 감독과 천만관객을 돌파한 <해운대>의 이지승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세 명의 감독과 아카데미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지승 프로듀서는 모여 앉기가 무섭게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겼다. 11기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절이 가장 몸무게가 덜 나갔다”며 “지금은 90kg대지만 작년엔 100kg까지 나갔다”는 진행자의 폭로에 “그래도 아카데미 다닐 때는 4-50kg짜리 장비들을 들고 다녔으니까 70kg 때였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의 대들보, 아카데미의 수혜자들이 모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과는 반대로 13기 민규동 감독은 “평범한 관객이었다가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해 주변 친구들이 자극이 되었다. 매일 매일 영화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카데미 시절을 기억했다. 그러나 “한 해 후배였던 <키친>의 홍지영 감독과 아카데미 시절에 만나 결혼”하고 봉준호 감독 또한 “힘들 때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추스르는” 그 시절의 기억은 분명 이들 인생의 행복한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에 초청된 <경>의 김정 감독은 여성 영화인의 비애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카데미 1기였는데 그땐 여자가 카메라 잡으면 재수 없다고 하던 시절이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내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화 됐을 때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갔다. 그때 영화사에서 원고료가 아니라 원고지료 2천원 정도를 준다고 하더라.”

비단 김정 감독 뿐 아니라 세 감독은 데뷔 후 장밋빛 같은 줄 알았던 충무로 입성이 아카데미 시절보다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할 때 제작자가 시나리오에 빨간 줄을 그으면서 수정을 요구하곤 했다. 그 때마다 김태용 감독이랑 번갈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울었다. 한 번은 통곡하다 실신한 적도 있다. (웃음)” 봉준호 감독 역시 “무관심의 굴욕을 너무 많이 당했다”며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찍을 때 사이더스의 최고 기대작 <화산고>에 묻어서 투자 받았기 때문에 당시 사이더스에서 아무도 기대를 안 했다. 태생부터 무관심 속의 프로젝트인 거지. (웃음) 결국 흥행이 안 되서 힘들어하니까 차승재 대표가 ‘그럼 너는 그게 잘 될 줄 알았냐’고 하시더라. 정말 추운 겨울이었다. (웃음)” 그러나 힘든 기억을 그 이후 내놓은 좋은 작품들로 보상받은 봉준호 감독은 그 공을 함께 한 프로듀서에게 돌렸다. “감독이라서 없는 카리스마도 만들려고 하고, 겉으론 강해 보여도 사실은 나약하고 맨날 숙소 가서 혼자 우는 게 감독들이다. 프로듀서가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서 NG나 오케이 정도 외치면서 좋다고 춤추는 사람들이다. (웃음)”

“<설국열차> 2012년에 볼 수 있을 것”

한편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설국열차>는 “현재 2-30권의 기차 관련 책들을 읽으며 각색을 준비하고 있어, 관객들은 2012년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지승 PD가 밝힌 윤제균 감독의 다음 작품은 가족 어드벤처 영화 <템플 스테이>(가제)로 “이번에도 <해운대>처럼 CG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고 귀띔했다. PIFF 갈라프리젠테이션에 초청된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지난 7월 이미 첫 선을 보인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의 단편 에피소드의 완성판이다. “두 여자를 중심으로한 단편에서 완성된 장편은 정하(엄정화)와 재인(황정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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