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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트너>│법정에서의 무박 2일

    세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분위기가 삼엄하다. 법복을 입으신 판사님들이 내려다보고 심각한 표정의 재판 방청객들까지 수십 명 자리한 이곳은 KBS 의 주 무대인 형사법정이다. 배우들 못지않게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의 특성상 MBC , KBS 의 이항 미술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세트와 소품에 무척 많은 신경을 썼다. 서초중앙지법 형사대법정을 기본으로 만든 이곳에도 여러 가지 디테일이 숨어 있다. 법정에서는 태극기의 '건'괘가 정면으로 드러...

  • <파트너> vs <트리플>

    KBS 수-목 밤 9시 55분 는 강은호 (김현주)의 권투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가 사각 링 안에 서 있는 건 승부를 위해서도, 단순히 권투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세습돼 친구를 폭행하게 된 학생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때려! 때리는데 엄한 놈 때리지 말고 글로브 끼고 해”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그녀에게 있어서 링이란 존재는 궁극적으로 해소와 정화의 공간이란 걸 알게 한다. 이 첫 시퀀스는 은호의 캐...

  • <PD수첩> vs <긴급출동 SOS 24>

    MBC 화 밤 11시 10분 내일은 한국전쟁 발발 59년째가 되는 날이다. 해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한탄 속에서도 국방부와 여러 기념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망각을 슬퍼하고 분노하는 참전세대의 다른 한편에는 아예 처음부터 잊혀져야 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늘 소외된 주변부 편에 서 온 은 6.25전쟁기념일을 앞두고 그 전쟁의 또 다른 아픈 이면, 기지촌 여성들의 현실에 카...

  • <결혼 못하는 남자> vs <야심만만2>

    KBS2 월-화 오후 9시 55분 일본 드라마 의 아베 히로시를 비롯한 배우들이 워낙 절묘한 조합을 보인 탓에 캐스팅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는 2주차에 접어들며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깐깐하고 결벽증 있는 마흔 살의 건축가 조재희(지진희)는 동물성 마초에 가까웠던 쿠와노와 미묘하게 다른 캐릭터임을 드러내고 있고, 지진희의 다소 경직되어 보이는 연기도 '캐릭터'와 합쳐지며 점차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든다. 원작의 온화하고 ...

  • '오빠 밴드' vs <2009 외인구단>

    '오빠 밴드' MBC 일 오후 5시 20분 주말 프라임 타임 예능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가 몇 달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망', '퀴즈 프린스' 등이 짧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종영한 자리에 새롭게 신설된 코너 '오빠 밴드'는 그동안 실패한 코너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확인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오프닝부터 “락은 제 전부”라고 말하는 정모와 “락이 뭐죠?”라고 되묻는 박현빈의 대조를 보여주었던 이 방송은 개그맨이지만 음악에 대한...

  • <그바보> vs <해피 투게더>

    KBS2 마지막회 밤9시 55분 한지수(김아중)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결혼이 가짜였음을 고백하며 그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대중의 용서를 받았는지,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한 장면은 일괄 생략한 채 그들의 행복한 웨딩마치만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끝까지 뻔뻔할 정도로 동화적이다. 는 '평범한 사람과 스타의 사랑'이라는 뻔한 소재를 갈등조차 드문 단순 구조로 풀어내는 대신에 그 공백을 손발이 오그라...

  • <트리플>│망원동 주민 활, 해윤, 현태의 하루

    유난히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롱테이크가 많은 MBC 은 현장에서도 고민과 회의가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감독님은 좋은 건 다 하려고 해요”라고 이정재가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도, “난 그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윤계상이 진지하게 자신의 해석을 피력해도, 생글생글 웃는 이윤정 감독은 좀처럼 욕심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들을 몰아 부친다. 그러는 사이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잠깐 낮잠을 청하다 입 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놀라 ...

  • '무릎 팍 도사' vs '라디오스타'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화려한 이력은 전시하기 쉽다. 성공한 이들의 이력은 그 자체로 그의 수식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인물보다 그 앞의 수사에 더 매료당한다. 그 자체가 그의 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만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의 게스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그 이력보다 인간 자체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성공한 리더의 교과서에 실릴 법한 그의 도전과 경력은 이미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

  • <선덕여왕> vs <상상 플러스>

    MBC 월-화 오후 9시 55분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미실이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며 처음으로 인정한 호적수는 후에 선덕여왕이 될 덕만(남지현)이 아닌 천명(신세경)이다. 훗날 누구보다 선덕여왕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줄 김유신과 용화향도를 서라벌 화랑에 편입시키는 것 역시 천명이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북두칠성의 새로운 별과 함께, 즉 하늘의 뜻으로 등장한 덕만의 원맨쇼, 혹은 덕만과 미실의 투맨쇼가 되진 않으리라는 희망을 준다. ...

  • <결혼 못하는 남자> vs <결혼 못하는 남자>

    KBS2 월-화 밤 9시 55분 의 오프닝은 아파트의 각 세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각자의 생활은 다양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그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 속의 재희(지진희)는 유일하게 홀로 공간을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스테이크를 구워 먹고, 파티 초대를 내켜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의 제목에 대한 거의 모든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부터 이 드라마가 밝혀 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야기 일 것이다. 그...

  • '우리 결혼했어요' vs <찬란한 유산>

    '우리 결혼했어요' MBC 일 오후 5시 20분 가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것으로 보였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실제 연인인 김용준과 황정음으로 시즌2를 열었다. 이들의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은 사실 “프로그램 출연 얘기를 듣고 사흘을 잠을 못잤다”는 황정음 아버지의 진실한 고백만큼이나 위험한 것으로 느껴진다. 가상의 연애, 결혼 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 커플이 헤어질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지 않을...

  • <트리플> vs <트리플>

    MBC 수-목 밤 9시 55분 “담배 한 개비와 커피 한 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달러만 있으면 돼.” 내게 있어 청춘에 대한 최고의 대사는 영화 에서 에단 호크가 위노나 라이더에게 해준 말이다. 그런데 이는 이윤정 월드로 진입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물론 감각적이고 비싼 소품 역시 필요하지만.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청춘의 공기다. 젊은 그들 사이에 있는 섬, 그 섬을 흐르는 공기. 그것은 꿈이기도 하며 때론 우정의 경계...

  • 2009 브론즈 마우스 헌정식│그 입술에 건배를!

    박미선, 배철수, 손석희, 이문세, 김혜영, 지상렬, 이무송, 최화정, 김영철, 강수지, 송은이, 원미연…평소라면 한산할 목요일 오전, MBC 방송센터 3층 로비에 대한민국 라디오 인기 DJ와 방송인들이 속속 모여든다. 오상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MBC 엄기영 사장까지 참석한 이 자리는 10년 이상 MBC 라디오를 진행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2009 브론즈 마우스 헌정식'이다. MBC 표준 FM에서 로 매일 아침을 여는 양희은...

  • '라디오 스타' vs <시티홀>

    '라디오 스타' MBC 밤 10시 50분 김구라의 개그는 붐의 이모도, 투컷츠와 타블로의 엄마도 싫어하지만, 이런 반응들에 대한 김구라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다음번에 엄마랑 같이 나오세요.” 이런 김구라의 뻔뻔한 대응방식은 '라디오 스타'와 꼭 닮아있다. '라디오 스타'는 자유롭게 자리에 없는 사람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근거 없는 음해를 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들까지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확인하거나 반박하기 위해서는 “자리에 있...

  • <남자이야기> vs <자명고>

    마지막회 KBS2밤 9시 55분 KBS 의 마지막회는 후일담을 위한 자리였다. 김신(박용하)과 채도우(김강우)의 극한에 이른 대립은 은수(한여운)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지만, 김신이 싸워야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채도우의 뒤에는 한 세기 이상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권력자들이 등장하고, 명도시는 시장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그들에게 넘어갈 상황이다.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건 “욕 먹는 법을 아는” 지도자와 “싸울 줄 아는” 행동가와 “투표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