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MBC 월-화 오후 9시 55분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미실이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며 처음으로 인정한 호적수는 후에 선덕여왕이 될 덕만(남지현)이 아닌 천명(신세경)이다. 훗날 누구보다 선덕여왕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줄 김유신과 용화향도를 서라벌 화랑에 편입시키는 것 역시 천명이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북두칠성의 새로운 별과 함께, 즉 하늘의 뜻으로 등장한 덕만의 원맨쇼, 혹은 덕만과 미실의 투맨쇼가 되진 않으리라는 희망을 준다. 대부분의 영웅 서사가 그렇듯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대하 사극은 주인공의 천부적 능력이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KBS의 <태조 왕건>과 <대조영>이 그랬고, MBC의 <허준>과 <대장금>, <이산>이 그렇다. 이런 주인공 위주 서사는 굵직하고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지만 디테일과 주변 인물의 역할이 빈약해지는 약점 역시 있다. 하지만 설원랑과 보종, 세종 등 능력 있는 수하를 거느린 미실에 대항해 용화향도를 키우는 천명의 조치는 이 대결이 정치적 양상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초한지>의 유방이 천하를 재패할 수 있었던 건 그가 행정과 전략에 뛰어나서가 아니라 행정에 뛰어난 장량과 전략의 천재 한신을 자기 사람으로 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선덕여왕>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풍성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될 거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후에 주인공이 될 덕만 역시 천명의 뜻에 따라 용화향도 안에서 한 명의 인재로 자라는 것이라면 더더욱.
글 위근우

KBS2 화 오후 11시 15분
이제는 가물가물할 사람도 많을 이름 호세, 박재정이 KBS 의 MC가 된지 100일이 됐다. 하지만 그에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박재정이 를 통해 얼마나 예능감을 익혔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는 박재정의 예능감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반복적인 공정에 따라 움직인다. 4명의 MC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코너에 따라 돌아가며 게스트에게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고, MC들은 ‘자기 순서’에 조금씩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물론 이런 방식은 박재정 같은 초보 MC에게도, 박지윤처럼 숫기 없는 게스트에게도 말을 끌어내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캐릭터를 집어내거나, 토크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화학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에는 노현정 아나운서 시절 우리말 퀴즈를 두고 4명의 MC가 만들어낸 즐거운 놀이판 같은 재미나, 김수로로 하여금 꼭짓점 댄스를 추게 했던 난장의 분위기가 없다. 이는 MBC 와 KBS , MBC 의 ‘라디오스타’처럼 최근 성공하고 있는 집단 토크쇼가 MC와 게스트 사이의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들을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금의 는 마치 공무원과 민원인처럼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할 거 하고 퇴근하는 프로그램 같다. 한 때는 화려했던 프로그램도 안정적인 코너에 몸을 맡기고 무사안일로 흐르면 힘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박재정의 예능 데뷔는 이렇게 어영부영 지나가는 것 같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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