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 마지막회 KBS2밤 9시 55분
KBS <남자이야기>의 마지막회는 후일담을 위한 자리였다. 김신(박용하)과 채도우(김강우)의 극한에 이른 대립은 은수(한여운)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지만, 김신이 싸워야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채도우의 뒤에는 한 세기 이상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권력자들이 등장하고, 명도시는 시장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그들에게 넘어갈 상황이다.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건 “욕 먹는 법을 아는” 지도자와 “싸울 줄 아는” 행동가와 “투표하는” 시민이 힘을 합치는 것 뿐이다. 그것은 김신과 채도우의 대립을 통해 ‘5000만에서 500만을 뺀’ 사람들의 적이 누구인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던 <남자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메시지이자, 이 드라마에 대해 갖게 되는 묘한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지극히 현실반영적인 에피소드를 토대로 했던 <남자이야기>는 그 에피소드의 묘사를 넘어 그것의 해결책에 대한 메시지까지 던지면서, 때로는 역설적으로 드라마적인 힘에 의지해야할 때가 많았다. 명도시 시장 선거에서 한산했던 거리가 김신의 가세와 함께 사람들로 가득 차는 것은 현실의 해결이라기보다는 드라마적인 연출에 의한 감정적인 설득이다. 이것만으로 명도 시에 권력자들이 원하는 아파트가 아닌 임대 아파트가 지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에 이 직설적인 메시지는 우리에게 새삼 TV바깥의 세상을 돌아보도록 만든다. 당신은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까? 투표는 하고 있습니까? <남자이야기>에는 <모래시계>처럼 촘촘한 이야기의 결은 없었다. 하지만 송지나 작가는 적어도 시대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용기는 갖고 있다. <남자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긴 건 바로 그것이다.
글 강명석

<자명고> SBS 월-화 밤 9시 55분
이번 주는 <자명고>에 있어 분량으로나 내용으로나 전반-후반을 가르는 분기점이었다. 자기 정체를 알게 된 자명(정려원)이 어머니의 나라로 떠났고, 호동(정경호)과 라희(박민영)의 혼담으로 전략적 우호관계를 맺었던 고구려와 낙랑국은 혼담이 파기된 후 고구려의 볼모로 잡혔던 라희가 도주한 일 때문에 전쟁을 눈앞에 둔 형국이다. 옛 설화의 창조적 해석, 권력투쟁과 인간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 중견배우들의 박력 있는 연기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명고>는 어딘지 답답한 느낌을 주곤 한다. 그 답답함은 상당 부분 고귀한 주인공들이 가혹한 운명에 힘없이 휩쓸린다는 무력감에서 오는데, 드라마의 전환점이라 할 27회는 뜻밖에도 그 무기력의 절정이었다. 외유내강하던 무사 자명은 연인에게 칼을 겨누어야 할 운명 앞에 눈물짓는 여인이 됐고, 곱게 자란 공주 라희는 고구려 왕비(성현아)가 놓은 덫에 걸려들어 쫓기는 신세가 됐다. 라희의 사랑을 이용하는 옴므파탈 호동 또한 라희를 죽이라는 명을 어긴 대가로 아버지 대무신왕(문성근)의 진노를 샀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에게 비극적 결말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은 답답하다 못해 우울하지만, 그나마 위안인 것은 1회에 이미 나온 “멸망한 낙랑국 유민들이 자명 공주의 존재를 믿고 있다”는 설정이다. 27회 후반에 비천한 까막눈 광대 차차숭(이원종) 부부가 자명의 신원을 알게 되는 장면은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난 자명이 장차 민중의 희망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하여 <자명고>의 후반 이야기는 ‘희망 없는 세상에서 희망하는 법’에 대한 답안이 되리라 예상하며, 그 답안이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하기를 기대한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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