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롱테이크가 많은 MBC <트리플>은 현장에서도 고민과 회의가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감독님은 좋은 건 다 하려고 해요”라고 이정재가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도, “난 그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윤계상이 진지하게 자신의 해석을 피력해도, 생글생글 웃는 이윤정 감독은 좀처럼 욕심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들을 몰아 부친다. 그러는 사이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잠깐 낮잠을 청하다 입 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놀라 일어난 스태프가 집 안으로 피해야 할 정도로 기상은 악화되었다. 마당에서 찬물에 발을 담그고 이불 빨래를 해야 하는 윤계상은 점점 울상이 되더니, 스태프들이 실내 동선을 확인하는 동안 “이러지 말고 손으로 빨래를 하면 어떨까?”하고 엉뚱한 장난을 시작한다. 그에 “야성적이겠다!”며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은 민효린.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깁스 차림에 민낯으로 등장한 그녀는 소년처럼 웃으며 현장의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정작 막내는 현장에서 가장 의젓한 배우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더니, 남자 셋의 수다는 끝날 줄을 모른다. 이선균이 “아, 고기 먹고 싶다!”고 한숨을 쉬면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난 윤계상이 “나두! 착한고기! 형이 한번 쏴요. 시원하게”라며 말꼬리를 잡는 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킥킥 웃음이 새어 나오는 사소한 대화들은 결국 <트리플>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녹아든다. 그래서 아마, 이윤정 감독은 다 큰 개구쟁이들 같이 장난이 멈추지 않는 이 남자들을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야말로 드라마에 진심을 담는 가장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니터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이윤정 감독의 정수리에 새치가 세 가닥 반짝인다. 모니터 속 세 남자와 하루를 바라보는 눈도 반짝, 빛나고 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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