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한국전쟁 발발 59년째가 되는 날이다. 해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한탄 속에서도 국방부와 여러 기념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망각을 슬퍼하고 분노하는 참전세대의 다른 한편에는 아예 처음부터 잊혀져야 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늘 소외된 주변부 편에 서 온
글 김선영
<긴급출동 SOS 24> SBS 화 밤 11시 5분
SBS의 화요일은 ‘솔루션의 날’이다. 초저녁에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심야에는 <긴급출동 SOS 24>가 가정문제 해결사를 자처한다. 그중에서 <긴급출동 SOS 24>는 퍽 영리한 전략으로 꾸준히 고정 시청률을 확보해 온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의 비행은 음성변조와 모자이크로 충격을 완화한 덕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꼬마 악마보다 보기에 덜 불편하고, 최신 심리상담기법과 복지시스템을 동원한 전문가들의 활약은 프로그램의 대의명분을 보장한다. 23일의 긴급출동 대상은 최근 등장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아들(손자)의 폭력’이었다. 폭력 묘사보다 솔루션을 강조한 구성이었지만, 성인 남자가 여든 살 조부모에게 손찌검하는 장면은 보기 괴로웠다. 카메라는 근래 방송에서처럼 조부모에게 생활의 전부를 의존하는 무기력한 남자의 일상을 비춘 뒤, 조손가정에서 자란 과거를 원인으로 지목한 다음 전문가 상담으로 심적 상처를 치유해 가는 남자의 변화를 소개했다. 꾸준한 설득으로 한 가정을 살려낸 제작진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상황의 반복에서 오는 도식화와 허전함은 아쉽다. 비슷한 사례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작진보다 앞서 추론할 정도가 됐을 뿐더러, 가족 심리상담 위주의 솔루션은 은연중에 주인공 가정의 불행을 각자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기게 한다. 어차피 가정해체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은 오히려 이웃 공동체의 사랑 실천과 사려 깊은 사회안전망 아닐까. 만약
글 김은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