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MBC 밤 10시 50분
김구라의 개그는 붐의 이모도, 투컷츠와 타블로의 엄마도 싫어하지만, 이런 반응들에 대한 김구라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다음번에 엄마랑 같이 나오세요.” 이런 김구라의 뻔뻔한 대응방식은 ‘라디오 스타’와 꼭 닮아있다. ‘라디오 스타’는 자유롭게 자리에 없는 사람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근거 없는 음해를 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들까지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확인하거나 반박하기 위해서는 “자리에 있을 것”을 뻔뻔하게 요구한다. 그래서 ‘라디오 스타’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스토리를 가진 독특한 토크쇼가 될 수 있다. 작년 4월에 출연했던 에픽하이가 그 때와 달라진 지금의 상황에 대해 그 시절과 비교하며 말하는 식이다. 또 ‘라디오 스타’ 특유의 아슬아슬한 수위와 폭로의 방식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끌어내기도 한다. 물론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맵투더 심의’와 같은 개그에 맥이 끊기는 식의 경우도 있지만, 어린 시절 타블로가 미국에서 받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연인 강혜정에 대한 진실한 고백이 나오게 되는 것 역시 진지한 이야기를 굳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 ‘라디오 스타’의 방식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투컷츠와 김구라가 충돌했던 지난 주, 온갖 연예계 비화들이 난무했던 이번 주 방영분 모두 ‘라디오 스타’와 어울리는 내용이었지만, 사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다음 주다. 오래 쉬고 있던 R.ef의 성대현을 예능계로 입성시켰던 ‘떨거지 3인방’편에서 고영욱이 폭로한 ‘룰라시절 신정환이 받은 구타와 설움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2009 룰라 총 동문회’는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글 윤이나

<시티홀> SBS 수-목 밤 9시 55분

200억이 들어가는 청사 이전이 인주시의 10%만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표를 들고 찾아온 국장들은 그들이 인주시의 전부라고 한다. 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누군가의 과거를 드라마에서 재생한다. 엘리트 공무원들은 시정 운영을 보이콧하고, 그들을 뒤에서 밀어주는 인주시의 ‘텐프로’들은 시장을 압박한다. 거기에 신미래가 맞설 수 있는 건 인사권을 휘두르고, 행정상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다. 정치가는 행정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지만, 정치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행정이다. 은 한국의 정치 드라마 중 보기 드물게 선거와 정치가의 리더십 이상으로 관료와 행정을 주목하고, 행정의 개혁을 말한다. 그건 SBS 에서 ‘멋있는’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로 폼만 쟀던 김은숙 작가의 알찬 변화이자, 한국의 정치 세계에 대한 꽤나 정확한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라도 국민들 앞에서 뛰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고급 관료들은 좀처럼 개혁되기 어렵다. 정말, 투표 잘하자. 정치를 바꾸는 데는 촛불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건 투표를 통한 지속적인 행정의 방향이다. 의 에피소드들은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대중적인 힘이 있다. 부디 전작들처럼 후반에 모든 걸 멜로드라마로 뒤덮으며 흐지부지되지만 말기를.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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