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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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서도철, 우리사회 슈퍼히어로

황정민의 전성기엔 유효기간이 없는 듯하다. ‘국제시장’으로 올해 1월 천만 관객을 만난 황정민은 ‘베테랑’을 통해 2연속 천만 영화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해에 두 편의 천만 축포를 터뜨린 셈이다.

곱씹어보면 ‘베테랑’은 서도철(황정민)이라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판 슈퍼히어로 무비’다.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놀라운 촉, 곧 죽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대쪽 같은 신념(?), ‘가오 떨어지는 일’ 따윈 눈에 흙이 들어와도 하지 않겠다는 자존감, 남들이 NO라고 할 때 홀로 도도히 YES를 외치는 도전정신,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끝까지 달려 나가는 집념. 꼭 쫄쫄이 슈트를 입고 초능력을 발휘해야 슈퍼히어로인가. 우리 사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점에서 서도철이야말로 영웅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이 영화에 천만 관객이 반응한 것도 그러한 서도철의 활약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아서일 게다.

그 중심에 황정민이 있다. 투박하지만 사람 냄새 풍기는 서도철은 황정민과 참 많이 닮았다. “배우나부랭이~”로 유명한 밥상소감을 굳이 언급하자면, 그는 결코 “스태프가 차려놓은 밥상에 밥숟갈만 올리는” 배우는 아니다. 단순히 그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이제 그리 큰 의미가 없는 일. 진짜 말하고 싶은 건, 극중 명동 8차선 카체이싱 장면을 계획하고 이루기까지에는 황정민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이다. 황정민은 남대문 경찰서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하고 설득한 끝에 촬영 허가를 받아냈다. 데뷔 15년차 베테랑 배우의 내공이 아닐 수 없다.

# 충무로 천만요정, 오달수

기록의 사나이라 할만하다. 황정민이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올해 두 개의 천만 영화를 획득했다면, 오달수는 ‘암살’까지 벌써 세 편의 천만 영화에 이름을 찍었다. 역대 천만 영화를 돌파한 한국영화는 총 12편. 그 중 7편의 영화에 이 배우, 오달수가 있다. 그의 인장은 목소리 출연한 ‘괴물’부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까지 곳곳에 박혀 있다. ‘천만요정’이란 수식어가 이토록 절묘하게 어울릴 수가.

하지만 오달수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관객동원력에 있지 않다. 보통의 관객들은 같은 배우가 연이어 영화에 출연하면 식상해하거나 지겨워하기 마련인데, 오달수에게는 예외다. 오히려 그가 등장하면 마음을 풀고 기꺼이 웃어준다. ‘국제시장’에서도 ‘암살’에서도 ‘베테랑’에서도 오달수가 나오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웃음이 터졌다. 극의 긴장을 릴렉스 시켜주는 배우,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 그가 충무로 섭외 1순위로 떠오른 이유이지 않을까.

그런 그를 두고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의 ‘요정’ 수식어를 내가 처음 만들었다. 어느 날 문득 오달수를 보는데 하늘에서 내려준 요정 같더라. 세상살이가 너무 팍팍하고 힘드니까 위로 삼으라고 오달수 요정을 지상에 내려 보내 준 것 같다”고 밝혔다. 요정님, 앞으로도 많은 위로 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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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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