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치 마이 라이프>, 아인 씨는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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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치 마이 라이프>, 아인 씨는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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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는 최종 인터뷰를 먼저 선 보이며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주인공이 까칠하고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다 못해 무례하기까지 하다는 전제를 깔아 둔 채 이야기를 풀어가더군요. 사실 요 며칠 사이 유아인의 리얼리티를 봤느냐는 질문을 몇 차례나 받았어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해대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유아인을 나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 어찌 생각하느냐는 물음이었죠.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존대하는 이에게는 존대하던데요?” 이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3회가 방송 된 현재, 존댓말에 반말로 답한 적은 없었잖아요?

런던 촬영 중 가졌던 진실게임 시간에도 스태프 하나가 물었죠. “본인이 한참 나이가 어리다는 거 알아? 근데 왜 반말 해?” 저는 그 분께 되묻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그대는 왜 반말을 하시는 건데요?’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도 아니고 선후배가 함께 한 학교도 아니었습니다. 엄연히 일로 만난 자리에서 왜 나이 고하를 따지는지 모르겠더군요. 자초지종이야 알 길이 없지만 설마 아인 씨가 만나자마자 대뜸 반말을 썼을 리는 없지 싶네요. 상대방이 정중하게 대했다면 아인 씨 역시 예의 바르게 처신 했으리라 믿습니다. LA 촬영 당시 통역을 맡은 맥신 쿠와의 첫 만남 때도 아인 씨는 분명 존대를 했으니까요. 맥신 쿠가 한국말이 서툴다는 걸 핑계로 먼저 “나, 너보다 나이 많지”하며 말을 놓았던 거죠. 설정인지 뭔지,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더럽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홍콩 재벌가의 딸, 그리 무례한 여자와는 동행하고 싶지 않다는 아인 씨의 반응이 왜 까칠하다는 건지 원.

적어도 제대로 된 통역 정도는 섭외 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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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초면에 아인 씨 쪽에서 먼저 말을 놓았다면 그건 아인 씨의 잘못이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말을 놓기까지 양해라는 절차가 필요한 법이잖아요. 저는 꽤 나이를 먹은 편이지만, 특히나 일로 만난 사이라면 말을 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껏 상대방에게서 ‘말 놓으세요’라는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거, 아세요?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 연배라 할지라도 사회에 나온 이상 동등한 관계이길 모두가 바라더라는 얘기에요. 아마 에 참여한 스태프들도 다 마찬가지일 걸요? 그처럼 스스로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왜 상대가 연예인이라고 해서 86년생인 청년을 ‘걔’, ‘저 아이’, 심지어 뒤에서는 ‘그XX’라고까지 부르는 건지, 저는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하기야 맥신 쿠를 대하는 스태프들의 태도는 더 심했지만요. 아인 씨가 무례하다고요? 그 현장에는 아인 씨보다 열 배는 무례한 사람이 열 명은 더 있지 않았나요?

제발 열심히 좀 해달라는 제작진에게 아인 씨는 말했어요.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그 책임은 다 내가 져야할 몫이야. 이게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거든. 내가 연예인 안 한다고 죽는 게 아니야. 내 삶 속의 일부분일 뿐인 거야. 나라는 한 사람을 생각하느냔 말이야. 그걸 생각하지 않고서 나를 담겠다고 하면 그건 다 거짓말이야.” 제작진은 이 얘기가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며 쉽게 얘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저는 못 알아들을 소리나 한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제작진이 더 답답했습니다. 나에 관한 리얼리티를 찍을 생각이면 나에 대해 좀 더 알려는 노력을 했어야 옳다는, 지극히 간단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따라서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아인 씨를 이해하고 아인 씨의 말을 잘 전달해줄 통역 정도는 갖춰줬어야 한다고 봐요.

오히려 아인 씨의 행동은 칭찬 받아야 마땅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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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그래픽 아티스트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렇죠.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들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람과의 교감으로 이루어지는 알렉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아인 씨의 말이었어요. 그런데 통역은 그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말이에요. 그 다음엔 아인 씨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통역을 구했어야 옳잖아요? 그런데 데려온 사람이 맥신 쿠였으니 어이가 없는 일이지 뭐에요. 상처를 받은 경험 때문이라지만 남자를 사귀기 전, 일당 50만 원을 주고 한 달간 뒷조사를 시킨다는 여자와 어떻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인 씨는 나중에 맥신 쿠를 선뜻 포용하지 못한 자신이 촌스럽게 느껴졌다며 반성하는 기색이더군요. 그리고 힘겨운 일정이었던 사막 촬영 현장에서 눈치 없는 맥신 쿠가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된 걸 알아채고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맥신 쿠를 챙기게 된 아인 씨는 마치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다 돌보는 사람 같았습니다. 결국엔 비호감의 절정이었던 맥신 쿠를 호감으로 돌려놓고만 아인 씨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아, 재벌녀 맥신 쿠가 사주려는 옷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칭찬해야 마땅할 일이네요.

이게 정말 리얼리티가 맞느냐고요? 아인 씨가 ‘꼴값’이라고 칭한 그 모든 작업 과정들이 설정일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아인 씨의 말과 눈빛과 표정은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Mnet이 저를 세뇌시키는 데에 실패했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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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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