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신세경. 큰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世炅. 세상의 빛이란 뜻이다.
1990년 7월 29일생. 벌써 스무 살이다!
서태지 솔로 앨범 포스터로 데뷔 했다. 당시 일들은 몇 가지 이미지로 기억이 나는데, 극비로 진행됐던 프로젝트라서 나는 오디션보고 촬영하는 내내 감기약 광고인 줄 알았다. 슬픈 음악 틀어 놓고 할아버지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울면서 찍었던 게 생각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고, 영화 <어린 신부>를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연기하는 것에 매료당했다.
집에 있을 때는 영화를 정말 많이 본다. 좋아하는 영화는 보고 또 보는데, 최근에 반했던 영화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집에 나만의 노트가 있다. 좋아하는 영화의 컷을 잘라서 붙여놓고 책의 구절도 기록해 놓는다. 프랑소와즈 사강을 읽을 때는 거의 다 베껴 쓰다시피 했었다. 참, 사강을 좋아하는 조제가 나오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정말로 좋아하는 영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역시 에쿠니 가오리다. 최근작 <좌안>도 벌써 읽었다. 얼마 전에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도 빠지고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프로그램 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 실패 했다.
솔직히 아이돌 가수에 흥미를 가진 적은 거의 없었다. 항상 또래보다 조금 조숙한 편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지금 키로 자랐었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셈이었으니까, 완전히 고릴라였다. 하하하. 성장이 좀 빨라서 그랬던 것 같다.
SBS <토지>를 찍을 때는 이종한 감독님이 나를 매일 방송국에 불러서 연기 연습을 시키셨다. 집이 목동이었는데, SBS 신사옥이 목동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오감도>를 찍을 때는 회 차도 적고, 베드신 외에 특별한 연기가 없어서 즐겁게 작업 했다. 특히 감독님이랑 연출부 언니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기쁘다. 나중에 영화 연출을 하는 게 꿈인데, 그 얘기를 들은 오기완 감독님이 그때가 되면 내 데뷔작의 조연출을 해 주겠다고 약속 하셨다.
MBC <선덕여왕> 현장에서 아역들끼리 있으면 내가 제일 왕언니였다. (남)지현이나 (이)현우나 다들 워낙 똑똑해서 내가 리드할 것도 없었다. 다치면 걱정해 주는 정도였지. 특히 지현이는 밝고, 착하고, 똑 부러지고 정말 모자란 게 없는 아이라서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현이 어머니가 현장에 같이 다니셨는데 늘 나까지 챙겨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고.
어린 김유신이 천명에게 “공주님의 화랑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내가 방송으로 봐도 두근거리더라. 하하하. 촬영 할 때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역시 음악이 깔리니까 달라지는 것 같다. 실제로 현우는 친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 “누나, 안녕하세요?”하고 존댓말을 했는데, 영락없는 아가다.
처음 캐스팅 되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미실과 대립하는 인물이니까. 주변에서도 고현정과의 대결인데 지면 안 된다고 응원하기도 했고, 누구는 고현정이니까 져도 괜찮다고 하기도 했었다. 연기 할 때는 천명에게 미실과 대립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니까, 그것만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그런데 현장에서 고현정 선배님은 사실 굉장히 재미있고 털털하신 분이다.
베일을 쓰고 나오는 신이 많았는데, 그게 보기보다 가볍다. 연기할 때도 처음엔 표정을 과장해야 하나 고민 했는데,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할 것을 주문하시더라. 고생을 많이 한 건 조명 팀이었다. 내가 베일을 쓰고 등장하면 다들 얼굴 표정이 변할 정도였으니까.
벼랑에서 천명이 덕만을 붙들어주는 장면을 찍을 때는 실제로 절벽에서 와이어를 달고 촬영 했다. 감독님이 리얼리티를 추구하셔서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나와 지현이가 직접 소화 했다. 절벽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니었는데, 계속 살수차에서 물을 강하게 뿌려대니까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덕만이 정말 힘들어 했다. 그 얼굴을 나만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많이 아팠고.
얼굴을 다친 적이 있는데, 두 손을 포박장한 채로 하종군에게 쫓겨 도망가는 장면이었다. 말이 동선을 잘못 와서 넘어졌는데 손이 묶여 있으니까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 거다. 얼굴에 흉하게 딱지가 앉아서 아빠가 우리 딸 어쩌냐고 눈물 흘리시고 그랬다. 지금도 손톱이며 다리며 아직 엉망이다. 오늘 새 별명이 생겼는데, 흉세경이란다. 하하하.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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