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유아인 / 사진=텐아시아DB
이병헌, 유아인 / 사진=텐아시아DB
애제자에 꺾인 이병헌·나락 보낸 제자 찾은 설경구…청출어람 혹은 막상막하[TEN스타필드]
《김지원의 콘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시대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떠오르는 해가 있다면 지는 해도 있기 마련이다.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제자가 나지만, 일인자의 자리는 하나뿐. 스승과 제자라고 할지라도 그 자리를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 숙명이다. 바둑 레전드로 꼽히는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승부'가 개봉하는 가운데, '청출어람 혹은 막상막하'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를 그린 작품들이 화제다.
26일 개봉하는 '승부'는 세계 바둑 대회에서 한국 프로바둑기사 최초로 우승자가 된 조훈현과 바둑 역사상 최연소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이창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9일 시작해 매주 2편씩 공개 중인 디즈니+ '하이퍼나이프'도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퍼나이프'는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공개 이튿날인 21일 기준 한국 디즈니+ 콘텐츠 종합 순위 1위에 등극했다.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포르, 터키 등 5개국에서는 콘텐츠 종합 순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화제성 분석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지표 펀덱스에서는 '하이퍼나이프'가 3월 3주 차 TV-OTT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외화 '위플래쉬'는 10주년을 기념한 재개봉작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재개봉 기간(이달 12일~24일 기준) 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지난 24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였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2위였던 '미키17'이 각각 평일 관객 수 1만3000명을 웃돈 것을 감안하면 10년 전 작품에게 7만이라는 수치는 적지 않다.
'승부' 스틸.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승부' 스틸.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승부'(2025) | 극장 개봉'승부'는 조훈현이 동고동락한 지붕 아래 살며 키운 제자 이창호에게 정식 첫 대결에서 패배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병헌이 조훈현을, 유아인과 김강훈이 이창호를 연기했다.

제 손으로 호랑이 새끼를 키워낸 조훈현, 그에게 배우면서도 자신만의 기풍을 만들어가는 이창호. 제자에게 패배한 뒤 방황하다가 다시 타개해가는 조훈현, 스승에게 이기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아도 지기 싫은 이창호. 스승과 제자에서 승부사 대 승부사로 맞붙는 둘의 대국이 긴장감 넘친다. 냉혹한 바둑판 안의 세계와 인간미 넘치는 바둑판 밖의 세계를 보는 재미도 있다.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주인공 유아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리스크가 흥행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하이퍼나이프' 포스터. / 사진제공=디즈니+
'하이퍼나이프' 포스터. / 사진제공=디즈니+
'하이퍼나이프'(2025) | 디즈니+'하이퍼나이프'는 촉망받던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존경하던 신경외과의 스승 덕희(설경구 분) 때문에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 세옥은 수술의 스릴을 즐기는 인물로, 의사 면허 박탈 후 불법 수술장에서 '섀도우 닥터'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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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세옥을 찾은 스승 덕희는 세옥의 불법 수술을 묵인하고 미국 병원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뇌 수술을 의뢰한다. 세옥은 "신경 하나만 잘못 건드리면 그 손 아예 못 쓰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지만 덕희는 "니 자존심에 수술 미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맞받아친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스승과 제자. 서로를 죽일 듯 미워하면서도 살기 위해선 서로가 필요한 두 사람. 애증으로 뒤엉킨 천재 스승과 천재 제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위플래쉬' 포스터. / 사진제공=콘텐츠판다, NEW
'위플래쉬' 포스터. / 사진제공=콘텐츠판다, NEW
'위플래쉬'(2015) |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위플래쉬'는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 앤드류가 교수 플레쳐가 이끄는 밴드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음악 영화. 10주년을 기념해 최근 재개봉, 극장에서도 상영 중이다.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에 다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앤드류는 어느 날 교내 최고의 밴드를 이끄는 플레쳐 교수에게 발탁돼 밴드에 합류한다. 플레쳐 교수는 연습실 밖에서는 인자하지만 연습실 안에서는 무자비한 이중적 면모를 보인다. 플레쳐는 완벽한 연주에만 집착하며 학생 앤드류에게 폭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수치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플레쳐의 교육 방식에 점점 매몰되던 앤드류. 교통사고 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참여한 밴드 경연에서 엉망진창인 연주를 선보인 후 플레쳐와 손절하게 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플레쳐와 협연하게 되는데, 무아지경에 다다른 연주를 성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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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향한 광기를 보여주는 제자와 완벽을 향한 집념을 보여주는 스승 간 신경전, 그리고 성장이 관전 포인트다. 제자를 가스라이팅하는 플레쳐 교수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이 보기 불편하다는 후기도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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