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의 눈물은 4년째 닦이지 않고 있다 [TEN스타필드]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엔터 업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구하라법 제정이 또다시 좌절됐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 하루 전 열린 마지막 본 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구하라는 최근 재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전말이 알려지면서다.

구하라는 성범죄 피해자다. 당시 전 남자친구가 '리벤지 포르노'로 고인을 협박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공론화한 것은 비슷한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를 위해 구하라는 행동했지만, 사회는 여전히 구하라를 위해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9일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된 가운데, '구하라법'이 결국 본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법이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않았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하라는 2019년 11월 24일 사망했다. 이후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했다. 구하라의 모친은 고인이 9살 때 집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인과 오빠는 친척 집을 떠돌며 자라야 했다.

이후 모친이 나타나 고인의 상속권을 주장하자 고인의 오빠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소송을 제기해서 친모는 상속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친부에게 60%, 친모에게 40%의 상속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故 구하라의 눈물은 4년째 닦이지 않고 있다 [TEN스타필드]
오빠는 '어린 자녀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 청원을 넣었고, 이를 계기로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에서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의 전말이 구하라로부터 밝혀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영국 BBC 뉴스코리아가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당시 구하라는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인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에게 아는 사실을 말하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구하라가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이유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였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전해졌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행동하기 어려웠을 터. 고인의 가치관과 삶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재평가하고 있다.

'구하라법'이 4년간 국회에 계류된 것은 "급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예인으로서는 약점이 될 수 있는 '포르노 당사자'가 되더라도 사회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목적하에 '버닝썬 게이트'를 알린 구하라. 고인이 사망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사회는 고인을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관련,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에게 구하라는 구하라법으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구하라법은 고통의 산물이다. 억울하게 이용당한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