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다큐와 예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진감도 없고, 웃음도 없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은 1%대까지 추락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잘 나가자 호기롭게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시작한 JTBC '마녀체력 농구부'의 현주소다.
지난 22일 방송된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 6회에서는 '위치스'가 창단 9개월 차 인천대 여자농구 동아리 '스타트 W'와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 '위치스'는 두 자릿수 득점을 노렸지만, 8:21로 아쉽게 패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고수희, 옥자연, 허니제이 등 일부 선수들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팀 '위치스'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마녀체력 농구부' 프로그램 자체는 하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시청률부터 회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첫 방송 된 '마녀체력 농구부'는 시청률 3.3%로 비교적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2회 2.2%, 5회 1.8%, 6회에 1.5%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7월 첫 방송 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은 첫 회 6.3%의 시청률로 시작해, 현재 7~8%를 유지하고 있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지난 12월 최고 9.5%를 찍기도 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2월 JT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서 시청자 위원들은 '마녀체력 농구부'가 '골때리는 그녀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마녀체력 농구부'는 '운동을 멀리했던 운동 꽝 언니들의 생활체육 도전기'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 앞서 시작한 '골때리는 그녀들' 역시 "축구 우리도 할 수 있어"라며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이라는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일 땐 방송사를 불문하고 비슷한 포맷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생겨났고, 먹방, 쿡방, 여행 등 트렌드를 쫓아 베끼듯 예능을 만들어 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녀체력 농구부'가 '골 때리는 그녀들'을 따라나선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골때리는 그녀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 시청자 위원도 회의록에서 "'마녀체력 농구부'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아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 위원은 "첫 회에서 문경은 감독은 너무 다큐더라. 코트에선 심장이 뛰는 분인데 출연자들이 너무 예능이었던 거다. 이들 사이에서 눈높이가 안 맞았던 모습이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니까 보기에 불편했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이 체육복하고 관련 없는 옷들을 입고 나오고, 가방을 메고 농구를 한다고 하고, 느닷없이 패션쇼를 선보이더라. 또 그런 모습 등이 너무 수다스럽다며 코치진이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라고 했다.
임정아 예능 EP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스포츠 트렌드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이 인정된다. 뒤늦게 하다 보니 아류가 되는 느낌이 있다"라며 "여성성이 강조되거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우려에 대해 제작진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22일 방송에서는 평소 '농구광'이라는 김신영이 용병으로 투입됐다. 그는 경기 시작 전 현란한 드리블 실력과 안정적인 슛 동작 등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송은이와 시종 '개그 케미'를 뽐내며 웃음을 줬다. 장도연까지 합세해 예능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했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골때리는 그녀들'이 리얼한 현장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해설 역시 합이 맞지 않았다. 스포츠 예능의 재미는 '해설'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골때리는 그녀녀들'의 경우 '월드컵'을 중계하는 배성재 캐스터와 '입담의 1인자'로 꼽히는 이수근이 합을 맞춰 적재적소에 재미있는 멘트를 던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에 '마녀체력 농구부'는 뒤늦게 '올림픽 스타 해설위원'인 배우 박재민을 투입 시켰다. 그러나 '생활 체육'을 표방하는 '마녀체력 농구부'에서 박재민은 전문용어를 쏟아내며 몰입감을 떨어트렸다. 제작진은 자막을 이용한 보충 설명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박재민 특유의 선수 TMI 해설이 많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다수의 '농알못'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연출이었다.
애초부터 '마녀체력 농구부'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농구에 '풋내기'인 여성 연예인들의 성장기를 그려나갈 심산이었다. 노장인 송은이의 허슬 플레이부터 골 밑을 사수하기 위해 집념을 드러내는 고수희까지, 점점 더 '농구'에 진심을 보이는 모습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선수들처럼 더디게 성장하면 안 된다. 하루빨리 '골때녀 아류작'이라는 껍질을 벗겨내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청자가 외면하면 출연진들의 성장은 무의미하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다큐와 예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진감도 없고, 웃음도 없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은 1%대까지 추락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잘 나가자 호기롭게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시작한 JTBC '마녀체력 농구부'의 현주소다.
지난 22일 방송된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 6회에서는 '위치스'가 창단 9개월 차 인천대 여자농구 동아리 '스타트 W'와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 '위치스'는 두 자릿수 득점을 노렸지만, 8:21로 아쉽게 패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고수희, 옥자연, 허니제이 등 일부 선수들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팀 '위치스'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마녀체력 농구부' 프로그램 자체는 하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시청률부터 회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첫 방송 된 '마녀체력 농구부'는 시청률 3.3%로 비교적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2회 2.2%, 5회 1.8%, 6회에 1.5%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7월 첫 방송 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은 첫 회 6.3%의 시청률로 시작해, 현재 7~8%를 유지하고 있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지난 12월 최고 9.5%를 찍기도 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2월 JT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서 시청자 위원들은 '마녀체력 농구부'가 '골때리는 그녀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마녀체력 농구부'는 '운동을 멀리했던 운동 꽝 언니들의 생활체육 도전기'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 앞서 시작한 '골때리는 그녀들' 역시 "축구 우리도 할 수 있어"라며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이라는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일 땐 방송사를 불문하고 비슷한 포맷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생겨났고, 먹방, 쿡방, 여행 등 트렌드를 쫓아 베끼듯 예능을 만들어 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녀체력 농구부'가 '골 때리는 그녀들'을 따라나선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골때리는 그녀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 시청자 위원도 회의록에서 "'마녀체력 농구부'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아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 위원은 "첫 회에서 문경은 감독은 너무 다큐더라. 코트에선 심장이 뛰는 분인데 출연자들이 너무 예능이었던 거다. 이들 사이에서 눈높이가 안 맞았던 모습이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니까 보기에 불편했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이 체육복하고 관련 없는 옷들을 입고 나오고, 가방을 메고 농구를 한다고 하고, 느닷없이 패션쇼를 선보이더라. 또 그런 모습 등이 너무 수다스럽다며 코치진이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라고 했다.
임정아 예능 EP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스포츠 트렌드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이 인정된다. 뒤늦게 하다 보니 아류가 되는 느낌이 있다"라며 "여성성이 강조되거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우려에 대해 제작진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22일 방송에서는 평소 '농구광'이라는 김신영이 용병으로 투입됐다. 그는 경기 시작 전 현란한 드리블 실력과 안정적인 슛 동작 등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송은이와 시종 '개그 케미'를 뽐내며 웃음을 줬다. 장도연까지 합세해 예능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했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골때리는 그녀들'이 리얼한 현장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해설 역시 합이 맞지 않았다. 스포츠 예능의 재미는 '해설'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골때리는 그녀녀들'의 경우 '월드컵'을 중계하는 배성재 캐스터와 '입담의 1인자'로 꼽히는 이수근이 합을 맞춰 적재적소에 재미있는 멘트를 던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에 '마녀체력 농구부'는 뒤늦게 '올림픽 스타 해설위원'인 배우 박재민을 투입 시켰다. 그러나 '생활 체육'을 표방하는 '마녀체력 농구부'에서 박재민은 전문용어를 쏟아내며 몰입감을 떨어트렸다. 제작진은 자막을 이용한 보충 설명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박재민 특유의 선수 TMI 해설이 많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다수의 '농알못'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연출이었다.
애초부터 '마녀체력 농구부'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농구에 '풋내기'인 여성 연예인들의 성장기를 그려나갈 심산이었다. 노장인 송은이의 허슬 플레이부터 골 밑을 사수하기 위해 집념을 드러내는 고수희까지, 점점 더 '농구'에 진심을 보이는 모습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선수들처럼 더디게 성장하면 안 된다. 하루빨리 '골때녀 아류작'이라는 껍질을 벗겨내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청자가 외면하면 출연진들의 성장은 무의미하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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