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꼼수다>의 분노,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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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는 프로야구 ‘편파해설’의 자세로 진행하는 ‘위키리크스’ 같다. 진행자들은 ‘가카’ 이명박 대통령과 그 관계자들에게 ‘엿’을 먹인다며 농담 따먹기 하듯 낄낄거리지만, 그 ‘엿’들은 ‘가카’를 질식시킬 만큼 목구멍에 찰싹 달라붙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부지 구입관련 의혹, 나경원 서울 시장 후보를 비판한 네티즌에 대해 현직 판사인 나경원 후보의 남편이 검찰 관계자에게 기소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를 통해 제기됐다. 청취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온갖 비리 의혹을 나열한 뒤 “우리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죠!” 같은 진행자들의 말에 웃다 그들이 폭로하는 ‘그레이트 빅 엿’들에 가려진 진실을 아는 쾌감을 느낀다.

정치를 만나 폭발한 ‘편파해설’
[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꼼수다>의 분노,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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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청취자가 듣는 이 시사쇼의 대중성은 MBC 의 ‘라디오 스타’를 연상시키는 예능적인 재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에서 나온 발언들이 기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토크에 담긴 정보의 중요성 때문이다. 예능적인 재미와 풍성한 정보의 결합은 완벽한 시사 프로그램의 탄생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 재미는 ‘가카’와 주변 인물들을 신나게 조롱하는데서 비롯된다. 진행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한미 FTA 관련 연설을 할 당시 풍경에 대해 미국 의원들은 연설을 TV로 지켜보곤 하기 때문에 현장에 많이 나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며 비웃는다. ‘가카’로 상징되는 의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 사안이 아닐지라도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경원 후보가 2캐럿 다이아몬드를 700만 원짜리라고 신고한 걸 폭로하는 건 팩트의 문제다. 하지만 곧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검소함을 칭찬하며 누구를 지지해야할지 유도하는 건 선동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 선대 위원장이 진행자 중 한 명이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출연하자 “적진”에 왔다는 표현을 쓰는 진행자들의 방송. 프로야구 ‘편파해설’은 각 팀의 팬만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는 ‘편파해설’의 어법이 정치적 폭발력과 결합했다. 시원하지만 공정하지는 않고, 폭발적인 만큼 위험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연설을 했던 외국 정상 중 이명박 대통령이 45번으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먼저 보도한 건 몇몇 보수 언론들이다. 가 대통령의 정치적 언행과 상관없는 부분으로 대통령을 비웃었다면, 몇몇 언론들 역시 ‘꼼수’를 써서 대통령을 띄운다. 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김어준은 인터뷰에서 “의 메시지의 가장 큰 덩어리는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라고 말했다. 과연 기존 언론들은 가 터뜨리는 사실들을 아무 것도 몰랐을까. 왜 MBC 같은 시사 토크쇼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한진 중공업 문제 등을 다루던 KBS 의 ‘시선 600’은 외주 제작으로 넘어간다는 말이 들릴까. 왜 YTN 과 MBC 은 예전처럼 방송 분량이 인터넷에서 잘 돌아다니지 않을까. 김어준은 청취율과 상관없이 6개월만에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라는 용광로에서 끓어오른 분노
[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꼼수다>의 분노,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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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편파해설’의 태도로 ‘위키리크스’급 정보를 터뜨리게 된 건 그만큼 제도권의 언론이, 또는 진실을 밝히는 사회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 제도권 언론에서 가능했다면, 이 프로그램의 문제들은 제도권 언론이 가져야할 공정성의 필터를 통해 개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 국회의원, 시사평론가, 기자, 유명 언론인이 팟 캐스트를 통해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코미디같은 시대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해적 방송을 낳았다. 그래서, 의 문제와 한계는 단지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주는 정치적 입장과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을 ‘적’으로 분류하고, 그들을 인격적으로도 조롱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만큼 그 외의 사람들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는 애초에 지지자들끼리 웃고 즐기는 것이 적당한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이 프로그램은 한나라당과 반 한나라당, 또는 ‘천사’와 ‘악마’를 더욱 선명하게 가르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전선이 명확해지는 만큼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거나, 사회적 통합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승리냐 패배냐의 구도가 명확해지고, 어느 쪽이든 상대방 진영의 특정 개인에 대한 분노가 강화된다.

제도권 언론도 아니고, 공정한 척 하지도 않았던 가 사회 통합이나 대의를 위해 움직일 이유는 없다. 정확한 팩트로 상대를 공격하고, 팩트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지면 된다. 다만, 를 들으면 나경원 후보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이 세상을 바꿀 첫 걸음인지는 알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오락은 정치인의 법적, 도덕적인 검증에서 나오지 정치적인 정책 검증에서 나오지 않는다. 분노는 있지만 분노를 넘어설 희망을 찾아주지는 않는다. 의 의의는 미디어가 중립적이지 않아도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 같은’ 검증으로 후보자의 도덕성을 따져볼 수 있고, 후보자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 과정에서 바로 지금에 대해 환기하게 하는 것이 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그리고, 의 100만이 넘는 청취자들은 그 때부터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분노를 그저 조롱과 욕으로만 끝낼 것인가, 아니면 그 분노를 넘어, 를 넘어 희망을 찾기 위한 발전적인 에너지로 삼을 것인가.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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