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여섯, 악기를 하나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도 최소한 셋은 있어야 기타, 베이스, 드럼이 갖춰진 밴드의 모양새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KBS 의 예선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로 톡식은 언제나 단 둘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등장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16강전 무대에서 화려하고, 숨 가쁘고, 스타일리시하게 편곡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선보이자 사람들이 더 이상 톡식에게 ‘두 사람 치고는’ 혹은 ‘어린 나이 치고는’이라는 전제를 붙이지 않게 되었다. 한계인줄 알았던 특징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무대에는 음악이 남는다. 거기서부터 밴드의 승부가 시작된다.
“‘나 어떡해’는 천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둘로 넷, 다섯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네다섯 배 분주히 움직이면 될 일이다. 그래서 김슬옹은 ‘나 어떡해’에서 끊임없이 드럼 셋의 모든 부분을 연주하며 리듬을 만들어낼 만큼 다이내믹한 주법을 선보이는 틈틈이 카오스 패드를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김정우는 기타에 이펙터를 주렁주렁 달고도 모자라 간주 부분에는 직접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한다. 게다가 둘의 의욕이 만들어낸 편곡은 멜로디의 구절마다 드럼 라인이 계속 바뀔 정도로 까다롭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당연히 밴드의 일과는 연습과 연습으로 채워져 있다. “저희는 무대 매너까지도 합주라고 생각해요. 손동작은 말할 것도 없고 정우 형이 중간에 앉았다 일어나는 부분은 200번 가까이 연습 했어요”라는 김슬옹의 말에서는 일말의 승부욕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나 어떡해’는 천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 김정우를 보면서 이들이 승부를 걸고 있는 대상에 대해 어렴풋하게 깨닫게 된다. “를 하기 전부터 저희는 진짜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지난 1년 동안 합주를 쉰 날은 추석, 설날 딱 이틀뿐이었거든요. 심지어 저는 대학교 입학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여행을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네요”(김정우)라니, 청춘의 가장 반짝이는 날들을 연습실에 차곡차곡 모아둔 두 사람이 무대가 눈이 부신 것은 어쩌면 당연한 보상인 것이다.
그러나 무대는 구구절절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방송은 매주 나오지만, 사실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주어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줘야 하는 거죠”(김슬옹)라는 말처럼 승부에서 이기지 않으면 다음 무대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들은 무수한 연습의 날들을 단 하나의 노래로 잘 다져 객석을 향해 던져야 한다. 톡식이 자신들의 노래를 치밀한 극으로 구성했노라 고백하는 이유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모든 게 계산에 들어 있는 거였죠. 시작하는 ‘안녕하세요’부터 마치는 ‘감사합니다’까지 다 노래에 포함된 요소였어요. 그리고 연주에 집중하다보면 무대가 정적으로 보이기 쉬운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면 한 번씩 동작을 보여줘야 해요. 그럴 때 전 무조건 드럼 앞으로 가서 같이 동작을 해요. 더 크게 보일 수 있도록”이라고 김정우가 풀어 놓으면 김슬옹이 마치 무대에서 주고받던 호흡처럼 장단을 맞춘다. “패션도 저희는 각자 알아서 입지 않아요. 옷, 메이크업도 다 음악의 일부니까요. 심지어 남궁연 코치님은 저도 정우 형처럼 아이라인을 그리라고 조언 해 주기도 하셨어요. 밴드니까 같이 연속성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오기의 힘을 믿는 소년들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어려운 일 투성이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단 둘이 무대를 만들어가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유니크함 때문에 2인조를 선택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계를 넘어서 두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 한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김정우가 웃자, 김슬옹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오기가 있으니까요.” 불가능을 의심하는 것은 도전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오기의 힘이다. 그리고 까만 눈을 빛내며 “주몽이 왜 알에서 태어났겠어요?”라고 묻는 김슬옹을 보며 이들의 승부가 제법 큰 링 위에서 펼쳐 질 것을 예감한다. “사실 주몽도 누구의 자식일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알에서 태어났다잖아요. 시초가 되려고 그런 거죠. 우린 이미 우리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생각을 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알은 깨어졌고, 소년들은 무대에 올랐다. 그들이 발 디딘 곳이 고구려만큼 넓은 땅으로 자라나기를, 지금 기도해 줄 것은 그것 밖에 없겠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나 어떡해’는 천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둘로 넷, 다섯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네다섯 배 분주히 움직이면 될 일이다. 그래서 김슬옹은 ‘나 어떡해’에서 끊임없이 드럼 셋의 모든 부분을 연주하며 리듬을 만들어낼 만큼 다이내믹한 주법을 선보이는 틈틈이 카오스 패드를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김정우는 기타에 이펙터를 주렁주렁 달고도 모자라 간주 부분에는 직접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한다. 게다가 둘의 의욕이 만들어낸 편곡은 멜로디의 구절마다 드럼 라인이 계속 바뀔 정도로 까다롭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당연히 밴드의 일과는 연습과 연습으로 채워져 있다. “저희는 무대 매너까지도 합주라고 생각해요. 손동작은 말할 것도 없고 정우 형이 중간에 앉았다 일어나는 부분은 200번 가까이 연습 했어요”라는 김슬옹의 말에서는 일말의 승부욕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나 어떡해’는 천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 김정우를 보면서 이들이 승부를 걸고 있는 대상에 대해 어렴풋하게 깨닫게 된다. “를 하기 전부터 저희는 진짜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지난 1년 동안 합주를 쉰 날은 추석, 설날 딱 이틀뿐이었거든요. 심지어 저는 대학교 입학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여행을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네요”(김정우)라니, 청춘의 가장 반짝이는 날들을 연습실에 차곡차곡 모아둔 두 사람이 무대가 눈이 부신 것은 어쩌면 당연한 보상인 것이다.
그러나 무대는 구구절절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방송은 매주 나오지만, 사실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주어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줘야 하는 거죠”(김슬옹)라는 말처럼 승부에서 이기지 않으면 다음 무대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들은 무수한 연습의 날들을 단 하나의 노래로 잘 다져 객석을 향해 던져야 한다. 톡식이 자신들의 노래를 치밀한 극으로 구성했노라 고백하는 이유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모든 게 계산에 들어 있는 거였죠. 시작하는 ‘안녕하세요’부터 마치는 ‘감사합니다’까지 다 노래에 포함된 요소였어요. 그리고 연주에 집중하다보면 무대가 정적으로 보이기 쉬운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면 한 번씩 동작을 보여줘야 해요. 그럴 때 전 무조건 드럼 앞으로 가서 같이 동작을 해요. 더 크게 보일 수 있도록”이라고 김정우가 풀어 놓으면 김슬옹이 마치 무대에서 주고받던 호흡처럼 장단을 맞춘다. “패션도 저희는 각자 알아서 입지 않아요. 옷, 메이크업도 다 음악의 일부니까요. 심지어 남궁연 코치님은 저도 정우 형처럼 아이라인을 그리라고 조언 해 주기도 하셨어요. 밴드니까 같이 연속성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오기의 힘을 믿는 소년들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어려운 일 투성이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단 둘이 무대를 만들어가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유니크함 때문에 2인조를 선택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계를 넘어서 두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 한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김정우가 웃자, 김슬옹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오기가 있으니까요.” 불가능을 의심하는 것은 도전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오기의 힘이다. 그리고 까만 눈을 빛내며 “주몽이 왜 알에서 태어났겠어요?”라고 묻는 김슬옹을 보며 이들의 승부가 제법 큰 링 위에서 펼쳐 질 것을 예감한다. “사실 주몽도 누구의 자식일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알에서 태어났다잖아요. 시초가 되려고 그런 거죠. 우린 이미 우리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생각을 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알은 깨어졌고, 소년들은 무대에 올랐다. 그들이 발 디딘 곳이 고구려만큼 넓은 땅으로 자라나기를, 지금 기도해 줄 것은 그것 밖에 없겠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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