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서 비로소 발견하는 좋은 정치" /> 10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가잠성 전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부활의 에피소드라 칭할만하다. 계백(이서진)은 이리라는 이름으로 짐승처럼 살아왔던 모습을 버리고 진짜 이름을 되찾은 채 백제로 귀환하고, 의자(조재현) 역시 죽은 줄만 알았던 계백이 돌아오자 그를 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사력을 다한 싸움을 벌인다. 전투가 끝난 뒤 죽은 자들 가운데서 서서히 일어나는 계백과 의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마무리된 10회의 엔딩신은 그래서 더욱 강렬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채로 “죽기보다 힘든 삶”을 이어왔던 두 사람이 마침내 새로운 생의 드라마를 써나갈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둘의 얼굴이 진흙과 피에 반쯤 가려진 것은 앞으로도 이들의 각성과 성장의 가능성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잠성 에피소드가 더 중요했던 것은 계백과 의자의 각성이 사적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왕자님의 목숨은 귀하고 생구들의 목숨은 천한 것이냐” 묻는 계백에게서는, 황산벌 전투 당시 병사들에게 ‘나라나 왕을 위해서도 아닌 오직 그대들과 그대들의 가족을 위해 살아남으라’던 그 대장수의 모습이 엿보인다. 또한 백제를 위해 싸우자는 말에 “나라가 우리한테 뭘 해준 게 있다고.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또 전쟁터로 내몰릴 거고 그럼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올 거 뻔한 거 아니냐” 반박하는 한 생구의 말에 “저들 말이 틀리지 않다”며 귀담아 듣는 의자는 훗날 현명한 왕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그리하여 저들이 스스로의 생의 의미를 찾고 난 뒤 새로 찾아야 할 과제는, “자신들이 곧 국가”라는 집단에 맞서 평범한 백성 하나하나가 곧 국가이며 그들을 살리기 위한 정치가 좋은 정치임을 깨닫는 것이다. 멸을 향해가는 이야기가 이토록 간절하게 역설적인 생의 가치를 강조한다. 민망하리만치 허술한 전투신 등 완성도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다.
글. 김선영(TV평론가)
가잠성 전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부활의 에피소드라 칭할만하다. 계백(이서진)은 이리라는 이름으로 짐승처럼 살아왔던 모습을 버리고 진짜 이름을 되찾은 채 백제로 귀환하고, 의자(조재현) 역시 죽은 줄만 알았던 계백이 돌아오자 그를 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사력을 다한 싸움을 벌인다. 전투가 끝난 뒤 죽은 자들 가운데서 서서히 일어나는 계백과 의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마무리된 10회의 엔딩신은 그래서 더욱 강렬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채로 “죽기보다 힘든 삶”을 이어왔던 두 사람이 마침내 새로운 생의 드라마를 써나갈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둘의 얼굴이 진흙과 피에 반쯤 가려진 것은 앞으로도 이들의 각성과 성장의 가능성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잠성 에피소드가 더 중요했던 것은 계백과 의자의 각성이 사적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왕자님의 목숨은 귀하고 생구들의 목숨은 천한 것이냐” 묻는 계백에게서는, 황산벌 전투 당시 병사들에게 ‘나라나 왕을 위해서도 아닌 오직 그대들과 그대들의 가족을 위해 살아남으라’던 그 대장수의 모습이 엿보인다. 또한 백제를 위해 싸우자는 말에 “나라가 우리한테 뭘 해준 게 있다고.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또 전쟁터로 내몰릴 거고 그럼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올 거 뻔한 거 아니냐” 반박하는 한 생구의 말에 “저들 말이 틀리지 않다”며 귀담아 듣는 의자는 훗날 현명한 왕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그리하여 저들이 스스로의 생의 의미를 찾고 난 뒤 새로 찾아야 할 과제는, “자신들이 곧 국가”라는 집단에 맞서 평범한 백성 하나하나가 곧 국가이며 그들을 살리기 위한 정치가 좋은 정치임을 깨닫는 것이다. 멸을 향해가는 이야기가 이토록 간절하게 역설적인 생의 가치를 강조한다. 민망하리만치 허술한 전투신 등 완성도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