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연기자로서 일을 잘해서 존경받고 싶지, 남궁민 개인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요. 사적인 걸로 유명세를 타고 싶지도 않고요.” 그 흔한 미니홈피와 트위터도 하지 않는, 말주변이 없어 쇼 프로그램 나가는 것에는 자신이 없는 이 배우는 그래서 <비열한 거리>의 민호로, MBC <어느 멋진 날>의 강동하로, 그리고 마루로 기억될 뿐, ‘연예인’ 남궁민의 얼굴을 남기지 않는다. 단지 민호의 이중적 웃음에서 마루의 다층적인 자아를, 추운석(<부자의 탄생>)의 도시적 감수성에서 마루의 차가운 표정을 떠올리며 배우 남궁민의 진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골라준, 그의 취향에 맞는 잔잔한 노래들은 개인 남궁민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단서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다음의 플레이리스트는 작지만 뚜렷한, 미싱링크를 대체할 연결고리들이다.
“요즘에 제일 많이 듣는 곡”이라며 남궁민이 추천한 첫 번째 곡은 더 원과 태연이 함께 부른 ‘별처럼’이다. “노래를 항상 휴대전화에 넣어서 다니는데 바쁘니까 다 듣지는 못하고 임의재생해서 듣거든요. 그러다 이 노래를 들었는데 굉장히 감성적이라 누구 노래인지 찾아봤어요. 마침 이 노래를 들을 때가 제가 사랑하는 게 잘 안 이뤄졌을 때라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이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도 우리(황정음)를 사랑하는데 잘 안 이뤄졌잖아요. ‘You`re my everything to me’ 이런 가사 좋아요.” ‘별처럼’은 소녀시대의 태연과 그의 보컬 선생님이었던 더 원의 사제 듀엣으로 화제를 모았던 곡으로 ‘그대 안의 블루’, ‘기적’ 등 과거의 좋은 남녀 듀엣곡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새로운 색채를 만들어낸다.
그의 두 번째 추천 곡은 소울스타의 1집에 수록된 ‘바보’다. “목소리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발성에 대해 고민이 많고 더 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 선생님께 발성을 배웠고, 그분을 만나러 갈 때마다 목을 풀려고 부른 곡이에요. 차 안에서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 왠지 저도 그만큼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물론 제 키에 맞는 곡인지 어떤지는 잘 몰라요. 그걸 분간할 능력이 있으면 제가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거겠죠. (웃음) 다만 연기 잘하는 사람을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2퍼센트가 있는 것처럼 이 노래도 그런 2퍼센트가 있어서 좋아하고 따라 불렀던 거 같아요. 사실 이분들이 어떻게 생기셨는지도 모르지만 너무 좋아해요.”
‘그의 플레이리스트’ 코너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뮤지션을 꼽으라면 역시 제이슨 므라즈일 것이다. 남궁민의 유일한 팝 넘버 추천 역시 제이슨 므라즈의 대표곡 ‘I`m Yours’다. “<슈퍼스타 K2>에서 김지수 씨가 오디션 볼 때 불렀던 노래인데 그냥 사랑 노래인가보다 짐작만 하고 해석은 안 해봤어요. 당시 김지수 씨가 ‘초콜릿 드라이브’도 부르시고, 좀 남들 안 부르는 곡을 부르셨잖아요. 그런 모습이 인상 깊어서 이 곡도 기억에 더 남는 거 같아요.” 역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MBC <위대한 탄생>의 조형우도 ‘I`m Yours’를 부르며 합격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기타 반주를 하는 보컬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곡이다. 귀에는 편안하게 들리는 멜로디지만 정작 그 리듬감을 살리기란 쉽지 않은 넘버.
당연한 추천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네 번째 추천 곡은 최근 출연작인 <내 마음이 들리니>의 OST에서 골랐다. “‘그대만이 들려요’라는 OST가 있거든요. 마루의 테마는 아닌 거 같아요. 우리랑 동주(김재원) 만났을 때 많이 깔리고, 저 나올 때 가끔 깔리는데, 이번에 마루 연기를 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래서 눈물 안 나올 땐 이 노래를 들었어요. 사실 전반부에는 우리랑 손바닥 키스도 하고 그러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멜로가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마루 마음속에는 항상 봉우리라는 아이가 있었나 봐요. 노래를 들으면 많이 생각나는 거 같아요.” ‘그대 마음을 난 들을 수 없어’나 ‘내 눈 보고 말해줘’ 같은 가사에서 마루보다는 동주가 연상되는 게 사실이지만 동주와 우리를 보는 마루야말로 ‘내게 안겨서 내 품 가득히 울어도 된다고’라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까 다 잔잔하네요. 이번 <내 마음이 들리니> 촬영을 하며 이런 노래들을 많이 들었어요. 봉마루라는 캐릭터를 위해서는 마음 차분해지는 사랑 노래가 좋았어요. 엄마에게 배신당하고 ‘우리’를 좋아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던, 겉으로 울부짖으면서도 속으로 내재된 슬픔이 있는 캐릭터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차분한 멜로디의 곡 위주로 추천한 그의 마지막 플레이리스트는 포맨의 ‘Baby Baby’다. “한동안 아침에 깨고서 일어날 때까지 틀어놨던 곡이에요. 좀 바빴던 시기였거든요.” 포맨 특유의 소울 스타일 발라드로 전반부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는 정말 아침을 함께 맞으면 좋을 맑고 서정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앞서 미싱링크 이야기를 했지만, <비열한 거리>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증명하고, <뷰티풀 선데이>로 주연까지 맡았던 그에게 군 복무는 원치 않게 견뎌야 했던 실질적인 단절의 시간이었다. 연기적으로 “쫙 풀렸던 몸”은 다시 굳었고, 복귀작인 <부자의 탄생>에서는 원하는 백 퍼센트를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마루의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품는 건, 제법 마음고생이기도 했지만 냉각되어 있던 배우의 몸과 마음을 예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월요일에 촬영을 나가 일요일에 들어오는 고된 스케줄을 이제 막 끝냈으면서도 빨리 새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본인을 위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반가운 소식인 건 그래서다. 오직 작품만으로 증명될 남궁민의 연기적 진화를 어서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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