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성형’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생김새가 어찌됐든 야구만 잘하면 이 시대 최고의 미남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KBO의 꽃, 이범호가 있는 반면 얼굴로 야구했다면 진작에 ‘형저메’가 되고도 남았을 이들도 있다. 물론 야구가 얼굴로 하는 스포츠인 것은 아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여성 팬들도 역시 선수 얼굴만을 보러 한 여름 뙤약볕에 야구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력이 혹은 운이 다소 부족해 아직 그 이름을 많이 알리지 못했지만 오직 야구를 사랑해서, 푸른 잔디 위에 서는 것이 좋아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숨은 미남 선수를 발굴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지 않을까. 작고 귀엽거나, 눈웃음이 예쁘거나, 뽀얀 베이비 페이스거나, 숨 막히는 바디의 소유자인, 아이돌 못지않은 개성과 미모로 무장한 8개 구단 대표 얼굴들을 여기 소개한다.김선빈, 광주 시내를 휩쓰는 무등 메시의 사복 간지
1989년생. 165cm, 70kg.
기아 타이거즈 내야수. 백 넘버 3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하며 타 팀 팬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 기아 타이거즈지만, 옥에 티라고 할까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미남 야구 선수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다들 어찌나 타이거즈의 늠름한 기상을 이어 받았는지… 하지만 기아스럽지 않은 외모로 여심을 자극하는 이가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국내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 ‘무등 메시’ 김선빈이다. 다른 선수들과 나란히 있으면 수사가 아니라 진짜 머리 하나가 작은 김선빈이지만 이 아담한 체구로 홈런을 치고, 놀라운 점프로 타구를 잡아내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물론 김선빈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쭉 뻗어 그의 ‘폴짝 하이파이브’를 유도하며 놀리는 맛도 최고다. 김선빈은 화순고 재학 시절 천재 4번 타자로 불렸고 강한 어깨로 투수로도 활약했지만 작은 키로 인한 낮은 릴리스 포인트 때문에 투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를 악 물고 열심히 훈련해 핸디캡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김선빈은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결국 내야안타를 만들어낸다. 지난 7월 5일 넥센전에서 수비 도중 강습 타구에 맞아 콧대와 잇몸이 내려앉는 큰 부상을 입어 생애 첫 올스타 무대에 뽑히고도 영예의 무대에 서지 못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김선빈 선수, 얼른 나아 멋진 경기는 물론, 쇼핑몰 화보 사진을 보는 듯 간지 나는 사복 패션을 보여 주세요! 이우선, 도톰한 그 입술에 마음이 선덕 선덕
1983년생. 177cm, 78kg.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백 넘버 42
든든한 모기업 덕분에 연봉 많이 주고, 시설 좋고, 심지어 2군 식당 밥도 럭셔리하다고 소문난 삼성 라이온즈. 2009년 정규시즌을 5위로 마감하며 아쉽게 놓쳤지만 1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과 4회 우승의 위엄을 달성한 명문구단이지만, 역시 윤태자 윤성환, 아기 사자 정인욱 등을 제외하면 얼굴로 내세울만한 선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던 2009년 6월의 어느 날, 부상당한 안지만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동시에 선발로 나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인 낯선 미남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이우선. 이름도 세련된 이 남자의 서글서글한 눈매와 두툼한 입술, 하얀 피부는 배우 차태현과 진구를 적절히 섞어놓은 듯하다. 하지만 깔끔한 외모와 달리 이우선은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상무에 입단했던 그는 2009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 해 2군 남부리그 다승왕을 하며 코칭 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우선은 지저분한 볼끝으로 흑마구 전병호의 후계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막강 불펜 라인업을 보유한 삼성에 있는 탓에, 이번 시즌은 패전처리조 혹은 불펜B조에서 임무를 다 하고 있다. 이우선 선수, 권혁, 안지만, 정현욱을 제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후반기에는 이기는 경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이한진, 금성무와 다니엘 헤니가 요기잉네!
1983년생. 190cm, 90kg.
SK 와이번스 투수. 백 넘버 11
SK 와이번스는 야구를 잘 한다. 삼성 못지않게 든든한 모기업 덕에 연봉도 많이 받고, 여러 차례의 우승으로 상금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일까. 세련된 수도권 미남들도 많다. KBO의 아이돌 김광현, 실력과 외모를 맞바꾼 풍류남아 송은범, 모자미남 정우람, 볼매 전병두까지. 그리고 최종병기, 얼굴 종결자, 이한진이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깎은 듯 날카로운 턱선, 190cm의 훈훈한 기럭지까지 모델 뺨치는 외모로 대학 시절 패션 업계 스카우터가 찾아오게 만든 이한진은 장동건, 주진모 계열의 정석 미남이다. 큰 키에 팔도 유난히 긴 체형이라 국내 브랜드 옷을 입을 수 없을 정도인 그지만 날 때부터 지금 같은 몸은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탓에 고등학교 시절 하루에 여섯 끼씩 먹고 자기 전 삼겹살, 빵, 우유 등을 토하기 직전까지 먹으며 3개월만 20kg을 찌워 겨우 만든 것이 지금의 이한진. 정작 본인은 얼굴로 야구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괴로워 잘 생겼다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고. 큰 키에 드물게 언더에 가까운 사이드 암 투수인 이한진은 2009년 공을 뿌리는 오른손에 혈행장애(앉았다가 일어서면 저린 감각이 손끝에 느껴지는 것)가 와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올 시즌 얼굴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던 이한진 선수, 곧 마운드에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심수창, 야구선수야? 시구자야?
1981년 생. 185cm, 83kg.
LG 트윈스 투수. 백 넘버 67
야구 경기를 보다, 미남을 발견하면 일단 LG 트윈스 선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캐넌 김재현, 미스터LG 서용빈, 쿨가이 박용택, 슈퍼소닉 이대형, 오지배 오지환 등 대대로 잘 생긴 선수를 다수 보유한 LG는 “얼굴에 LG라고 쓰여있네”, “LG스러운 얼굴이네”라는 평을 들을 정도. 그 중에서도 “이게 심수창이야 연예인이야”라는 말을 듣는 심수창의 미모는 독보적이다. 하지만 올해 심수창의 그 잘생긴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지난 7월 21일 넥센전, 4회 1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5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후속투수가 역전주자를 들여보내며 패전투수가 된 심수창. 그 날의 패배로 그는 개인통산 최다 연패(17연패)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물론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경기도 있지만, 잘 던진 날은 불펜이 불 지르고,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다음 회 바로 타선이 폭발하는 등 유난히 운이 없었던, ‘불운의 아이콘’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LG의 신 연봉제로 인해 전년대비 60% 삭감된, 겨우 3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그에게 일부 팬들은 “연예계로 진출해도 그것보단 더 받겠다”고 하지만, KBO의 얼굴 에이스를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즌 초, 본인 승수는 못 쌓아도 심수창만 올라오면 팀은 무조건 이기는 ‘승리의 남신’이었던 심수창 선수, 당신의 그늘진 얼굴에 눈치 없이 설레는 무심한 팬의 마음 따위 무시하고, 후반기에 10승 갑시다! 고원준, 역시 남자는 서울에서 (사) 와야 하나!
1990년 생. 182cm, 83kg.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백 넘버 17
미남 야구선수?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8개 구단 중 최고의 열혈 팬을 보유한 롯데 자이언츠는 안타깝게도 잘생긴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거인의 심장 이대호와 99마일의 사나이 강민호, 정신적 지주 조성환이 있지만, 이들은… 야구를 잘 한다. 그런데 2009년 두산 베어스에서 모셔 온 홍성흔의 등장으로 롯데에도 미남의 서광이 비치는가 싶더니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데려 온 고원준의 등장으로 사직 아재들이 점령한 야구장에 부산 아가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뽀얀 찹쌀떡 같은 베이비 페이스 자체로도 합격점이건만 고원준은 얼굴 나이, 실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마운드에 서면 베테랑 투수 같은 든든한 배짱과 능구렁이 같은 노련함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시즌 초, 마무리로 낙점되었으나 시도 때로 없이 불려 나와 혹사, 노예 논란을 겪는 그를 보며 롯데 팬은 물론 넥센 팬들도 “부잣집에 양자로 보냈더니 궂은 일만 하는 신데렐라가 되었구나”라며 자조하게 만든 아픈 손가락이다. 물론 기아전 승률 1.000, 방어율 0.00을 기록해 기아 팬들에게는 눈엣가시지만. 롯데에 보기 드문, 망원렌즈를 땡기게 만드는 찍사들의 로망, 고원준이지만 결코 해선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파마와 춤. 고원준 선수, 아프지 말고 후반기에도 씩씩하게 던져주세요! 김재환, 이천 쌀 먹고 눈웃음 배운 아기 곰
1988년생. 183cm, 90kg.
두산 베어스 포수. 백 넘버 27
두산 베어스에 전해지는 전설. 이천 쌀을 먹으면, 곰이 된다. 두산 베어스의 2군 훈련소가 있는 이천의 밥이 얼마나 맛있으면 고교 시절 꽃 같은 외모와 라인으로 소녀들의 마음을 훔쳤던 선수들이 둥글고 후덕한 ‘베어스 형’ 얼굴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곰도 곰 나름이다.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그 이름, 김재환을 주목하라. 포수 잘 뽑기로 유명한 두산에서 2008년 2차 1번으로 지명한 김재환은 2009년 퓨처스 리그 올스타전 홈런왕, 2010년 타점 101점으로 2군에서 한 시즌 100타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올해 4월 14일 롯데전에서 데뷔 후 첫 홈런을 치며 1군 무대에 당당히 섰다. 하지만 지난 6월 8일 기아전에 대타로 출전해 2점 홈런을 친 뒤 수비 도중 발을 접질려 다시 2군으로 가게 되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짙은 눈썹에 크고 검은 눈동자, 카메라 앞에서는 수줍 수줍 열매를 먹은 듯 아직 어색한 태도는 팀 내 마스코트이자 타격기계 김현수로부터 “군대나 가 버려라”는 견제를 들을 정도다. 실제로 모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을 만큼 얼굴 포텐은 확실하다. 김재환 선수, 이제 고교 시절부터 호평 받은 클린업 급 타격 포텐만 터지면, 차세대 ‘잠실 아이돌’ 등극은 시간문제입니다! 추승우, 런웨이가 아니라 그라운드를 달린다
1979년생. 187cm, 78kg.
한화 이글스 외야수. 백 넘버 9
한화 이글스는 전형적인 거포 군단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활약 중인 김태균을 중심으로 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도루가 뭐죠? 작전이 뭔가요? 야구에서 점수는 홈런으로 내는 거 아닌가요?”라며 시원한 포물선을 그렸다. 그래서 한화에는 홈런에 최적화된 외모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은 기아로 간 ‘꽃범호’는 예외다. 이런 한화의 팀 컬러와 여러 모로 어울리지 않는 이가 바로 추승우. 187cm, 78kg, 어디로 봐도 모델이지 야구선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추승우는 사실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입단 당시, 공수주 삼박자를 모두 갖춘 대형 3루수로 주목 받았지만, 2008년 방출된 후 당시 한화의 수장이었던 김인식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적 후 외야수로 변신해 “세상에 한화에서 다이빙 캐치를 보는 날이 오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빠른 야구, 뛰는 야구를 하는 선수다. 전혀 한화스럽지 않은 외모에, 헬멧이 커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작은 얼굴, 거포군단 한화에 드문 전형적인 컨택형 타자인 추승우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추승우의 외야본능’이라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움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의 치아키 선배를 닮은 마른 독수리, 추승우 선수, 후반기엔 멋진 다이빙 캐치를 더 많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윤지웅, 얼굴은 물론 생각까지 훈훈한 신인
1988년생. 181cm, 75kg.
넥센 히어로즈 투수. 백 넘버 29
찬란했던 현대 유니콘스 시절의 영광을 잃고,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다른 팀을 응원하는 이들도 어딘지 애잔한 마음으로 보게 만드는 팀이다. 하지만 낮은 순위는 신인 지명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기회이기도 한데, 넥센이 2010년 1차 1순위로 지명한 윤지웅이 바로 그렇다. 프로 무대에 데뷔한 올해는 아쉽게도 좌타자 상대 원 포인트로 몇 차례 등판하고 있지만 2009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대학 최고 투수였다. 지금은 181cm의 늠름한 키를 자랑하는 윤지웅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키는 겨우 160cm였다. “간식 시간이 되면 일부러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이 먹게”한 코치님의 도움으로 고3 때는 174cm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왜소한 체격 조건 때문에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에 진학했고, 동의대 진학 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아직 투수로서의 포텐셜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얼굴과 성격 포텐셜만은 만개했다. 전형적인 미남이라기보다 짙은 눈썹과 인상 쓸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이 매력적인 훈남인 윤지웅은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성실하고 겸손한 성품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뛰어난 언변까지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다. 윤지웅 선수, 얼른 대학 시절의 스피드를 회복해 후반기엔 신인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봅시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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