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브라운관 속 박시후는 여자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의 표본이었다. 무턱대고 까칠하거나 도도하기만 한 남자가 아니라 겉으로는 장난기 많고 능글맞은 모습 때문에 별생각 없이 사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오로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며 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는 슈퍼맨. SBS 에서 원수의 딸인 마혜리(김소연)를 눈물 나게 사랑했던 서인우 변호사와 MBC 에서 한 남자의 아내를 흔들 만큼 매력적이었던 구용식 본부장은 바로 그런 남자였다. 그들은 단순히 테크닉의 힘을 넘어 배우가 가진 분위기와 감성이 채워낸 캐릭터들이었다. 박시후의, 박시후에 의한, 박시후를 위한 캐릭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캐릭터의 여운은 남았고 그 안에서 박시후는 점차 멜로 전문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박시후의 첫 영화 는 분명한 연기 변신이다. 흔한 수식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공소시효가 지난 후 자서전을 출간한 살인범 이두석의 미소와 눈빛은 그동안 박시후가 보여준 부드럽고 달콤한 그것과는 달랐다.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어요. 확 밝은 미소도 아니고, 눈빛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묘한 눈빛이잖아요. 연기의 초점 자체도 관객들이 봤을 때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 남자가 반성을 하러 나온 건지, 주목받고 싶어서 나온 건지, 인기를 얻으려고 나온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반성을 하는 건지. 핵심은 궁금증이었죠.” 브라운관의 로맨틱 가이에서 스크린 속 냉혈한으로 변신한 박시후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확 일어선다기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첫 작품으로서 훌륭한 선택이었고 박시후가 스크린에도 잘 어우러진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첫 작품에서 채우지 못한 욕심을 다음 작품에서 차근차근 채우고 싶다는 박시후가 ‘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을 고심해서 골랐다. 개봉작들은 심야 영화로 거의 다 챙겨본다는 박시후의 추천이니 믿어도 좋을 듯하다.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1. (Cruel Intentions)
1999년 | 로저 컴블
“배우 라이언 필립이 나쁜 남자로 나오는데 매력 있잖아요. 무려 14년 전 나쁜 남자였는데도 그 느낌이 참 좋았어요.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엑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본 영화였는데, 나중에 배우가 되면 꼭 저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가 없었던, 나쁘지만 귀엽고 위트 있고 그래서 더 끌리는 천하의 바람둥이 세바스찬(라이언 필립)은 아넷(리즈 위더스푼)과의 잠자리를 놓고 의붓남매 캐스린(사라 미셀 겔러)과 내기를 하지만,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아넷(리즈 위더스푼)은 쉽게 정복할 수 없는 존재다. 세바스찬 역 라이언 필립의 다양한 매력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 작품.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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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merican History X)
1999년 | 토니 케이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영화에요. 에드워드 노튼이 처음엔 백인 우월주의가 굉장히 강한 인물로 등장하다가 마지막에 확 바뀌는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정말 강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여려 보이는 이중적인 성격을 잘 표현했어요.”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흑인을 무참하게 죽이는 백인 우월주의자였으나 자신이 신봉했던 백인이 얼마나 잔인하고 배신을 일삼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 데렉 역의 에드워드 노튼은 에서 작품 전체를 장악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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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rimal Fear)
1996년 | 그레고리 호블릿
“와 마찬가지로 역시 에드워드 노튼의 반전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죠. 아직도 마지막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정말 소름 끼치는 데뷔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에드워드 노튼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보다 더 강렬한 데뷔작이 또 있을까. 도저히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속 아론의 양면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에 버금가는 그것이라 할 수 있다.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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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e Classic)
2003년 | 곽재용
“은 정통 멜로영화인 동시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판타지가 묻어나는 작품이죠. 이나 같은 판타지 멜로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배경이나 음악으로도 감성을 자극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 연기가 굉장히 욕심나요.”

비 오는 날 상민(조인성)이 재킷을 우산 삼아 지혜(손예진)를 도서관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 그 순간 흘러나오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음악. 은 작품명 그대로 착하고 순수하고 아련한 사랑 영화의 정석이자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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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un Lola Run)
1999년 | 톰 티크베어
“소재와 설정이 참 독특한 영화입니다. 여자가 계속 뛰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그 와중에 잠깐 손이 스친 사람과 미래가 바뀌어요. 그 잠깐의 몇 초 때문에 운명이 바뀌는 설정이 재밌더라고요.”

도입부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게임의 끝은 다른 게임의 시작이라고. 20분 안에 돈을 구해오지 못하면 애인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애인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는 여자는 우연히 마주치는 존재들로 인해 결과가 통째로 바뀌는 상황에 직면한다. 운명과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실험적인 작품.

박시후│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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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는 10년의 무명시절. 그동안 박시후는 자신감을 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용기가 가상한데 굉장히 자신감이 충만했어요. 배우든 선수든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객석이나 방청석에서 선수한테 뭐라고 해도, 이 사람이 충분히 자격이 되니까 감독이 마운드에 올려준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연기자로서 보여줄 게 없는데 그나마 하나 갖고 있는 게 끈기에요.” 말 그대로 마인드 컨트롤이 훌륭한 배우다. 있는 건 자신감뿐이었던 지난 10년을 지나, 이제는 자신감에 인지도와 매력까지 얹은 박시후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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