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살아요>, 가난을 위로하는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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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줄 요약
거짓말이 유발하는 긴장은 이것이 들키기 직전까지 유효한 것이다. 상엽(이상엽)에게 가정 형편을 모두 들켜버린 지은(오지은)은 더 이상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대하고, 글로리아 백화점의 VVIP 회원 갱신 심사를 앞둔 혜자(김혜자)는 이후로 문인회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와 달리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버린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비밀의 무게를 내려놓는 순간, 더 조심하고 긴장하는 쪽은 상대방이 되어 버린다.

Best or Worst
Best : 보통의 드라마가 부자를 묘사하는 것에만 공을 들이는 것과 달리, 는 가난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설명한다. 지은의 집에 놀러 온 상엽이 만화방 건물 옥상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그런 멋진 집을 가진 지은을 애써 부럽다 말해주는 장면은 관습적이며 낭만적이다. 그러나 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굳이 그 집조차 남의 소유임을 밝히는 지은과 그런 지은을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상엽을 보여준다. 부자동네에서 제일 작은 집, 그나마의 집조차 갖지 못한 사람으로 지은의 가난이 구체화 될수록 자본가인 상엽은 더이상 그녀의 가난을 추상화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가 아니라 약자의 처지임을 전제하기에 상엽의 고민은 따뜻한 배려의 온도를 잃지 않는다. 자본으로 그녀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이해로 그녀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어른스러운 사랑이 싹트는 것이다. 낡은 냉장고, 가짜 명품 핸드백 등 그동안 서민들의 삶에 밀착된 에피소드로 공감을 이끌어 내던 드라마가 이제는 그것이 기죽고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서 등을 두들겨주기까지 한다. 심지어 혜자의 마성의 내레이션이 없어도 그 격려는 든든하게 온기를 지핀다.

동료들과 수다키워드
– 청담동에 살고 싶은 진짜 이유는 상엽과 현우, 훈남 쌍두마차 때문.
– 하지만 청담동 만화방 옥상에 가고 싶은 이유는 야들야들한 족발에 시원한 소주 한잔 때문. 오빠, 야식 사주세효!
– 혜자가 문인회가 갈 때 입는 고운 옷들은 동네 세탁소에서 빌려 입는 걸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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