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혹시 이어폰 있으세요?” 김꽃비는 아이팟, 그리고 두 사람의 이어폰을 동시에 꽂을 수 있게 해주는 ‘와이잭’을 꺼냈다. 음악이나 영화나 “각자의 감상이 다를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추천한 음악은 눈뜨고 코베인의 ‘횟집에서’. 김꽃비는 노래를 따라 가사를 읊었고, 흘러나오는 하나의 음악은 두 사람의 낯선 공간을 하나로 에워쌌다. 2년 전 김꽃비라는 이름이 각인된 순간에도 그런 힘이 있었다. 그녀가 연기한 의 연희는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매무새와는 달리 용역 깡패 상훈의 뺨을 후려치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인물의 이질감은 낯설었지만 호기심을 끌어당겼고, 그 해 김꽃비는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스페인, 프랑스 등 해외 영화제를 돌며 “재미있는 장소에서 다 같이 웃고 떠드는 재미”를 깨닫고,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함께 작업하자”는 해외 감독들의 말이 현실이 됐고, 스스로 기회를 만든 김꽃비는 현재 일본 영화 두 편과 프랑스 영화 두 편을 준비하는 중이다. 김꽃비는 “해외에 진출한다”가 아니라 “땅을 넓힌다”고 표현했다.
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못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면, 안 될 이유가 없죠”라며 입 꼬리를 길게 올리며 웃는 얼굴에서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최근 개봉한 영화 에서 연기한 강지우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강지우는 “낯선 느낌이 너한테는 없다”며 한 남자 곁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다 윤지우(김효진)의 곁에 붙는다. 다른 점이라면 김꽃비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 보다는 열려있는 가능성에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김꽃비가 소속사에 자주 한다는 이야기 조차 “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다. 영화제에서 만난 스태프들과의 인연을 친교 이상의 형태로 증폭해 각종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인 기업” 같이 새로운 형태의 여배우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래서 그녀는 “대체로 행복”하고, “비행기가 이륙해서 구름을 뚫고 올라갈 때 두근두근”한 감정을 행복이라 말한다. 만약 김꽃비가 영화라면 아무도 가지 못한 넓은 도로를 질주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결말이 활짝 열려있는 김꽃비의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김꽃비│뉴타입 여배우의 출현
My name is 김꽃비.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학교 다닐 때 자주 불리긴 했지만 “얌마, 도완득” 정도는 아니었다. 하하. 누가 “웃을 때는 꽃 같은 이미지이지만, 우울하고 슬픈 비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고 얘기해 준 적 있는데, 해석이 맘에 든다.
1985년 11월 24일생. 올해 생일에는 고등학교 창의체험학습 활동에 나갔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니까 남자 아이돌 가수 같다고? 하하! 심경변화가 있는지 혹은 작품 때문인지 물어보시는데, 아무 이유도 없다. 이렇게 짧게 자른 건 처음이라 더 해보고 싶었다.
오늘은 라즈베리 모카를 시켜 봤는데, 맛있다! 처음 보는 메뉴가 있으면 ‘이런 건 어떤 맛일까’가 궁금해서 주문 해 본다. 그래서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생후 1개월 때 아기예수를 처음 연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해오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엑스트라로 맨 처음 나갔던 영화 촬영장이 였다. 리허설이란 단어가 뭔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뭔가를 한다니까 리허설 때도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해서였는지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고 우는 애 맨 앞에 세우라고 하셨다. 그때 박준규 선배님이 칭찬 해주셨다.
반항적이면서도 아주 반항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조용히 있는 편이지만 자기고집이나 주장이 강해서 누군가 그걸 꺾으려고 할 때는 반항심이 있었지. 건드리지 않으면 나오지 않았다. 하하.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걸치고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던 일은 회자될 거란 생각은 했지만 그 이상으로 반응이 커서 움츠러들었다. 여균동, 김조광수 감독님과 함께 했는데, 유독 나만 부각되면서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안타까웠다. 한진중공업과 제주 강정마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였는데.
의 첫 회식 때 효진 언니와 수갑을 찼다. (영화 속에서 김꽃비와 김효진은 수갑을 차면서 붙어있게 된다.) 술자리에서 김수현 감독님이 수갑을 채워주셨을 때는 우리 모두 흥이 올랐을 때였다. 그 덕에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연기할 때 순간에 몰입하는 편이다. 분석한 것을 다시 연기하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걸 바로 연기한다. 우리의 신진대사가 모두 수의근이 아니듯이 신체기관이 움직이는 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움직이지 않잖나. 연기도 그렇다.
에서 진흙 밭을 구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속이 시원했다.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소리를 질렀으니까. 사람들은 살면서 정신 줄을 놓고 싶을 때 술을 마시고, 다음날 후회한다, 근데 우리는 돈 받으면서 직업으로 그런 일도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하하
눈뜨고 코베인 노래 가사를 좋아한다. 나의 어.색.한. 마음! 너의 자.연.스.러.운. 마음! 하지만 내가 어색하니까! 우리는 어색한 관계! ‘어색한 마음’이란 노랜데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의미를 담고 있어서 좋다. 은근히 말해서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은 하고 아님 말고.
강수연 선배님 같다는 애기를 들은 적 있다. 영화제에서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웃음) 유바리 영화제 갔다가 친해진 일본 감독님과 ‘같이 작업하자’는 얘기를 나눴는데 인상 깊었다며 시나리오를 써서 보내주셨다. 범죄 스릴러물인데 같이 작업 할 예정이다.
유럽, 일본 유바리 영화제, 다시 런던 갔다가 준비하고, 부산국제영화제 와 필리핀에 다녀왔다. 작년 11월부터 7월까지 해외를 돌아다니며 반년동안 쉬었더니 일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그리고 원래 욕심이 많다. 일본이나 프랑스, 해외 쪽으로 가능성이 보이는데 욕심이 난다. 기회 되는 대로 다 하고 싶다.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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