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정치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은 그를 대선 후보로 다룬다. 인터넷 방송 는 정식 언론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의 발언을 기사화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트위터에서는 그를 멘토로 여기는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연예인도, 정치인도, 제도권 언론도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삶: 절대!! 정치권에 발들이지 않고 내 삶을 지키되,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가치: 혼자 내딛는 천 걸음보다 천 명이 손잡고 나아가는 한 걸음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것/꿈: 이 두 가지를 평생 지키는 것..” 박경철의 트위터 소개글이다. 제도권에 속하지 않고 꿈을 공유하며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2011년은, 이 현대판 지사(志士)들이 현실에 전면적으로 나선 해로 기록될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의 트위터 팔로워 수가 100만명이 넘는 시대에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지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향력은 온라인 문화와 동떨어져 보이는 콘서트를 통해 극대화됐다. 안철수의 돌풍에는 그가 박경철 등과 전국을 돌며 연 토크 콘서트가 있었고, 는 여의도 광장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자 자발적으로 3억 원 이상이 모이며 그 자체가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됐다. TV에서는 < MBC 스페셜 >에서 안철수와 박경철이 학생들과 나눈 대화가 방송됐고, 이후 MBC 와 KBS 같은 토크 콘서트가 만들어졌다.
토크 콘서트, 회고하거나 현재를 말하거나 MBC 의 ‘무릎 팍 도사’는 인터넷 시대의 산물이었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한 대중은 더 이상 스타를 경외하지 않는다. 대중은 ‘무릎 팍 도사’의 날 선 질문을 통해 스타의 실체에 접근하길 원했고, 스타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에게 다가섰다. 그러나 안철수는 ‘무릎 팍 도사’ 출연 후 더 많은 대중에게 경외의 대상이 됐다. 토크 콘서트의 유행 전, 이미 ‘무릎 팍 도사’는 TV 바깥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일을 통해 신념과 가치관을 전달하던 사람들이 ‘무릎 팍 도사’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고, ‘멘토’로 삼을만한 삶의 철학을 듣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토크 콘서트로 확대됐다. 에는 허각, 김성주, 원더걸스 등이 출연하되 황석영이 MC고, 게스트는 고난과 성공담에 대해 강연한다. 첫 게스트는 연예인이 아니라 박찬호였고, 2회에 나온 차승원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대신 연기 철학을 말했다. 시작부터 “시청자와 함께하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를 내세웠던 는 톱스타가 대중과 만나 게임을 하던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신 김정운 교수가 부부간의 소통에 대해 강의하고, 최효종처럼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이 출연해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빈도수가 높아지며 부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TV의 토크 콘서트들은 결국 게스트의 ‘극복’에 초점을 맞춘다. 전성기가 지난 후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한 박찬호는 야구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가져가야하느냐는 고민이 있고, 김성주는 Mnet 로 프리랜서 MC로 자리를 잡게 됐지만 기존의 유명 MC들에 비해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토크 콘서트에서 이들은 모두 성공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회고적이다. 반면 TV 바깥의 토크 콘서트는 회고가 아닌 현재를 말한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청춘들에게 “한 사람이 만 명이 먹고살 것을 만들어내는 대신 그것을 모두 독식한다면 좋은 인재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는 대중이 궁금해 하는 이슈들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한다. 이 콘서트들을 통해 대중은 진행자와 함께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단 위의 롤모델이 아닌 연대하는 지사를 원한다 지사가 선비의 고고함 대신 대중과 섞여 이야기하는 것을 선택했을 때, 대중은 그들을 구심점으로 연대한다. 가 “쫄지마”를 구호로 내세운 것은 상징적이다. 처럼 이슈에 대한 팩트를 밝히는 구심점을 바탕으로 대중이 모이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토크 콘서트를 통해 대중의 의문이 확신으로 변하고, 나의 확신이 타인의 확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 점에서 트위터의 타임라인과 토크 콘서트는 하나로 연결된다. 트위터의 팔로워들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답을 찾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더 강력한 공감과 연대를 원하기 시작했다. 지금 TV의 토크 콘서트가 거리의 토크 콘서트 같은 열기를 보여줄 수 없는 이유다. 의 게스트는 높은 연단에서 청중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극복’에 대해 말한다. 그는 청중이 도달해야할 ‘롤모델’이다. 반면 TV 바깥의 토크 콘서트에서는 연단 위의 사람들이 대중과 같이 고민하고, 뜻을 모은다. 그들은 이 복잡한 세상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거리의 토크 콘서트와 가장 유사한 기운을 보여준 것은 오히려 최근의 KBS 다. 최효종이 강용석 국회의원에게 고소당했던 그 때, 의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성으로 최효종을 지지했다. 최효종은 그 지지를 바탕으로 그 날도 서민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풍자하고, “시사 코미디를 끝까지 하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었다. 코미디언의 풍자가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았고, 대중이 모여 만들어낸 열기는 고소도, 권력도 코미디언을 공격할 수 없도록 막았다. 구심점을 바탕으로 한 곳에 모이고, 모여서 스스로를 지킨다. TV의 토크 콘서트들이 형식의 차용이 아닌 그 열기를 가져오고 싶다면, 정말로 모셔야할 게스트는 연단 위의 유명인이 아니라 그걸 듣고 있는 대중이다.
물론, 토크 콘서트를 통해 촉발된 새로운 연대의 등장은 그만큼의 위험도 내포한다. “쫄지마”를 외치는 연대가 서로의 불안에 대한 위안과 진실의 확인을 넘어 “모이면 세다”로 넘어서는 순간, 연대는 세력이 되어 또 다른 개인을 압도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SNS의 시대에 광장으로 나온 것은 그 SNS마저 심의의 대상이 된 시대의 또 다른 일면이 끼친 영향이 크다. 최선은 개개인이 스스로 뜻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 모든 문제에 능동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세상이 오기 전까지 대중은 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뜻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지사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그 곳의 이야기를 트위터로 열심히 퍼뜨리겠지.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소설가 이외수의 트위터 팔로워 수가 100만명이 넘는 시대에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지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향력은 온라인 문화와 동떨어져 보이는 콘서트를 통해 극대화됐다. 안철수의 돌풍에는 그가 박경철 등과 전국을 돌며 연 토크 콘서트가 있었고, 는 여의도 광장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자 자발적으로 3억 원 이상이 모이며 그 자체가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됐다. TV에서는 < MBC 스페셜 >에서 안철수와 박경철이 학생들과 나눈 대화가 방송됐고, 이후 MBC 와 KBS 같은 토크 콘서트가 만들어졌다.
토크 콘서트, 회고하거나 현재를 말하거나 MBC 의 ‘무릎 팍 도사’는 인터넷 시대의 산물이었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한 대중은 더 이상 스타를 경외하지 않는다. 대중은 ‘무릎 팍 도사’의 날 선 질문을 통해 스타의 실체에 접근하길 원했고, 스타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에게 다가섰다. 그러나 안철수는 ‘무릎 팍 도사’ 출연 후 더 많은 대중에게 경외의 대상이 됐다. 토크 콘서트의 유행 전, 이미 ‘무릎 팍 도사’는 TV 바깥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일을 통해 신념과 가치관을 전달하던 사람들이 ‘무릎 팍 도사’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고, ‘멘토’로 삼을만한 삶의 철학을 듣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토크 콘서트로 확대됐다. 에는 허각, 김성주, 원더걸스 등이 출연하되 황석영이 MC고, 게스트는 고난과 성공담에 대해 강연한다. 첫 게스트는 연예인이 아니라 박찬호였고, 2회에 나온 차승원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대신 연기 철학을 말했다. 시작부터 “시청자와 함께하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를 내세웠던 는 톱스타가 대중과 만나 게임을 하던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신 김정운 교수가 부부간의 소통에 대해 강의하고, 최효종처럼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이 출연해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빈도수가 높아지며 부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TV의 토크 콘서트들은 결국 게스트의 ‘극복’에 초점을 맞춘다. 전성기가 지난 후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한 박찬호는 야구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가져가야하느냐는 고민이 있고, 김성주는 Mnet 로 프리랜서 MC로 자리를 잡게 됐지만 기존의 유명 MC들에 비해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토크 콘서트에서 이들은 모두 성공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회고적이다. 반면 TV 바깥의 토크 콘서트는 회고가 아닌 현재를 말한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청춘들에게 “한 사람이 만 명이 먹고살 것을 만들어내는 대신 그것을 모두 독식한다면 좋은 인재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는 대중이 궁금해 하는 이슈들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한다. 이 콘서트들을 통해 대중은 진행자와 함께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단 위의 롤모델이 아닌 연대하는 지사를 원한다 지사가 선비의 고고함 대신 대중과 섞여 이야기하는 것을 선택했을 때, 대중은 그들을 구심점으로 연대한다. 가 “쫄지마”를 구호로 내세운 것은 상징적이다. 처럼 이슈에 대한 팩트를 밝히는 구심점을 바탕으로 대중이 모이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토크 콘서트를 통해 대중의 의문이 확신으로 변하고, 나의 확신이 타인의 확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 점에서 트위터의 타임라인과 토크 콘서트는 하나로 연결된다. 트위터의 팔로워들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답을 찾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더 강력한 공감과 연대를 원하기 시작했다. 지금 TV의 토크 콘서트가 거리의 토크 콘서트 같은 열기를 보여줄 수 없는 이유다. 의 게스트는 높은 연단에서 청중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극복’에 대해 말한다. 그는 청중이 도달해야할 ‘롤모델’이다. 반면 TV 바깥의 토크 콘서트에서는 연단 위의 사람들이 대중과 같이 고민하고, 뜻을 모은다. 그들은 이 복잡한 세상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거리의 토크 콘서트와 가장 유사한 기운을 보여준 것은 오히려 최근의 KBS 다. 최효종이 강용석 국회의원에게 고소당했던 그 때, 의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성으로 최효종을 지지했다. 최효종은 그 지지를 바탕으로 그 날도 서민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풍자하고, “시사 코미디를 끝까지 하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었다. 코미디언의 풍자가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았고, 대중이 모여 만들어낸 열기는 고소도, 권력도 코미디언을 공격할 수 없도록 막았다. 구심점을 바탕으로 한 곳에 모이고, 모여서 스스로를 지킨다. TV의 토크 콘서트들이 형식의 차용이 아닌 그 열기를 가져오고 싶다면, 정말로 모셔야할 게스트는 연단 위의 유명인이 아니라 그걸 듣고 있는 대중이다.
물론, 토크 콘서트를 통해 촉발된 새로운 연대의 등장은 그만큼의 위험도 내포한다. “쫄지마”를 외치는 연대가 서로의 불안에 대한 위안과 진실의 확인을 넘어 “모이면 세다”로 넘어서는 순간, 연대는 세력이 되어 또 다른 개인을 압도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SNS의 시대에 광장으로 나온 것은 그 SNS마저 심의의 대상이 된 시대의 또 다른 일면이 끼친 영향이 크다. 최선은 개개인이 스스로 뜻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 모든 문제에 능동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세상이 오기 전까지 대중은 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뜻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지사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그 곳의 이야기를 트위터로 열심히 퍼뜨리겠지.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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