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두 종류가 있다. 옆집 아저씨 혹은 국민 여동생으로 대표되는 친근한 이들과 은둔형 혹은 신비주의로 포장되어지곤 하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한재석은 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SBS 드라마 로 단번에 스타가 되었던 그는 가장 최근작 KBS 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멋진 남자였다. 무기력함 마저 귀족적으로 느껴지는 재벌 2세()이거나 지고지순한 카메라맨(MBC ), 명문대 출신의 M&A 전문가(KBS ) 등 그가 연기한 남자들은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이었지만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멋있었다. 그래서 선이 뚜렷한 얼굴과 울림 좋은 목소리 외에 한재석을 떠올릴 때 뒤따라오는 잔상은 흐릿했다. 드라마 말고는 TV에서 만날 수도 없었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잘 하지 않는 그에 대해 우리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사석에선 형, 동생 하는 사이”인 장진 감독의 새 영화 으로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될 지도 모른다. 멍한 눈빛에 말대꾸도 잘 안 해주는 반항기 어린 소년 같다가도 은근히 소심한 해결사 상길은 장진 감독이 보아온 “평상시 한재석의 모습”이다. “신비로우려고 그런 게 아니라 말 주변이 없어서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는 게 어색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저에 대해 다르게 알고 계신 거 같더라구요. 딱딱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전 명랑하고 웃음도 많아요. (웃음) 이번에 을 통해서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려구요.” 물론 에서도 한재석은 여전히 멋지다. 처음 본 여고생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잘 생긴 얼굴과 떼인 돈 받으러 다니기보다는 책을 읽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근사한 분위기도 그대로다. 그러나 과장된 제스처나 핏대를 세우는 대사 없이도 한재석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김수로, 류승룡 등 장진 감독의 작품들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 틈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극을 이끈다.
데뷔 16년차. 이제야 조금씩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는다. “좋은 영화라도 여러 번 보게 되면 감정이 희석 되는 것 같아요. 가끔가다 보는 걸 더 좋아해요.” 그러나 그 때마다 좋아하는 여행처럼 자신을 일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끌었던 영화들을 한재석이 말한다. 1. (Scarface)
1983년 | 브라이언 드 팔마
“알 파치노를 좋아해요. 특히 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의 성공과 몰락에 굉장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스토리는 너무 간단하죠. 쿠바 난민의 아메리칸 드림이 결국 나쁜 드림, 죽음과 마약으로 끝나는데 물론 미화될 순 없지만 인상 깊었어요. 마지막에 토니가 혼자 기관총을 들고 대항하다 총을 맞는 장면에선 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엔 생각 안 되더라구요.”
인간답게 살려다 괴물이 되고만 토니(알 파치노)의 일생이 여기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쿠바에서 미국으로 왔지만 밑바닥을 전전하던 토니는 결국 손에 피를 묻힌 뒤에야 부를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도 불안에 떨었던 그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뺨에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알 파치노의 열연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2. (Donnie Brasco)
1997년 | 마이크 뉴웰
“알 파치노에다 조니 뎁까지 나오니까 말이 더 필요 없죠. 물론 너무나 재밌기도 했구요. 도 처럼 실화로, 위장 잠입한 FBI 요원이 자기도 모르게 마피아가 되어가는 이야기예요. 3류 마피아인 레프티가 혼자서 쓸쓸하게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를 혼자서 보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장면이었어요.”
알 파치노의 갱 3부작 영화라 할 수 있는 , , . 그 중에서도 는 갱의 일원이면서도 아들을 걱정하고 혼자 TV를 보는 평범하고 안쓰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한 알 파치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피아에 잠입한 FBI 요원 도니(조니 뎁)와 중년의 마피아 레프티(알 파치노)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없이 따뜻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어야 살아남는 범죄에 세계에서 비극을 몰고 온다. 실제 FBI 요원 존 피스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3. (Hotel Rwanda)
2004년 | 테리 조지
“도 100만 명 이상이 살해된 실화예요. 아프리카의 서글프고 가슴 아픈 현실을 다뤘는데도 영화 자체의 재미가 뛰어났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감명 깊게 보고 나고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가 그랬어요. (웃음) 3년 정도 전에 처음 본 것 같은데 굉장히 보기 힘든 영화인데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민족이나 종교, 인종 등 뚜렷한 실체가 없는 대의명분들은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 갔던가. 1994년 르완다에서도 부족 간의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났고, 대학살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이 죽었다. 평범한 호텔 지배인이었던 폴(돈 치들)은 어떠한 대의명분도 내세우지 않고 그저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내주었다. 부유하고 남부러울 것 없었던 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사투는 결국 1,268명을 살렸다. 4. (Me, Myself & Irene)
2000년 |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앞에서 너무 무거운 영화들만 말한 것 같은데 가벼운 것도 좋아해요. 짐 캐리를 좋아하는데 , 등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을 가장 좋아해요. 굉장히 좋은 배우인데 코미디를 많이 해서 그 이미지에 갇혀버린 감도 없지 않았지만 같은 진지한 작품에서 너무나 잘해내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아요.”
찰리와 행크라는 상반된 두 개의 자아를 가지게 된 경찰(짐 캐리)은 어느 날 호송하게 된 탈주범 아이린(르네 젤위거)에게 반하게 된다. 세 아이의 다정한 아빠로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찰리와 입만 열면 핏대 세워가며 욕하기 바쁜 거친 남자 행크를 오가며 열렬한 구애를 하는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연기가 돋보인다. , 를 만든 패럴리 형제의 엉뚱함이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실제로 영화를 찍는 동안 짐 캐리와 르네 젤위거는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5. (Nine 1/2 Weeks)
1986년 | 애드리안 라인
“좋아하는 영화가 많은 만큼 좋아하는 배우도 정말 많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알 파치노나 짐 캐리는 말할 것 없고, 로버트 드니로도 참 좋아해요. 미키 루크도 좋아하는데 특히 에서 유난히 멋졌죠. 지금 모습도 물론 멋있지만 그 시절의 미키 루크를 너무 멋지게 담아낸 영화예요.”
냉장고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 냉장고 속 평범한 식재료였던 얼음만으로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열어주는 존(미키 루크)과 그에게 강하게 매료되는 엘리자베스(킴 베이신저)의 사랑을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장기인 에로스로 빚어냈다. 당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 미키 루크와 킴 베신저의 화학작용만으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영화.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멋진 미키 루크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역할만 한 것 같아요. 폼 잡는 거 있잖아요. (웃음) 그러다보니까 항상 틀에 박혀있었고 해보지 않은 걸 두려워하게 됐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정형화가 되어서 새로운 건 피했던 것 같아요.” 한재석은 이제 지나온 길을 냉정하게 되짚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고,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서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늘 “그 때 그 역할은 지금 내가 다시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놓지 않는다. 자칫 “자기만족을 모르는” 성격 때문에 장거리 레이스에서 쉬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려는 찰나, 한재석은 그것이 기우임을 확인시켜준다.
“여행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특별한 데 가는 건 아니고, 양평이나 홍천, 횡성처럼 누구나 아는 가까운 곳에 훌쩍 갔다 와요. 일상을 벗어나는 거 자체가 즐겁죠. 여정의 즐거움이랄까? 어디로 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옆 눈을 가리고 뛰는 경주마가 아니라 길을 걷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그는 쉽게 페이스를 잃지 않을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그러나 “사석에선 형, 동생 하는 사이”인 장진 감독의 새 영화 으로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될 지도 모른다. 멍한 눈빛에 말대꾸도 잘 안 해주는 반항기 어린 소년 같다가도 은근히 소심한 해결사 상길은 장진 감독이 보아온 “평상시 한재석의 모습”이다. “신비로우려고 그런 게 아니라 말 주변이 없어서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는 게 어색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저에 대해 다르게 알고 계신 거 같더라구요. 딱딱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전 명랑하고 웃음도 많아요. (웃음) 이번에 을 통해서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려구요.” 물론 에서도 한재석은 여전히 멋지다. 처음 본 여고생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잘 생긴 얼굴과 떼인 돈 받으러 다니기보다는 책을 읽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근사한 분위기도 그대로다. 그러나 과장된 제스처나 핏대를 세우는 대사 없이도 한재석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김수로, 류승룡 등 장진 감독의 작품들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 틈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극을 이끈다.
데뷔 16년차. 이제야 조금씩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는다. “좋은 영화라도 여러 번 보게 되면 감정이 희석 되는 것 같아요. 가끔가다 보는 걸 더 좋아해요.” 그러나 그 때마다 좋아하는 여행처럼 자신을 일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끌었던 영화들을 한재석이 말한다. 1. (Scarface)
1983년 | 브라이언 드 팔마
“알 파치노를 좋아해요. 특히 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의 성공과 몰락에 굉장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스토리는 너무 간단하죠. 쿠바 난민의 아메리칸 드림이 결국 나쁜 드림, 죽음과 마약으로 끝나는데 물론 미화될 순 없지만 인상 깊었어요. 마지막에 토니가 혼자 기관총을 들고 대항하다 총을 맞는 장면에선 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엔 생각 안 되더라구요.”
인간답게 살려다 괴물이 되고만 토니(알 파치노)의 일생이 여기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쿠바에서 미국으로 왔지만 밑바닥을 전전하던 토니는 결국 손에 피를 묻힌 뒤에야 부를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도 불안에 떨었던 그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뺨에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알 파치노의 열연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2. (Donnie Brasco)
1997년 | 마이크 뉴웰
“알 파치노에다 조니 뎁까지 나오니까 말이 더 필요 없죠. 물론 너무나 재밌기도 했구요. 도 처럼 실화로, 위장 잠입한 FBI 요원이 자기도 모르게 마피아가 되어가는 이야기예요. 3류 마피아인 레프티가 혼자서 쓸쓸하게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를 혼자서 보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장면이었어요.”
알 파치노의 갱 3부작 영화라 할 수 있는 , , . 그 중에서도 는 갱의 일원이면서도 아들을 걱정하고 혼자 TV를 보는 평범하고 안쓰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한 알 파치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피아에 잠입한 FBI 요원 도니(조니 뎁)와 중년의 마피아 레프티(알 파치노)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없이 따뜻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어야 살아남는 범죄에 세계에서 비극을 몰고 온다. 실제 FBI 요원 존 피스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3. (Hotel Rwanda)
2004년 | 테리 조지
“도 100만 명 이상이 살해된 실화예요. 아프리카의 서글프고 가슴 아픈 현실을 다뤘는데도 영화 자체의 재미가 뛰어났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감명 깊게 보고 나고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가 그랬어요. (웃음) 3년 정도 전에 처음 본 것 같은데 굉장히 보기 힘든 영화인데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민족이나 종교, 인종 등 뚜렷한 실체가 없는 대의명분들은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 갔던가. 1994년 르완다에서도 부족 간의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났고, 대학살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이 죽었다. 평범한 호텔 지배인이었던 폴(돈 치들)은 어떠한 대의명분도 내세우지 않고 그저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내주었다. 부유하고 남부러울 것 없었던 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사투는 결국 1,268명을 살렸다. 4. (Me, Myself & Irene)
2000년 |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앞에서 너무 무거운 영화들만 말한 것 같은데 가벼운 것도 좋아해요. 짐 캐리를 좋아하는데 , 등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을 가장 좋아해요. 굉장히 좋은 배우인데 코미디를 많이 해서 그 이미지에 갇혀버린 감도 없지 않았지만 같은 진지한 작품에서 너무나 잘해내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아요.”
찰리와 행크라는 상반된 두 개의 자아를 가지게 된 경찰(짐 캐리)은 어느 날 호송하게 된 탈주범 아이린(르네 젤위거)에게 반하게 된다. 세 아이의 다정한 아빠로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찰리와 입만 열면 핏대 세워가며 욕하기 바쁜 거친 남자 행크를 오가며 열렬한 구애를 하는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연기가 돋보인다. , 를 만든 패럴리 형제의 엉뚱함이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실제로 영화를 찍는 동안 짐 캐리와 르네 젤위거는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5. (Nine 1/2 Weeks)
1986년 | 애드리안 라인
“좋아하는 영화가 많은 만큼 좋아하는 배우도 정말 많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알 파치노나 짐 캐리는 말할 것 없고, 로버트 드니로도 참 좋아해요. 미키 루크도 좋아하는데 특히 에서 유난히 멋졌죠. 지금 모습도 물론 멋있지만 그 시절의 미키 루크를 너무 멋지게 담아낸 영화예요.”
냉장고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 냉장고 속 평범한 식재료였던 얼음만으로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열어주는 존(미키 루크)과 그에게 강하게 매료되는 엘리자베스(킴 베이신저)의 사랑을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장기인 에로스로 빚어냈다. 당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 미키 루크와 킴 베신저의 화학작용만으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영화.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멋진 미키 루크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역할만 한 것 같아요. 폼 잡는 거 있잖아요. (웃음) 그러다보니까 항상 틀에 박혀있었고 해보지 않은 걸 두려워하게 됐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정형화가 되어서 새로운 건 피했던 것 같아요.” 한재석은 이제 지나온 길을 냉정하게 되짚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고,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서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늘 “그 때 그 역할은 지금 내가 다시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놓지 않는다. 자칫 “자기만족을 모르는” 성격 때문에 장거리 레이스에서 쉬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려는 찰나, 한재석은 그것이 기우임을 확인시켜준다.
“여행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특별한 데 가는 건 아니고, 양평이나 홍천, 횡성처럼 누구나 아는 가까운 곳에 훌쩍 갔다 와요. 일상을 벗어나는 거 자체가 즐겁죠. 여정의 즐거움이랄까? 어디로 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옆 눈을 가리고 뛰는 경주마가 아니라 길을 걷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그는 쉽게 페이스를 잃지 않을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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