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 라라라> MBC 수 밤 12시 35분
봤죠? 우리 노래 잘 불러요. 기껏 인디 뮤지션과 유명 아이돌들을 한 자리에 모아준 제작진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제 상반기 특집으로 진행된 <음악여행 라라라>는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을 검증 혹은 과시하기 위해 인디 뮤지션을 마치 증인처럼 불러다 놓은 느낌이었다. 아, 이건 물론 박새별과 함께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부른 슈퍼주니어, 국카스텐과 함께 노 다우트의 ‘Don`t Speak’를 부른 f(x)의 가창력이 탁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국’ SM 엔터테인먼트 출신답게 기본기가 탄탄한 그들은 퍼포먼스 없이도 충분히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아이돌을 위한 그 무대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낯선 환경으로 활용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박새별은 남자 보컬과 주고받기 좋은 자신의 곡 ‘사랑인가요’를, 국카스텐은 루나의 성량을 자랑하기 좋은 자신의 곡 ‘비트리올’을 연주하며 해당 아이돌이 변신할 무대를 마련해주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변신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즉 ‘Cross, 異色一音’이라는 이 날의 주제는 반쪽에 가까웠다. 다른 장르도 잘 부르는 아이돌, 그리고 여전히 노래와 연주만 잘하는 인디 뮤지션. 변진섭과 박새별의 곡을 협연할 때와 달리, 슈퍼주니어의 ‘미인아’를 부를 때 박새별이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건 이런 의구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이런 콜라보레이션 무대에서 전규호의 기타 사운드로 재창조된 ‘Nu ABO’를 들을 수는 없는 걸까. 언제쯤 이런 협동 무대에서 두 세계 간 진정한 크로스오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어제 <음악여행 라라라> 상반기 특집의 의의가 있었다면, 유의미한 해답을 보여줘서가 아니라 유의미한 질문을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