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명쯤 가슴 속에 품고 있을법한 첫사랑 오빠, 영화 에서 준호(김시후)는 그런 존재다. 장발에 짧은 청재킷을 입은 80년대 꽃미남 준호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나미(심은경)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면 막춤 추기 좋아하는 왈가닥 나미도 다소곳한 소녀가 된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을 오마주한 이 헤드폰 신은 의 강형철 감독마저 “대놓고 유치하다”고 인정한 장면이지만, 영원한 사랑과 운명론을 믿는 로맨티스트 김시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준호는 뭔가 작업을 걸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나미한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을 거예요. 전 순수하고 낭만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면서요? 하하”
수줍게 던지는 농담이 매력적인 청년 MBC 이후 3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돌아온 김시후는 여전하다. ‘원빈 닮은꼴’로 불릴 만큼 곱상한 외모와 마른 체구도,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도 변함없다. 그래서 친한 또래 배우들이 없는 김시후에게 촬영장은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친해진 여배우가 정말 한~명도 없어요. 감독님이 ‘저기 여자친구 후보들 많은데 가서 말 걸어봐’라고 말씀하셨는데, 어휴,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여배우들한테 둘러싸인 게 아니라, 여배우들은 여기, 저는 저 멀리, 이렇게 떨어져서 촬영했어요.”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그를 에워싼 쓸쓸한 공기 때문인지 악수를 청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 쉽지 않은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시끌벅적한 기차 여행에서도 혼자 창가에 기대 기타를 연주하던 준호처럼. 하지만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 보면 김시후는 “대학교 MT를 가보고 싶은 이유는… 음, 일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면서요? 흐흐”와 같은, 몇 초의 정적 뒤에 수줍게 던지는 농담이 매력적인 청년이기도 하다.
“남자는 서른부터라면서요? 하하” 물론 생글생글 웃고 있을 때조차 그 미소가 밝아 보이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그가 긴 어둠의 터널 입구에서 스무 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영화 , , 로 거침없이 질주했던 10대 시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련이 찾아왔다. 소속사가 두 번이나 문을 닫았고 그 사이 고군분투하며 촬영한 영화 와 은 여전히 ‘개봉 예정’인 채다. “방황도 많이 하고 회의감도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겠다는 그 마음은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없이 길어지는 공백기가 불안했던 김시후는 혼자 버스를 타고 영화 오디션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혹시나 영화사에서 전화가 올까봐” 휴대폰 번호도 쉽게 바꾸지 못했고, “배우가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까지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럴수록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연기에 대한 간절함은 깊어갔고, 그 진심은 통했다. 매니저 한 명 없이 혼자 A부터 Z까지 감당해 낸 가 그 증거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귀여운 소년은 오빠가 되어 돌아왔고, 최근 드디어 새 둥지를 찾았으며, 차기작 가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에 비하면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던 김시후를 이제 자주, 꾸준히 볼 일만 남았다. 더 반가운 소식은 스물 넷 청년의 배우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남자는 서른부터라면서요? 하하.” 막이 열리기 전까지, 아직 6년이나 남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수줍게 던지는 농담이 매력적인 청년 MBC 이후 3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돌아온 김시후는 여전하다. ‘원빈 닮은꼴’로 불릴 만큼 곱상한 외모와 마른 체구도,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도 변함없다. 그래서 친한 또래 배우들이 없는 김시후에게 촬영장은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친해진 여배우가 정말 한~명도 없어요. 감독님이 ‘저기 여자친구 후보들 많은데 가서 말 걸어봐’라고 말씀하셨는데, 어휴,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여배우들한테 둘러싸인 게 아니라, 여배우들은 여기, 저는 저 멀리, 이렇게 떨어져서 촬영했어요.”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그를 에워싼 쓸쓸한 공기 때문인지 악수를 청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 쉽지 않은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시끌벅적한 기차 여행에서도 혼자 창가에 기대 기타를 연주하던 준호처럼. 하지만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 보면 김시후는 “대학교 MT를 가보고 싶은 이유는… 음, 일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면서요? 흐흐”와 같은, 몇 초의 정적 뒤에 수줍게 던지는 농담이 매력적인 청년이기도 하다.
“남자는 서른부터라면서요? 하하” 물론 생글생글 웃고 있을 때조차 그 미소가 밝아 보이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그가 긴 어둠의 터널 입구에서 스무 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영화 , , 로 거침없이 질주했던 10대 시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련이 찾아왔다. 소속사가 두 번이나 문을 닫았고 그 사이 고군분투하며 촬영한 영화 와 은 여전히 ‘개봉 예정’인 채다. “방황도 많이 하고 회의감도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겠다는 그 마음은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없이 길어지는 공백기가 불안했던 김시후는 혼자 버스를 타고 영화 오디션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혹시나 영화사에서 전화가 올까봐” 휴대폰 번호도 쉽게 바꾸지 못했고, “배우가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까지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럴수록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연기에 대한 간절함은 깊어갔고, 그 진심은 통했다. 매니저 한 명 없이 혼자 A부터 Z까지 감당해 낸 가 그 증거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귀여운 소년은 오빠가 되어 돌아왔고, 최근 드디어 새 둥지를 찾았으며, 차기작 가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에 비하면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던 김시후를 이제 자주, 꾸준히 볼 일만 남았다. 더 반가운 소식은 스물 넷 청년의 배우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남자는 서른부터라면서요? 하하.” 막이 열리기 전까지, 아직 6년이나 남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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