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현빈, 이 남자는 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11112502988520_1.jpg)
그 남자, 김주원(현빈)은 모른다. 길라임이 떨어져 지내자는 이유를. 하지만 현빈은 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그 여자’의 개사곡 ‘그 남자’를 부를 때, 현빈은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부른다. 멋 내려고 음을 끌거나, 어설픈 기교는 안 쓴다. 만 스물아홉의 나이에도, 현빈은 교회 합창단에 처음 온 소년처럼 노래할 줄 안다. 사랑은 잘 모르지만 사랑 때문에 슬픈 소년의 노래. 의 17회에서 길라임이 뇌사에 빠진 뒤, 김주원은 “그리고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라는 의 구절을 보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뭔가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울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건 안다. 그리고, 그게 김주원의 사랑이다.
소년의 순정, 남자의 어깨
![[강명석의 100퍼센트] 현빈, 이 남자는 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11112502988520_2.jpg)
그게 현빈의 힘이다. 인정옥과 노희경의 작품에 출연하고, 재벌 2세를 두 번 연기해 두 번 다 성공시킨 배우. 그리고 MBC 의 조폭도 연기하는 배우. 캐릭터마다 전혀 다르게 연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의 감성으로 캐릭터를 해석하는 쪽이다. 동수도, 강국도, 삼식이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큼 일을 잘한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즐기거나, 힘든 상황을 견디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BS 의 지오는 혼자 있을 때 펑펑 울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그저 웃을 뿐이다. 세상이 힘들어도, 모두가 상처받지 않으려면 자신이 묵묵히 견뎌야 한다는 걸 아는 소년. 또는, 누구에게도 변명하지 않는 소년. 널찍한 어깨는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상처에 덤덤한 대신 상처를 애써 참는 슬픈 눈을 가졌다. 현빈은 그런 남자의 모습을 TV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극히 드문 배우고, 그것이 같은 대중적인 멜로드라마와 만날 때 전형적인 설정 안에서 섬세한 감성의 결을 남긴다. 그가 처럼 고전을 리메이크한 멜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소년의 순정은, 사랑 하나에 목맬 수 있던 예스런 사랑에 어울린다.
통속적인 이별의 순간을 진짜로 만들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현빈, 이 남자는 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11112502988520_3.jpg)
두 남녀의 몸이 바뀐 뒤, 은 에피소드는 많지만 스토리는 사라졌다. 계급문제도, 게이의 성정체성 문제도 의미 없을 만큼 날아갔다. 썬(이종석)은 게이가 아니었다 해도 전개에 큰 지장은 없다. 계급의 처절함을 보여 준다기엔 김주원의 어머니가 가끔씩 등장해 두 사람을 가로막는 건 숱한 드라마에서 본 풍경이다. 남은 건 김주원과 길라임의 ‘밀당’과 ‘사랑 고백을 다르게 말하는 100가지 방법’ 같은 대사들이다. 2회에 한 번쯤 김주원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흔들면, 그들은 갈등-화해-애정 신-알콩달콩한 연애를 반복한다. 이야기는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둘의 에피소드로 소소한 재미를 반복하다 갑자기 피치를 높인다. 17회에서 스태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설치물을 그대로 통과해 빠르게 달리다 길라임의 차에 ‘갖다 박은’ 운전자의 등장은 위기를 위한 위기다. 개연성은 없다. 대신 에피소드를 통해 쌓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만 남았다.
그러나 마치 ‘그 여자’와 ‘그 남자’처럼, 17회는 시청자의 눈길을 멈췄다. KBS 에서도 동화를 읽던 이 남자는 에서도 를 읽는 그 순간 오열하지도, 굳게 눈물을 참지도 않았다. 대신 울기 직전, 그렁그렁 맺힌 눈물로 통속적인 비극을 모든 걸 견뎌내는 여린 소년의 진심으로 바꿨다. 김은숙 작가가 구축한 캐릭터를 뛰어넘어, 현빈은 자신의 연기로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모두가 사랑의 통속성을 말할 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난 그 모든 게 처음 겪는 진심이라며 우는 남자가.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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