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드래곤(이하 GD)과 TOP은 잘 노는 친구들이다. 둘 다 10대시절부터 클럽에서 랩을 했고, 결국 한국에서 가장 튀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됐다. 둘의 프로젝트 앨범 < GD & TOP >의 첫 번째 프로모션 곡인 ‘High high’는 클럽을 배경으로 찍었고, 그들은 ‘High high’와 ‘Oh yeah’를 이렇다 할 춤 없이 무대를 휘저으며 노는 무대 구성으로 보여줬다. 허허 벌판에 데려다 놔도 마이크만 주면 누구든 ‘뻑이가게’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진, 속된 말로 ‘쩔어주는’ 애들. 그게 GD&TOP이다. 그러나 < GD & TOP >에서 그들이 잘 논다는 건 한 단계 다른 차원이다. 그들은 계속 놀자며 강요하지도 않고, 섹시한 여자들이 있는 클럽의 환락적인 모습을 자랑하며 호객행위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클럽이 ‘해탈하듯 즐기는’ 곳이라 말한다. 그저 ‘부비부비’만이 목적인 사람들은 결코 맛볼 수 없는 어떤 순간. 리듬에 몸을 맡긴 채 마음 가는대로 몸을 움직이고, 몸은 땀과 담배 연기로 가득찬다. 어느새 눈은 감기고, 조금씩 몸이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돌아간다. 클럽에 오기 전 있었던 괴로운 일들, 헤어진 여자와의 낭만적인 시간들, 기타 등등. 사람들이 가득하고, 음악이 쿵쿵 곳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개인적인 시간. 정말로, ‘High high’.
자신들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 GD&TOP이 정말 잘 노는 건, 그들이 클럽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까지 알고 있고, 그 상태를 음악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클럽의 즐거움이 사람의 몸이 아닌 정신을 포맷시키는 순간의 감정을 안다. ‘High high’와 ‘Oh yeah’에는 한국의 클럽 음악에 흔히 사용되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거의 없다. 대신 두 사람은 눈을 감으면 마치 클럽이 펼쳐지는 듯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땅을 울리듯 넓게 퍼지는 드럼, 클럽에서 라이브를 하듯 뒤에서 퍼지는 GD와 클럽 한 가운데에서 ‘난 이 밤의 대통령’이라며 분위기를 띄우는 TOP의 목소리. 그들을 따라 클럽으로 들어가 ‘모든 걸 해탈하듯 즐기는’ 순간이 오면, ‘Oh yeah’의 한 구절처럼 클럽은 사라지고 ‘별이 빛나는 밤’이 펼쳐진다. 그래서 < GD&TOP >은 가장 대중 앞에 나선 앨범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올드스쿨 힙합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Intro’로 시작해 실제 클럽의 사운드를 ‘재현’했다 해도 좋을 ‘High high’와 ‘Oh yeah’를 지나 과거 디스코 시대를 2010년 버전으로 바꾼 ‘집에 가지마’,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에 있는 ‘Baby good night’이 정서적인 일관성을 갖는 건 그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공간 안에 대중을 끌어들이고, 그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1m 쯤 떠오른 듯한 사운드의 질감, 그 안에서 자신을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는 TOP과 ‘그냥 아무거나 걸치면 화보 내 이름 다 알죠’라며 누구나 알긴 하지만 왠지 인정하기 싫은 그의 현재를 묘사하는 GD의 랩. 그들은 ‘Intro’부터 ‘뻑이가요’까지 일관된 분위기 안에서 자신들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우연찮게 자신의 이름과 같은 커피 브랜드까지 생긴 TOP과 GD, 빅뱅의 멤버들 모두 대중 앞에 선다. < GD&TOP >은 그 대중들을 ‘뻑이가는’ 음악들로 사로잡은 뒤, 그들의 메시지를 ‘인셉션’하려 한다. ‘뻑이가요’에서 ‘빙글빙글’ 돌 것 같은 나른한 분위기와 가사의 반복 사이에는 자신들을 끊임없이 과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난 단어들로 던지는 두 사람이 있다. GD가 작곡한 빅뱅의 ‘거짓말’은 힙합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끌어들인 팝이었다. 반면 < GD &TOP >의 ‘Intro’와 ‘뻑이가요’는 힙합의 스타일에 최대한 충실하다. 대중성을 고려한 멜로디가 들어간 것도 아니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반복적인 랩으로, 또는 무대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Intro’에서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의 샘플링을 사용하면서도 각각의 소리들이 다른 위치에서 울리며 만들어내는 공간이 내는 어떤 분위기. < GD &TOP >의 앨범 수록곡 중 ‘High high’와 ‘Oh yeah’뿐만 아니라 ‘뻑이가요’, ‘집에 가지마’, ‘Baby good night’ 등이 동시에 여러 음원 사이트 차트 10위권 안에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 GD &TOP >의 전반부는 한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를 들어야 그들의 분위기로 몰입하기 쉽다. 그들의 가사가 허세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High high’와 ‘Oh yeah’는 클럽의 공간감을 재현했다는 데는 의의가 있지만, 빅뱅과 2NE1의 일렉트로니카적인 성향의 곡들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얄미운 존재들 그러나 GD&TOP은 마치 엘리스에게 손짓하는 토끼처럼 대중들을 자신들이 만든 세계 안으로 불러들인다. 우리의 세계로 와라, 그러면 해탈을 맛보게 하리라. 그들의 첫 무대였던 Mnet < MAMA >시상식에서, 그들은 춤을 추지 않은 채 곡의 분위기와 랩, 그리고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무대를 마음껏 휘젓는 퍼포먼스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어쿠스틱이든, 올드스쿨 힙합이든, 일렉트로니카든 그들은 자기 과시에 가까울 만큼 가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랩과 무대매너와 존재감으로 소화하면서 대중을 움직인다. ‘Intro’와 ‘뻑이가요’에서 힙합을 귀에 익숙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나 마치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로맨틱한 순간을 끄집어 낸듯한 ‘Baby good night’의 질감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대중성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멜로디가 강력하지 않아도, 대중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있다. 그럴 자신만 있다면.
빅뱅의 ‘거짓말’은 그 당시 감수성을 하이브리드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은 그 자체가 대중음악계에서 하나의 작법이자 스타일이 됐고, 빅뱅 스스로도 ‘거짓말’에 뿌리를 둔 곡들을 발표하곤 했다. 그리고 ‘거짓말’ 이후 4년이 지날 즈음, GD&TOP은 그들의 캐릭터가 곧 음악의 요소가 되고, 그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에서 만드는 분위기로 중독성을 연출하는 ‘앨범’을 냈다. 한 개인과 대중, 넓은 클럽과 한 개인의 머릿속. 그리고 돌아올 빅뱅. 그것들이 모두 만나는 지점에서, GD&TOP은 ‘구름을 가르’듯 무수한 논란을 가르고, 수많은 스케줄을 가르고 그들의 두 번째 시즌을 열었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자신들의 현실이 됐고, 그 현실을 과시하는 음악이 앨범을 계속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체성이 된 얄미운 존재들. 거참,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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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자신들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 GD&TOP이 정말 잘 노는 건, 그들이 클럽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까지 알고 있고, 그 상태를 음악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클럽의 즐거움이 사람의 몸이 아닌 정신을 포맷시키는 순간의 감정을 안다. ‘High high’와 ‘Oh yeah’에는 한국의 클럽 음악에 흔히 사용되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거의 없다. 대신 두 사람은 눈을 감으면 마치 클럽이 펼쳐지는 듯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땅을 울리듯 넓게 퍼지는 드럼, 클럽에서 라이브를 하듯 뒤에서 퍼지는 GD와 클럽 한 가운데에서 ‘난 이 밤의 대통령’이라며 분위기를 띄우는 TOP의 목소리. 그들을 따라 클럽으로 들어가 ‘모든 걸 해탈하듯 즐기는’ 순간이 오면, ‘Oh yeah’의 한 구절처럼 클럽은 사라지고 ‘별이 빛나는 밤’이 펼쳐진다. 그래서 < GD&TOP >은 가장 대중 앞에 나선 앨범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올드스쿨 힙합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Intro’로 시작해 실제 클럽의 사운드를 ‘재현’했다 해도 좋을 ‘High high’와 ‘Oh yeah’를 지나 과거 디스코 시대를 2010년 버전으로 바꾼 ‘집에 가지마’,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에 있는 ‘Baby good night’이 정서적인 일관성을 갖는 건 그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공간 안에 대중을 끌어들이고, 그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1m 쯤 떠오른 듯한 사운드의 질감, 그 안에서 자신을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는 TOP과 ‘그냥 아무거나 걸치면 화보 내 이름 다 알죠’라며 누구나 알긴 하지만 왠지 인정하기 싫은 그의 현재를 묘사하는 GD의 랩. 그들은 ‘Intro’부터 ‘뻑이가요’까지 일관된 분위기 안에서 자신들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우연찮게 자신의 이름과 같은 커피 브랜드까지 생긴 TOP과 GD, 빅뱅의 멤버들 모두 대중 앞에 선다. < GD&TOP >은 그 대중들을 ‘뻑이가는’ 음악들로 사로잡은 뒤, 그들의 메시지를 ‘인셉션’하려 한다. ‘뻑이가요’에서 ‘빙글빙글’ 돌 것 같은 나른한 분위기와 가사의 반복 사이에는 자신들을 끊임없이 과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난 단어들로 던지는 두 사람이 있다. GD가 작곡한 빅뱅의 ‘거짓말’은 힙합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끌어들인 팝이었다. 반면 < GD &TOP >의 ‘Intro’와 ‘뻑이가요’는 힙합의 스타일에 최대한 충실하다. 대중성을 고려한 멜로디가 들어간 것도 아니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반복적인 랩으로, 또는 무대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Intro’에서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의 샘플링을 사용하면서도 각각의 소리들이 다른 위치에서 울리며 만들어내는 공간이 내는 어떤 분위기. < GD &TOP >의 앨범 수록곡 중 ‘High high’와 ‘Oh yeah’뿐만 아니라 ‘뻑이가요’, ‘집에 가지마’, ‘Baby good night’ 등이 동시에 여러 음원 사이트 차트 10위권 안에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 GD &TOP >의 전반부는 한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를 들어야 그들의 분위기로 몰입하기 쉽다. 그들의 가사가 허세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High high’와 ‘Oh yeah’는 클럽의 공간감을 재현했다는 데는 의의가 있지만, 빅뱅과 2NE1의 일렉트로니카적인 성향의 곡들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얄미운 존재들 그러나 GD&TOP은 마치 엘리스에게 손짓하는 토끼처럼 대중들을 자신들이 만든 세계 안으로 불러들인다. 우리의 세계로 와라, 그러면 해탈을 맛보게 하리라. 그들의 첫 무대였던 Mnet < MAMA >시상식에서, 그들은 춤을 추지 않은 채 곡의 분위기와 랩, 그리고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무대를 마음껏 휘젓는 퍼포먼스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어쿠스틱이든, 올드스쿨 힙합이든, 일렉트로니카든 그들은 자기 과시에 가까울 만큼 가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랩과 무대매너와 존재감으로 소화하면서 대중을 움직인다. ‘Intro’와 ‘뻑이가요’에서 힙합을 귀에 익숙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나 마치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로맨틱한 순간을 끄집어 낸듯한 ‘Baby good night’의 질감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대중성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멜로디가 강력하지 않아도, 대중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있다. 그럴 자신만 있다면.
빅뱅의 ‘거짓말’은 그 당시 감수성을 하이브리드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은 그 자체가 대중음악계에서 하나의 작법이자 스타일이 됐고, 빅뱅 스스로도 ‘거짓말’에 뿌리를 둔 곡들을 발표하곤 했다. 그리고 ‘거짓말’ 이후 4년이 지날 즈음, GD&TOP은 그들의 캐릭터가 곧 음악의 요소가 되고, 그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에서 만드는 분위기로 중독성을 연출하는 ‘앨범’을 냈다. 한 개인과 대중, 넓은 클럽과 한 개인의 머릿속. 그리고 돌아올 빅뱅. 그것들이 모두 만나는 지점에서, GD&TOP은 ‘구름을 가르’듯 무수한 논란을 가르고, 수많은 스케줄을 가르고 그들의 두 번째 시즌을 열었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자신들의 현실이 됐고, 그 현실을 과시하는 음악이 앨범을 계속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체성이 된 얄미운 존재들. 거참,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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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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