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ON] 유인나│인터뷰 비하인드, W의 기록
[스타ON] 유인나│인터뷰 비하인드, W의 기록
유인나는 자기 목소리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MBC 에서 들을 수 있는 그녀 특유의 귀엽고 개성 있는 하이톤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대화에 대해 말을 나눈다고도 하지만 정말 일상에서의 대화는 종종 머리를 거치지 않은 채 그저 붕 뜬 말과 말의 교환으로 이뤄질 때가 있다. 이 때 대화를 지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관성이다. 유인나와의 인터뷰를 녹취한 뒤 정해진 분량에 맞춰 일정 부분 덜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건, 어느 것 하나 관성으로 이뤄진, 텅 빈 목소리들이 없어서였다.

가령 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를 이야기했다. 마니악한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수준 낮아 보이지도 않는 적정선을 긋고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의 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인공 중 한 명인 하나코라는 아이에게 너무 심하게 이입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는데 마지막에 그녀가 자살을 했어요.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며 읽는 중이었는데 정말 간결하게 ‘하나코가 죽었다’라고 딱 일곱 글자가 써진 걸 보고 심장이 턱 멎는 기분이었죠. 택시 안에서 많이 울었어요. 다시는 살아있는 하나코를 볼 수 없어서”라고 자신에게 각인된 소설의 문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섬세한 디테일로 말했다. 말하자면 그녀의 말 안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유명해서 한 번 쯤 읽어보고 언급하는 대상이 아닌, 그녀에게 감정의 상흔을 남긴 파편으로서 유일무이한 의미를 갖는다.
[스타ON] 유인나│인터뷰 비하인드, W의 기록
[스타ON] 유인나│인터뷰 비하인드, W의 기록
인터뷰 중간 곁길로 빠져 그녀의 소속사 가수들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다들 잘한다”는 식의 덕담 대신 “신이 주신 민지의 몸”이라는 뚜렷한 지시물을 언급할 정도로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안에서 꼭꼭 씹어서 ‘유인나의 생각’이라 말할 수 있는 것만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 답변하기 전 골똘히 고민하는 침묵이 있는 것도, 목소리가 차분한 저음역으로 낮아진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광수에게 애교를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녀 특유의 들뜬 목소리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그래서다. 대화가 진지하고 무겁게 이어졌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음색에 그대로 새겨진 특유의 명랑한 태도로 “김명민 선생님이나 고현정 선생님처럼 연기를 완벽하게 잘하면 그 캐릭터뿐 아니라 배우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니 내가 잘하면 악플을 다는 분들도 나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 했고, 이처럼 “이란 책을 보고 난 이거 안 봐도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서 읽지 않았던” 특유의 긍정적 태도는 클리셰가 아닌 진짜 ‘유인나의 감정’으로서 다가왔다.

자신이 좋아한다던 롤러코스터의 ‘어느 하루’의 멜로디를 직접 허밍으로 들려주는 그녀를 보며 스물여덟의 늦은 데뷔가 그녀 말대로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 동안 그녀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은 켜켜이 가라앉아 이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지금 이 자리의 유인나를 이루고 있다. 이른 데뷔 이후 작품을 인큐베이터 삼아 성장하는 배우와 달리 기다림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자아를 이루고 나타난 그녀는 신선하되 미숙하지 않아서 기대가 되는 배우다. 상큼한 톤으로 구체적인 언어를 담아내는 그녀의 목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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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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