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에 이어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역시 달콤한 키스신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전자의 인물들이 아직도 일상 어딘가에서 사랑하며 요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데 반해, 신영(박진희)과 민재(김범)의 결말은 현실의 입김 하나 없이 보송보송하기만 한 판타지였다. 판타지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자아실현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조건 위에서 출발한 드라마가 철저한 판타지 결말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몹시 게으르게. 최종회 클리셰 모음집을 보는 듯 했던 마지막 회는 그 근본적인 여성적 문제의식마저 회의하게 한 실망스러운 결말이었다. 다정(엄지원)의 삐걱대던 신혼 생활은 입덧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았고, 상미(박지영)는 결국 상우(이필모)와 함께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부기(왕빛나)에게도 새로운 구애남이 찾아왔다. 그리고 특파원으로 떠났던 신영은 뜬금없이 민재의 공연장을 찾아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바람이 불 땐 흔들려도 괜찮아.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사랑이 떠날 땐 보내주세요.” 두려움 없이 사랑을 하고 오늘을 열정적으로 살라는 신영의 마지막 내레이션으로도 그 안이한 판타지 엔딩에 설득력을 주진 못했다. 차라리 어제의 인상적인 대사는 특파원으로 가라는 부국장의 말에 대한 신영의 대답이었다. “거기 다녀오면 서른일곱 돼요. 더 나이든 노처녀로 돌아올 걸 생각하면 좀 그렇습니다.” 과연 신영은 삼년 뒤에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되돌아올까. 어떻게 되든 서른일곱의 그녀는 지금보단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
글 김선영
박명수는 개편철이면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날 <해피투게더>에서 가장 개편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건 게스트 지석진이었던 듯 했다. 유재석이 “무슨 말을 해도 지석진 씨가 말을 하게 된다”는 멘트가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는 끊임없이 토크를 이어갔다. 퀴즈 시간에도 지석진의 에피소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해피투게더>는 지석진 위주의 토크만으로도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지석진과 ‘조동아리 클럽` 회원인 유재석은 때론 게스트처럼 지석진과 자신의 에피소드를 말했고, 지석진은 유재석의 토크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일, 친구, 아내, 과거에 대해 수 없이 토크를 쏟아냈다. 평소의 <해피투게더>가 출연자들 각각의 토크와 개인기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즐거운 난장이었다면, 이 날의 <해피투게더>는 유재석과 지석진이 주도하는 엄청난 속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속도전 속에서 두 사람이 치고받는 멘트는 끊임없이 자잘한 웃음을 쏟아내며 토크의 분위기를 상승시켰다. 토크와 토크 사이에 여러 게스트에게 자잘한 질문을 던지는 박미선이 없어지고, 한국어 토크가 힘든 니콜이 게스트였음을 감안하면 <해피투게더>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해도 평소에는 웃길 건 다 웃기면서 모든 게스트에게 고루 캐릭터를 만들어준 이 프로그램이 김태현 같은 전문 예능인이 활약할 공간도 많이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마치며 “다음 주에는 돌아오는 박미선 씨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건 왠지 이유가 있을 법하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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