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간지’ 지호 vs 거지 ‘간지’ 지호
아랍 ‘간지’ 지호 vs 거지 ‘간지’ 지호
아랍 ‘간지’ 지호
가려지지 않는 외모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땟국이 꾀죄죄한 얼굴에 걸레 쪼가리를 걸쳤다 해도 타고난 외모의 광채는 쌍놈도 양반으로 보이게 하는 법이다. 게다가 그것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이국의 것이라면 더더욱. 북방계 조선인에게선 보기 어려운 태하의 이목구비에 대해 라틴 혹은 아랍 계열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고, 혹자는 머리를 푼 그에게서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에 나오는 처용이 아랍 상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삼국시대부터 아랍과의 교역이 본격화되었단 역사적 사실 때문에 현재 그의 핏줄은 목포계 아랍인으로 추론되고 있다. 그의 눈빛이 살기를 띌 때는 모래바람이 불고, 애틋하게 과거를 회상할 땐 오아시스의 촉촉함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실크로드를 건넌 서역인의 DNA가 노비 낙인보다 더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 스스로 자랑하는 건 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거지 ‘간지’ 지호
가려주고 싶은 외모다. 노비들에겐 필수처럼 여겨지는 치아 미백은커녕 이에 소금 칠한 지가 언젠지 모르겠고, 산발한 머리에는 참기름 바른 김 마냥 머릿기름이 윤기 있게 뭉친 지호 언니의 외모는 영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남자의 매력에 있어 스타일보다 중요한 것은 애티튜드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추노꾼인 대길의 뺨을 후려치며 “언니 말도 자를 줄 아네?”라며 실실 웃을 때엔 먹잇감을 앞에 놓고 어르는 육식동물의 여유가 느껴지고, 입만 열면 “길 닦아놓으니 미친 년 지나가는 꼴”이라거나 “미꾸라지가 천 년 있다고 용 되는 거 아니”라는 주옥같은 어록을 냉소적인 목소리로 쏟아내니 그에게서 승냥이의 카리스마를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손톱의 때와 이에 박힌 치석을 보고 길들여지지 않는 남자의 향기를 느낀다 해도 당신의 미적 감각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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