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드라마를 음지가 아닌 정규 편성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크리미널 마인드>와 <멘탈리스트>처럼 심리 분석을 이용한 수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내 첫 정식 런칭되는 <라이 투 미>가 제시하는 다양한 신체 언어 해석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연구와 훈련을 통해 상대방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게 된 라이트만 박사와 그의 연구소 동료들은 사건의 자문 위원이자 해결사 역할을 한다. 용의자와 증인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밝히고선 그 거짓말의 이유를 목소리의 떨림과 동공의 확대 같은 요소들을 분석해 찾아내는 과정은 여간 시원시원한 게 아니다. 특히 하우스 박사를 연상케 하는 냉소적 천재 라이트만 박사는 간만에 미드에서 만나는 `완소`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주 방영되어 무모할 정도의 리얼 고생을 보여준 <자체발광>에 이어 MBC는 또 하나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신개념 멘탈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네 마음을 보여줘>는 일종의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고민을 터놓고 얘기해 잘 다독여보자는 식의 평범한 고민 상담에서 벗어나 카페인과 양파만 먹으면 음이탈을 일으킨다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징크스,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귀가 멀게 된 어느 주부의 사연 안에 숨어있는 심리적 기제들을 밝혀내고 솔루션에 들어가는 것이다.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과연 이처럼 다분히 교양 파트에 가까운 내용을 어떻게 예능의 영역으로 소화해낼지가 정규 편성의 가장 큰 관건일 것이다.
현장법사가 손오공과 함께 경전을 찾아 천축국(인도)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서유기>를 보면 구름을 타고 다녀오면 금방인데 사서 고생이라 투덜대는 손오공에게 관세음보살은 그 여정을 채워야 경전을 얻어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아마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승려 혜초에게도 그 길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얼마든지 구름, 아니 비행기를 타고 사막을 건널 수 있는 현대의 탐험가 남영호 씨가 타클라마칸 사막 도보 종단에 도전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얼 실험 프로젝트 X>를 통해 3주에 걸쳐 소개되는 그의 도전은 효율성의 관점으로 보자면 사서 고생에 불과한 일이지만 1300년 전 한 승려를 성숙하게 만들었던 고난의 시간을 느끼기에 그보다 더 적절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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