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행히 거의 다 나았지만 우리 아이도 어릴 적에 아토피와 비염으로 꽤 고생을 했어요. 그래서 알레르기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피폐하게 하는지, 얼마나 불편한 지병인지 저도 잘 압니다. 아이 데리고 용하다는 병원도 여러 곳 다녀보고 좋다는 민간요법도 이것저것 써봤지만, 차도가 있다 싶으면 이내 다시 도지곤 해 낙담도 참 많이 했어요. 그나마 희망이었던 게 의사 선생님들의 “크면 나아져요”라는 말씀이었지요. 실제로 나이를 먹으니 차차 좋아지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태경 씨는 성인임에도 치명적인 갑각류 알레르기 증세로 여전히 고생 중이시죠? 지난 번 새우가 들어간 음식을 조금 씹었을 뿐인데 호흡곤란으로 숨이 넘어갈듯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알고 보니 대부분의 단백질 알레르기가 커가면서 완화되는 반면 갑각류 알레르기는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요? 한 종류에 반응하고 나면 또 다른 종류로 이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되도록 접촉 자체를 막는 주의가 필요하다더라고요. ‘한번쯤 어때’라는 방심은 금물이란 얘기죠. 따라서 편식하는 습관을 고치겠다며 억지로 먹이는 일 같은 건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던 거예요.
태경 씨는 천적인 갑각류와 닮았더군요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몹쓸 짓을 하다니요, 에휴. 매일매일 그리워하던 엄마라서, 오랜만에 어렵게 만난 엄마기에 어찌 될지 빤히 알면서도 작은 조각도 아닌 새우 한 마리를 씹어 넘겨야만 했을 어린 태경이가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어릴 때라 아마 응급실 신세까지 졌지 싶은데 엄마가 그 일을 기억조차 못하다니 어이상실이 아니냐고요. 누군가가 늘 세심하게 보살펴줬어야 옳거늘 엄마의 빈자리가 오죽 외롭고 서글펐을까요. 처음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태경 씨의 시건방에 혀를 찼는데 지금은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지 싶습니다. 공항에서 수녀인 고미남(박신혜)과 부딪혔을 때라든지, 병원에서 간호사의 휴대폰 꺼달라는 지적에 고분고분한 걸 보면 태경 씨는 결코 경우 없고 무례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태경 씨는 자신의 천적인 갑각류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갑각류들이 여린 속살을 두꺼운 껍질로 보호하듯 태경 씨도 부러 센 척, 못된 척 가시를 세우는 거잖아요. 보통 아이에게는 가족, 특히 엄마가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거늘 그게 없으니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할 밖에요. 그러나 태경 씨가 실은 누구보다 여리고 누구보다 선한 인성을 지녔다는 것쯤은 이미 다들 눈치 채고 있답니다. 미남이가 술이 과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날 ‘더럽고 냄새나는 토쟁이’라며 불같이 화내놓고는 혼자 ‘그러니까 내가 씻고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렸어야지’하고 후회하는 걸 보면 미남이 말대로 좋은 사람임이 분명하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평소 질색하는 유헤이(유이)가 난감한 처지에 놓이자 스캔들이 터질 게 불을 보듯 빤한데도 망설이지 않고 도와준 거 보세요. 그리고 겉으론 냉정하기 짝이 없지만 속으론 그리움이 깊어 어머니 모화란(김성령)의 음반이나 DVD를 모두 모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요.
신우 씨에겐 살면서 두고 두고 갚으면 돼요
그런데 말이죠. 저도 두 아이의 엄마 입장이라 어지간하면 낳은 정을 생각해서 어머니 모화란(김성령)에게 너무 모질게 굴지 말라 충고하고 싶지만, 이번 경우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가만 보면 평생 철 못 드는 사람도 있고, 어느 누구나 모성애를 갖고 있는 것도 또한 아니랍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언짢을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해요.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어머니에 대한 짝사랑 따위는 깨끗이 접어 버리고 어서 좋은 짝 만나 알콩달콩 재밌게 지내라 권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고미남만한 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실은 고미녀지만) 맑고 심성 곱고, 사려 깊고 예의 바르고, 긍정적이고, 어디 하나 나무랄 구석이 있어야 말이죠. 거기에 금상첨화, 얼굴도 예쁘잖아요! 나름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데 어찌 그리 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인지 신기할 정도니 말이에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태경 씨의 어두운 날들도, 외로운 눈물도 이젠 모두 안녕이지 싶어요. 물론 둘 다 세상 물정에 지나치게 어두운 점이라든지, 한심할 정도의 길치라는 점이 걱정스럽긴 하고, 태경 씨의 지나친 결벽증도 마음에 걸리지만 티격태격하는 동안 하나씩 배우고 고쳐나가겠지요. 부디 폼 잡을 생각에 누군가에게 양보 같은 거 할 꿈도 꾸지 마세요. 그저 미남이를 꽉 잡길 바랍니다. 이렇게 부추기고 보니 미남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다정한 신우(정용화) 씨에겐 좀 미안하네요. 신우 씨에겐 평생 다 갚기 어려운 빚을 졌다 여기고 매사 양보하고 배려하며 좋은 처자 만나길 빌어주면 되려나요? 그런데 어쩌지요. 미남이 같은 처자는 세상 어디에도 다시 없지 싶은데.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태경 씨는 천적인 갑각류와 닮았더군요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몹쓸 짓을 하다니요, 에휴. 매일매일 그리워하던 엄마라서, 오랜만에 어렵게 만난 엄마기에 어찌 될지 빤히 알면서도 작은 조각도 아닌 새우 한 마리를 씹어 넘겨야만 했을 어린 태경이가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어릴 때라 아마 응급실 신세까지 졌지 싶은데 엄마가 그 일을 기억조차 못하다니 어이상실이 아니냐고요. 누군가가 늘 세심하게 보살펴줬어야 옳거늘 엄마의 빈자리가 오죽 외롭고 서글펐을까요. 처음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태경 씨의 시건방에 혀를 찼는데 지금은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지 싶습니다. 공항에서 수녀인 고미남(박신혜)과 부딪혔을 때라든지, 병원에서 간호사의 휴대폰 꺼달라는 지적에 고분고분한 걸 보면 태경 씨는 결코 경우 없고 무례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태경 씨는 자신의 천적인 갑각류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갑각류들이 여린 속살을 두꺼운 껍질로 보호하듯 태경 씨도 부러 센 척, 못된 척 가시를 세우는 거잖아요. 보통 아이에게는 가족, 특히 엄마가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거늘 그게 없으니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할 밖에요. 그러나 태경 씨가 실은 누구보다 여리고 누구보다 선한 인성을 지녔다는 것쯤은 이미 다들 눈치 채고 있답니다. 미남이가 술이 과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날 ‘더럽고 냄새나는 토쟁이’라며 불같이 화내놓고는 혼자 ‘그러니까 내가 씻고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렸어야지’하고 후회하는 걸 보면 미남이 말대로 좋은 사람임이 분명하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평소 질색하는 유헤이(유이)가 난감한 처지에 놓이자 스캔들이 터질 게 불을 보듯 빤한데도 망설이지 않고 도와준 거 보세요. 그리고 겉으론 냉정하기 짝이 없지만 속으론 그리움이 깊어 어머니 모화란(김성령)의 음반이나 DVD를 모두 모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요.
신우 씨에겐 살면서 두고 두고 갚으면 돼요
그런데 말이죠. 저도 두 아이의 엄마 입장이라 어지간하면 낳은 정을 생각해서 어머니 모화란(김성령)에게 너무 모질게 굴지 말라 충고하고 싶지만, 이번 경우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가만 보면 평생 철 못 드는 사람도 있고, 어느 누구나 모성애를 갖고 있는 것도 또한 아니랍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언짢을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해요.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어머니에 대한 짝사랑 따위는 깨끗이 접어 버리고 어서 좋은 짝 만나 알콩달콩 재밌게 지내라 권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고미남만한 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실은 고미녀지만) 맑고 심성 곱고, 사려 깊고 예의 바르고, 긍정적이고, 어디 하나 나무랄 구석이 있어야 말이죠. 거기에 금상첨화, 얼굴도 예쁘잖아요! 나름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데 어찌 그리 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인지 신기할 정도니 말이에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태경 씨의 어두운 날들도, 외로운 눈물도 이젠 모두 안녕이지 싶어요. 물론 둘 다 세상 물정에 지나치게 어두운 점이라든지, 한심할 정도의 길치라는 점이 걱정스럽긴 하고, 태경 씨의 지나친 결벽증도 마음에 걸리지만 티격태격하는 동안 하나씩 배우고 고쳐나가겠지요. 부디 폼 잡을 생각에 누군가에게 양보 같은 거 할 꿈도 꾸지 마세요. 그저 미남이를 꽉 잡길 바랍니다. 이렇게 부추기고 보니 미남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다정한 신우(정용화) 씨에겐 좀 미안하네요. 신우 씨에겐 평생 다 갚기 어려운 빚을 졌다 여기고 매사 양보하고 배려하며 좋은 처자 만나길 빌어주면 되려나요? 그런데 어쩌지요. 미남이 같은 처자는 세상 어디에도 다시 없지 싶은데.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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