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 SBS 화 밤 11시 5분
초호화 게스트들의 레드카펫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이 토크쇼가 지향하는 바는 뚜렷해 보인다. 새로운 형식이나 토크의 내용을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버라이어티 시대에 걸맞는 화려한 볼거리, 특히 게스트의 물량공세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노골화한 은 한마디로 토크쇼계의 블록버스터를 욕망한다. 최근 토크쇼들의 재미와 완성도가 토크 자체보다는 게스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인 MC 강호동의 존재감을 줄이고서라도 게스트들의 규모와 신선한 조합을 주력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이 프로그램의 전략은 그 성패를 떠나 적어도 그들이 의도했던 만큼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무려 24명이나 되는 집단 게스트 체제는 그 안에 MC몽이나 유세윤처럼 일명 강호동 라인이나 안영미, 김효진, 붐, 타블로처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연예인들, 또는 한성주, 견미리처럼 MBC 를 연상시키는 게스트들과 G-드래곤, 승리, 윤아처럼 핫한 아이돌스타들, 그리고 예의 영화 홍보 차 출연한 배우 김영호, 문정희 등 기존 토크쇼에서 활용했던 게스트들의 모든 공식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 유례없는 규모의 승부는 일부 인기 게스트에만 치중된 토크와 주제가 무색하리만큼 산만한 잡담이라는 분명한 한계를 남겼고, 동시에 솔비와 낸시 랭의 신경전이나 빅뱅 폭로전에 가세한 김태우처럼 의외의 조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크로 이어져 신선함 웃음을 주는 성과도 거뒀다. 의도했던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면 늘 그렇듯 앞으로가 문제다. 별다를 것 없는 포맷의 이 과연 첫 회만큼 화려하고 신선한 구성의 게스트들을 계속해서 섭외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이 강호동이 MBC ‘무릎 팍 도사’의 게스트 활용 전략에서 배운 것을 써먹을 시기다.
글 김선영

<상상더하기> KBS2 화 오후 11시 5분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어제 방송된 <상상더하기>의 게스트 4인은 진행자 4인방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각자의 개인기와 필살기를 모조리 쏟아 부으며 탁월한 호흡을 선보인 이영자와 김신영이 탁재훈과 신정환의 콤비플레이를 연상 시킨다면 얌전히 앉아서 ‘당해주는’ 역할에 충실한 전미선은 박재정의 역할에 해당되었다. 게다가 다소 엉뚱한 템포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치고 들어오는 강부자의 순발력과 카리스마는 아주 컨디션이 좋은 날의 이수근과 일정부분 겹치는 면이 있기도 했다. 덕분에 AS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의 경기내용을 줄줄 외거나 나이트클럽에서의 여흥을 거침없이 재연해 보여주는 강부자의 색다른 모습을 구심점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라도 새삼 소리 내어 웃게 만드는 두 개그우먼의 입담이 더해진 어제의 방송은 재미로만 평가하자면 평균 이상이었다. 문제는 그 웃음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진행자들의 역할은 지극히 미비했다는 것이다. 대선배부터 예능 초보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모아 놓은 덕분에 낯을 가리는 탁재훈과 상대방을 놀려야 개그를 할 수 있는 신정환은 주춤거렸고, 이수근과 박재정은 방청객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다음 주의 진행자 개편 소식은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박재정의 자리에 투입될 김신영은 어제 할애된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준비해 온 것들을 풀어 놓았다. 이제 진행자의 자리에서 배당받지 않은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 텃세를 이겨낼 수 있을까. 잘생긴 남자 배우를 포기한 제작진이 유능한 개그우먼에게 슬럼프를 선사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글 윤희성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