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탁구 같은 것이다. 와르르 달려와서 훌쩍 담장을 넘듯 몸으로 부딪혀 웃음이 터지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사람, 턴과 점프를 배치하고서 그 사이를 연기로 매워나가며 웃음을 쥐락펴락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건 최효종의 방식이 아니다. 소품도 없이 맨손으로 등장해서는 한마디를 슬쩍 보는 사람의 마음 안으로 던져 넣는다. 때로는 “아, 왜들 이래요. 쓰레기봉투에 더 넣으려고 발로 꾹꾹 밟는 사람들처럼!”이라고 강렬한 스매싱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크든 작든, 언제나 그의 이야기는 공감이라는 영역 안에 떨어져야 한다. 그 야릇한 긴장감을 이제는 제법 즐긴다는 최효종은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한다. “콩트를 참 하고 싶었는데, 어이구 잘 안되겠더라구요. 저는 역시 무대에 서서 말로 하는 개그를 계속 연마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개그맨 된 걸 아버지가 사법고시만큼이나 좋아하세요”

사실 약간의 좌절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던 무렵부터 있었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의지를 먼저 불태운 것도, 그래서 의욕적으로 시험용 개그를 구상한 것도 최효종이 먼저였다. 그러나 다듬으면 다듬어갈수록 그의 개그 안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차지하는 쪽은 함께 공채 시험을 준비 한 친구 정범균이었다. “박준형, 임혁필 선배가 같이 했던 그런 개그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하면 범균이가 빵! 웃기는 거죠. 워낙 그 친구가 몸 던지는 것에 자신 있어 했고, 저는 옆에서 쳐주는 걸 잘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냉정하게 개그의 구조를 분석하고자 했던 그는 당당히 “아버지가 사법고시만큼이나 좋아”하신다는 개그맨 공채시험에 붙었고, 그제야 외모도 평범하고 특출 난 개인기도 없는 그에게 “너는 떨어지고 범균이만 붙을 수도 있어”라며 겁을 주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진짜는 개그맨이 된 그 다음부터였다. 웃음을 위해 무장한 듯 걸출한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서 최효종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오직 노력을 더 하는 것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갈고 닦아 온 관찰력과 발견한 것을 꼼꼼히 기록하는 그 성품 덕분에 <개그 콘서트> 오프닝 코너로 기획 했던 ‘행복 전도사’는 ‘봉숭아 학당’의 주요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부자와 대비해서) 너무 아끼는 것 말고, 너무 일상적인 것도 말고,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하지만 무관심했던 그런 행동들을 찾아보자”는 <개그콘서트> 김석현 PD의 주문은 불가능한 미션이 아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개그맨

“직업병 같은 게 생겼나 봐요. 요즘은 너무 사소한 일에서도 개그 소재를 찾으려고 해요. 영화를 봐도 그냥 편하게 봐 지지가 않아요. 이렇게 자꾸 욕심이 생기면 오히려 개그에 안 좋은데, 신인상도 타고 싶고, 주목 받았을 때 더 잘하고 싶어지니까요……” 모자람을 즉각 인정하는 그 성격이 어디로 갈 리 없는 그는 지금의 의욕조차도 반성하고 분석한다. 스스로 주마가편하자면 고칠 점이야 끝이 없겠지만, 선배들의 눈에 지금의 그는 손꼽히는 유망주다. “입사 초기부터 진짜 같이 코너를 하고 싶었던” 박성호, 황현희 선배 옆에 앉아서 “니 생일엔 명품 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라고 외치는 최효종에게는 두 선배가 자신들의 코너인 ‘남보원’에 그를 불러 준 것만으로도 작은 보상일 것이다. 그리고 혈혈단신, 관찰력과 입담만으로도 무대 위의 스타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격려가 될 것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좋아하는 선배들과 같이 코너를 했는데 반응도 썩 좋은” 지금 이순간은 겨우 스물 네 살인 이 청년에게는 태평성대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이야말로 최효종이 일어나서 외칠 때 인 것이다, “아으~ 행복하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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