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일 저녁 7시 55분
말랑말랑 간질간질한 로맨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는 꽤 여러 장르가 흥미롭게 섞인 작품이다. 천방지축 소녀의 성장멜로와 독특한 제주 지역의 군상 코미디, 그리고 인조반정의 뒷이야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수사극을 경쾌하게 오가는 드라마는 퓨전 사극을 넘어 무규칙이종판타지사극이라 불릴법한 무경계의 발랄한 이야기적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박규(임주환)가 은밀히 조사하는 진상품 도난 사건 플롯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로 발전시켜도 좋을 법하다. 박규의 수사관 포스도 흐뭇하거니와 도난 사건을 조종하는 서린(이승민)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은데다 그 최종 배후에 미친 할아방으로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는 광해군(이호성)이 있음을 드러낸 이번 주의 전개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그 중심에 박규의 맹활약이 있다. 꼬장꼬장하지만 은근히 허술한 귀양다리에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능력이 하나씩 추가되는 그의 캐릭터에 어제는 암행어사라는, 이를테면 트렌디물의 ‘재벌2세라는 캐릭터’에 비유할만한 화룡점정의 매력이 추가되었다. 혼자서 캐릭터 코미디와 액션, 신파 멜로와 치정, 추리수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는 단언컨대 올해의 캐릭터 중 하나다. 하지만 박규의 활약은 그 자체로 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인 동시에 산만한 이야기라는 한계와도 연결된다. 극의 장르적 성격이 전환될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연출은 리드미컬하지만 종종 산만한 플롯 안에서 헤매는 모습도 보인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야기를 좀 더 정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그 단점이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재밌고 신선하지만.
글 김선영

<천하무적 토요일> ‘천하무적 야구단’ KBS2 토 저녁 6시 30분
야구를 흔히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그 각본 없는 드라마에 자신을 내던졌다. 벌써 몇 차례의 시합을 가졌고, 이제 결과에 대한 복불복보다는 진지한 승리를 원하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다. 한 회 자체를 대본 없는 야구게임에 통째로 할애하는 것이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에 비하면 실험적인 것 같지만 KBS <날아라 슛돌이>와 종목만 다를 뿐 엉뚱하고 애들 같은 면이나 야구의 ‘야’자를 모르는 멤버들이 야구인이 되는 과정을 그리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방식이 같다. 게임 전후를 통해서 코미디의 요소 충족시키고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 안에서는 진지하게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감동과 긴장감을 찾는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순조롭게 이 코스를 밟고 있다. 9명 각각의 멤버들은 물론 ‘깍두기’ 이현배까지 본인의 역할과 성격을 보여준다. 김창렬과 임창정, 이하늘이 보여주는 핵심멤버들의 의지와 투혼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 백지영 단장의 시선은 시청자의 시선과 일치한다. 그녀가 김준과 이하늘의 멋진 수비 장면을 보고 심심찮게 “소름이 돋았다”고 소리치는 부분이 바로 이 야구단이 주는 재미의 총체다. 마냥 웃기기보다 발전하는 이들을 갸륵하게 지켜보며 응원하는 마음. 그들의 작은 성취 하나하나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진지한 모습으로 야구에 임하는 구성원들을 사랑스럽게 생각한다면 야구 경기는 담력 훈련 같은 연출된 상황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런데 또다른 재미난 문제가 생겼다. 각본이 없는 야구이기에 준엄한 야구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 3부 리그 올스타 팀을 상대로 1회에 콜드게임 승 할 뻔했다는 거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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