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우리들의 전설> MBC 토-일 오후 10시 50분
성공한 영화를 드라마고 재가공하고 싶은 욕망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이미 검증된 캐릭터의 전사를 꼼꼼히 채워 넣은 작품이 틀림없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대해서도 공감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란 사소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차 있다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주말 첫 방송한 <친구>는 그런 점에서 아이디어 보드를 훑어보는 듯한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실망스러운 첫발을 내딛었다. “하와이로 가라”는 유명한 대사, 빗속에서 칼을 맞는 동수(현빈), 여고 밴드 레인보우의 등장까지 영화를 상기 시킬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를 초반에 모두 꺼내들고 호전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덕분에 서사는 뒤죽박죽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불편한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리얼한 사투리와 공들인 묘사로 어떤 시절을 복기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는 알겠으나 그 욕심이 드라마의 균형을 넘어서는 순간, 이 이야기는 스스로 시청 타겟을 극도로 협소하게 한정지어 버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사투리 일색의 대사는 전달력에 문제가 있었고, 피, 칼, 담배, 술은 모자이크 덕분에 등장 안 하니만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이 작품이 추억하고자 하는 순간이 다분히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일탈과 체벌이 등장할 때마다 간지러운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은 마치 독재의 시절을 낭만적으로 추억하는 태도나 다름없다. 2회 방송 중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자유당 시절 이야기 하나.” 친구가 이야기 하는 그 시절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시간인지, 그리고 그 시절을 20부에 걸쳐 되새기는 것이 ‘전설’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사전제작이기에 더욱 그 행보가 염려스럽다.
글 윤희성

<해피 선데이> ‘1박 2일’ KBS 일 오후 5시 20분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된 주말, ‘1박 2일’ 팀은 경남 함안으로 혹서기 대비 캠프를 떠났다. 가을에는 낙엽 멀리 날리기를 하더니 여름에는 수박씨 뱉어 얼굴에 붙이기로 돈 한 푼 안 드는 야생의 게임에 목숨을 거는 멤버들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이번 주 ‘1박 2일’에는 유독 게임이 많았다. 저녁식사인 삼계탕 재료를 얻기 위해서만 “이제는 전설이 된 가족오락관의 대표 게임”인 ‘고요속의 외침’과 긴 수저로 초코볼 떠먹기, 코끼리 코 릴레이 달리기 등 서너 가지의 게임이 이어졌고 다음 날에는 아침식사를 위해 복불복 마라톤이 벌어졌다. 물론 멤버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고 또 뛰었지만 문제는 이제 ‘1박 2일’에서 물과 소금물, 냉면과 육개장, 화채와 식초 같은 복불복 음식과 마라톤의 만남이 과거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지난주 출발 전 컴맹 강호동의 팩스 보내기 미션 수행이나 묵찌빠의 달인 촬영감독과의 대결이 허허실실의 자연스런 웃음을 주었던 데 비해 빽빽한 게임으로 이루어지는 ‘1박 2일’은 시청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그에 비해 오히려 이번 주 흥미로웠던 장면은 실온 40도를 오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수박을 따며 손수레를 타고 장난치는 멤버들의 농촌 체험과 요리부터 모기 사냥까지 ‘1박 2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놀랍도록 열심인 이승기의 시트콤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사실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장르의 공식은 무의미하다. 지금의 ‘1박 2일’에 필요한 것은 게임이나 복불복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녹아들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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